새 해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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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gideonpky)등록 2013.01.01 13:50
                                                   새 해를 맞이하며

                                                                                                     
                                                                                                                           박기용

새 해에는 삶의 기대치를 낮추어 살게 하소서.
가족은 나에게 이래야하고, 주위 사람들과 주변 환경은 저래야하며,
공동체는 이러저러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변하지 않게 하소서.
'... 는 원래 이래야하는 법' 이라는 문귀를 마음으로 망각하고
맞닥뜨리는 하루 하루의 현실을 가감없이 그냥 받아들이게 하소서.

새 해에는 건강하게 하소서.
부모와 자식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건강을 허락하소서.
꺼져버린 촛불에서 번져나오는 가느다란 잿빛연기처럼 미미하지만
미래의 꿈, 그 소망이 멈추서지 않을 만큼의 건강을 허락 하소서.
나는 원래 자연의 한 조각일 뿐이며
자연과 더불어 자연에 취해
삶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건강을 허락하소서.

새 해에는 살얼음판을 걷듯이 신중하게 운신하도록 하소서.
거칠 것 없이 천지를 울리듯 걷지 말고
두 다리를 떠받치는 땅바닥이 늘 단단할 것이라는 오만에서 벗어나
한껏 몸을 낮추고 깃털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잘못 짚으면 푹 꺼져버려
심장을 단 숨에 얼어붙이는 차거운 강물속에 던져지는 두려움을 안고
行步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의식하게 하소서.

새 해에는
"내가 이렇게 무탈하게 사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랴"는 깨달음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시 심장을 거쳐 머리로 되돌아가는 것이 거듭되고
그리하여 내 전 존재를 칭칭 감고 감아서
'절대감사'가 내 삶의 궤적과 동의어가 되는
그런 한 해를 살아내게 하소서.

막 떠올라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선 2013 년은 3으로 나눠지는 해.
도도하게 그리고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내 삶의 중심을 흔들림없이 부여잡고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모든 공동체 구성원을 향해
듬직하고 탄탄한 관계의 網을 힘차게 던져주는,
나 - 이웃 - 시대, 3자가 조화를 이루는 평화의 한 해를 만들어나가게 하소서.

2013 이라는 큰 숫자도
결국 3으로 해체되듯
시련과 경악과 위기로 얼룩질 새 해가 온다해도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응시해
너와 내가 서로 양보하며 해법을 찾아보면
못 견뎌낼 것이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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