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이 걸렸던 하지만 시민들이 만들어낸 영화 <26년>

검토 완료

박성연(history7)등록 2012.12.12 20:47
1.정말로 나오기 힘들었던 영화

영화 <26년>의 원작은 강풀의 동명웹툰 <26년>이다. 2006년에 연재되었는데 이 웹툰이 나온지 6년여만에 겨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 그 사이 몇 번이나 투자금을 모으는데 실패하기도 했고 결국은 소셜펀딩이라는 방식으로 겨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 사실을 놓고 보면 2가지가 떠오른다. 만약 같은 광주를 소재로 하고 있는 <화려한 휴가>가 이 시기에 제작되려 했다면 과연 순탄하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친일파인명사전>을 만들기 위한 국가보조가 끊어지자 결국은 국민성금으로 만들어졌는데 어쩌면 묘하게 이 둘의 탄생과정은 닮아 있는가.

2.원작 <26년>에 대한 평가

필자는 예술를 전공했던 사실이 아니기에 예술을 논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주관적으로 좋은 예술 작품은 역사성 혹은 현재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명작일 수 있는 이유는 단지 미적 완성 때문만은 아니다.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역사적 진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26년>은 이와 같은 입장에서는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이다. 80년 광주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사건이 26년 후에도-사실은 현재까지도-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26년> 이전 광주를 소재로 했던 가장 유명한 영화가 <화려한 휴가>인데 <화려한 휴가>는 80년 5월의 시점에서 광주를 바라본다면 <26년>은 현재의 시점에서 광주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다르다. 너무나 유명한 E.H. Carr의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다."라는 말이 역사서만이 아니라 작품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26년>는 칭찬 받아야 할 작품이다.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훗날 예술사에서 2000년대 초반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사용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3.영화 <26년>은?

영화 <26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초반부 애니매이션이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80년 광주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가 궁금했었다. 충격적인 사건을 영화로 담아내는 것은 웹툰으로 그렸던 강풀과는 달리 감독 입장에서는 굉장한 고민이었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힌트를 받았는지는 몰라도 영화는 초반부를 애니매이션으로 처리함으로써 충격적일 수 있는 장면을 필요한 부분은 다 전달하면서 비교적 무단하게 처리했다.-사실 애니매이션으로 그려졌던 장면들 예를 들어 권정혁의 누나가 죽는 장면을 실사 화면으로 담아냈다면 너무나도 끔찍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원작이 굉장히 대작이었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2시간여의 영화 화면에 담기에는 원작이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던 것 같다. 영화는 사실 원작에서 주요 캐릭터 일부를 제외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중도중 비약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마도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면 스토리의 전개가 어색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마실장의 마지막 장면은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은 영화 초반의 애니매이션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많이 아쉽다. 김갑세와 마실장은 원작에서는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다른 각도에서의 시대의 희생자를 상징하는 인물들인데 영화에서는 이 부분들은 거의 생략되고 광주의 아이들만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지만 원작의 훌륭했던 점인 간과하기 쉬웠던 희생자들 역시 상기시키고 있음을 영화에서는 구현하지 못했던 점이 끝내 아쉽다.-개인적으로는 외전으로 김갑세와 마실장의 입장에서 외전식으로 다시 영화를 만든다면 어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점은 원작을 이미 읽은 관객들에게는 영화가 다소 신선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26년을 감독이 보다 자기 시각에서 해석해 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원작의 깊이가 너무 깊었을까...

4.26년? 32년?

개인적으로는 영화는 '26년'이라는 제목보다는 '32년'이라는 제목을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26년이던 32년이던 변화는 거의 없지만 그 변화 없음이 주는 메시지 역시 적지 않고 앞서 지적했듯이 너무 원작에만 충실했다는 느낌이 강하기에 조금은 다른 시각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영화 26년은 모든 캐릭터가 마치 원작의 인물들이 바로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든 원작이든 작품이 말하는 것은 딱 여기까지이다. 80년 광주가 어떠했고, 현재는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작품은 그려낸다. 그리고 영화도 원작도 마지막 장면은 그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 결말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겠지만 개인적인 해석은 그 결말은 우리 스스로 결정하라고 촉구하는 것처럼 들린다.

5.나오며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엔딩씬이다. 엔딩씬에서 광화문 앞을 지나는 고급승용차들 감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과연 그분이 타고 계셨는지 아니면 다른 그분이 타고 계시는지... 감독의 이 정도 센스라면 보다 작품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면 어땠을까 더 아쉽다.
마지막으로 영화 역시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셨다면 원작 26년 역시 시간 내서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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