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으로도 사랑한 사람들

윤선애씨 어디 가세요 - 세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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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혁(frankoo)등록 2012.11.15 20:13

윤선애씨 어디 가세요 - 세번째 이야기 공연 포스터 윤선애씨 어디 가세요 - 세번째 이야기 공연 포스터 ⓒ 구자혁


사람들은 가끔 자신의 지나 온 날들을 되새겨 보고 앞날을 그려 보곤 한다.
기억나는 날부터 살아온 시간들을 반추하여 글로 쓰기도 하고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고
그 장소들을 찾아가 사진을 찍거나 그때의 사진을 꺼내 보기도 하듯 가수는 노래로 말할 것이다.

흔히 386이라 불리는 4~50대에겐 다른 세대와는 또 다른, 같은 장소에서 찍은 아니 찍힌 사진이 있다.
서울역, 연세대, 시청광장, 직선제 쟁취, 백기완 민중후보 추대...
손에 잡히지도 않는 민주주의를 같이 외치고 같이 울었고 같이 목 놓아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비합법 음반으로 제작되어 학교 앞 사회과학 서점에만 있던 테이프를 늘어나도록 듣고 또 들으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고 그 테이프에 나오던 싸늘하지만 우리에게 힘을 주던 한 여성의 목소리가 있었고
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노래모임 '새벽'의 멤버라는 것 외엔 없었지만
대규모 집회에 나와 광장을 가득 채우는 노래를 부르던 그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우리는 열광 했었다.
우리는 그녀와 같은 편?이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었다.
그래... 분명 그녀도 우리와 같은 곳 같은 시간에 사진 찍혔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었고 때론 만나기도 했었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 그녀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예전의 그 노래를 더 좋은 음향과 안락한 의자에 앉아 듣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 보다는 지금 그녀의 고민과 사랑을 듣고 싶다.
그것이 그녀가 우리에게 주는 진실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그 소리를 가장 솔직하게 말하는 공연이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우리 세대의 가수는 이렇게 노래 부른다고 자랑하고 싶은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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