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민극단의 작지만 따뜻한 공연

시민극단 배우 차미정을 만나보다

검토 완료

김소라(sora7712)등록 2012.12.20 09:49
수원시민극단의 배우를 만나보다

·"연극을 하면서 나의 감정을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어요. 연습하면서 배역에 몰입하면 한동안은 그 감정이 지속되기도 해요. 무언가에 빠져드는 것은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또한 연극을 하기 위해서는 연출자의 목소리에 100% 따르는 것이 중요해요. 내 생각과 판단은 잠시 내려놓아야 하지요. 그 과정 역시 비움과 겸손의 시간인 것 같습니다. 타인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나를 내려놓는 방법을 연극에서 배웁니다."

수원시민극단에서 두 번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 수원시민 차미정 배우의 말이다. 수원에 시민극단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생소한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수원은 연극인들이 매우 적긴 하지만, 나름 전문극단도 있고 시민극단도 활동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공연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번 작품 <결혼>은 수원시민극단이 무대에 올린 네 번째 작품이다. 이강백의 희곡인 <결혼>을 무대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짧고 강렬한 이미지가 남는 작품이었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결혼을 몹시도 하고 싶어하는 사기꾼 남자는 집, 시계, 넥타이, 옷, 구두 등을 멋들어진 것으로 잠시 빌렸다. 하지만 빌린 것에는 제각기 돌려주어야 할 시간이 존재한다. 그 전에 빨리 여자와 선을 보아서 결혼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다. 선 볼 여자가 등장한다. 사기꾼 아버지는 엄마가 뱃속에 '덤'을 갖자마자 도망갔다고 하는 여자다. 그래서 여자 역시 가진 것 많은 부자인 남자를 원한다. 남자가 가진 멋진 옷과 집에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집의 하인은 남자의 모든 것을 가지고 간다. 시간이 다했기 때문이다. 하인은 험악하게 넥타이를 벗겨가기도 하고, 옷과 구두를 빼앗는다. 점점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남자를 보며, 여자 '덤'은 이상하게만 생각하고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자는 깨닫는다. 거짓으로 꾸며댄 삶이 아닌 자신의 모든 것이 발가벗겨진 삶이 오히려 행복함을 느낀다. 또한 여자도 남자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며,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이 진실하다고 생각한다. 하인에게 구둣발로 짓밟혀 인생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 사기꾼 남자를 일으키고, 여자는 결혼을 결심한다.

연극 <결혼>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러닝타임이며, 배우도 단 세 명밖에 등장하지 않았다. 또한 하인은 말 한마디 없이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 자칫 밋밋하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청중에게 전달하는 바와 메시지가 명확한 작품이다. 연극에 몰입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 소유하는 것으로 얼마나 그동안 나를 포장하면서 살아왔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인생에서 내 것이라고 불릴만한 것은 별로 없는데 말이다. 화려한 겉모습 소위 말하는 콩깍지에 씌워 결혼하게 되지만, 이내 껍데기뿐인 상대에게 환멸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제목은 <결혼>이었지만 인생의 모든 선택, 삶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물음을 던져주는 연극이었다.

인터뷰를 한 차미정 배우는 시민극단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한다. 연극의 기본적인 요소 뿐 아니라 사람간의 소통방식, 나를 표현하는 방법 등을 말이다. 어쩌면 그녀가 말하는 것들이 모두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예술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술은 '해서 뭘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하면 즐거운 것, 재미있는 것, 원초적인 욕구일 따름이다.

"연기를 하면서 텔레비전,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를 관찰하면서 보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죠. 브라운관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배우들은 똑똑한 사람들이 아니래요.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버리고 감독과 연출자의 요구에 따라 소위 말해 시키는대로 잘 하는 사람이라 해요. 완전히 닳고 닳아, 자기가 없어진 듯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존재감을 완성한 사람인 것 같아요. 이번에도 연습하면서 내가 열심히 표현을 했는데, 연출자가 그게 아니라고 하면 굉장히 허탈한 느낌을 경험했어요. 내 느낌과 연출자의 느낌이 완전히 다를 수 있죠. 이 때 내 고집대로 하면 안되더라구요. 내가 직접 연기를 해 보니 배우들이 얼마나 힘든 과정으로 그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를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수원 시민극단에서 또 다른 인생을 배웠다는 그녀의 말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연극은 평생의 과업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연기를 하겠다는 포부도 대단하다. 외국에서는 연극무대에서 리어왕을 하며 낮에는 택시 운전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웨이트리스이지만 밤에는 글을 쓰는 작가도 있고, 보험회사 직원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직업의 다양성, 삶의 다양성이 살아있는 사회가 건강하다. 그렇기에 지역의 풀뿌리같은 시민 예술가들이 많아져 사람들의 삶이 행복해지는 것은 결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다음 번 수원시민극단의 공연도 기대한다.

♣ 수원시민소극단이 궁금해요

수원시민소극장 어디에 있나요?
- 행궁동 신풍 초등학교 앞 위치

수원시민극단 누가 할 수 있나요?
- 언제나 누구에게든 문이 열려 있습니다. 매주 2번씩 저녁에 연습을 합니다.

연극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도 가능한가요?
-아무에게나 기회는 있습니다. 하지만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열려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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