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그저 공연을 너무 사랑할 뿐이다.

공연 마니아들의 커뮤니티 공간,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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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blacklabel)등록 2012.11.15 11:15
마니아[mania], 흔히 한 가지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 혹은 집단을 부르는 단어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를 대신해 유사한 의미를 가진 일본어 '오타쿠 [otaku, 御宅]'의 변형인 오덕후, 그리고 이를 줄인 '덕후' 혹은 '덕'이란 표현이 더 많이 쓰인다.

보통 그 사람 혹은 집단이 열중한 분야를 앞에 덧 붙여 말한다. 예를 들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게임덕후, 줄여서 겜덕', 철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철도덕후, 철덕'이라고 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은 뭐라고 부를까? 바로 '연극뮤지컬덕후' 줄여서 '연뮤덕(혹은 뮤덕)'이다. 오늘은 이들과 이들의 아지트(?)라고 할 수 있을 '연극 뮤지컬 갤러리(이하 '연뮤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 공연 시장, 특히 뮤지컬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그 만큼 같은 시기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의 수도 많아졌다. 그렇기에 공연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문화 생활 한 번 해보려고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면 정신 없이 나열되어 있는 공연 포스터들과 팝업 메시지 등으로 정신이 없다. 요즘 말로 '멘붕 상태'가 된다. 그런 지인들로부터 "요즘 무슨 뮤지컬이 괜찮아?"라는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연뮤갤' 방문을 추천하곤 한다.

사실 연뮤갤이란 공간을 알기 전까지는 예매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공연 포털 사이트나 매거진, 블로그 등을 추천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 공간에 담긴 정보들은 기획사나 제작사들이 만든 보도자료나 평론가들의 전문적인 리뷰, 짤막한 스팟 영상 등이 대부분이고, 블로그의 경우도 여러 블로그를 일일이 찾아 들어가는 번거로움이 있다.

연극·뮤지컬 갤러리 게시판 . ⓒ Joseph K. Kim


'연뮤갤'은 순수하게 관객들의 힘으로 해당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진에게 수 차례의 요청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 곳에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글들이 게시되며, 그 중에는 배우들과 공연장별 객석에 관한 조언, 공연 예정인 작품들에 대한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정보들까지 담겨있다. 그들의 정보력은 조금 과장하자면 '증권가 정보지' 수준이다. 물론, 연뮤갤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건, 관객들의 다양한 시선이 담긴 공연 후기다. 저마다 객석에서 바라본 무대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적고 있는데, 사람마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나 성격 등에 따라 취향도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날 같은 공연을 본 관객들의 의견 역시 모두가 같지는 않다. 별 다섯개가 아까울 정도라며 호평하는 이가 있는 반면, 보는 내내 힘들었다는 혹평을 풀어놓는 이들도 있다.

연뮤갤은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공연 관련 커뮤니티 중 참여하는 이들의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배우나 공연 관계자들도 수시로 관심있게 지켜보는 공간이다. 일부 배우나 관계자들은 공연 직후나 다음날 출근길에 연뮤갤 먼저 들러본다고 할 정도다. 공연장을 다녀간 사람들의 눈에 비친 자신들의 무대에 대한 꾸밈 없는 의견들은 다음 날 혹은 다음 시즌 공연에 좋은 피드백이 될 수 있다. 여러 공연을 접하고 공연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적은 글이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모두에게 연뮤갤이 좋은 공간만인 것은 아닌거 같다. 불과 얼마전에는 '사태'라고 표현될 정도의 일부 공연 스태프, 배우들과 관객들 사이에 잡음이 있기도 했고, 일부 관계자나 배우들에게 연뮤갤은 접속 조차 무서운 공간, 상처가 되는 말들로 가득한 공간 등으로 이미지화 되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보았길래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일까?

지난 수 개월간 하루에도 수 차례 연뮤갤을 방문해 게시물을 읽고 댓글도 달면서 지켜본 그 곳은 무섭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공간은 절대 아니었다. 단지 자신들이 좋아하고 관심있는 작품에 대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곳이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익명으로 운영되는터라 과격한 혹평들이 담긴 후기들도 있고, 몇몇 글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영화나 TV 등 다른 매체와 달리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니라는 점, 오직 티켓을 끊고 공연장에 찾아가야만 볼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더욱이 티켓 가격은 소극장 작품만해도 영화 몇 편을 볼 수 있는 가격이고, 하루에 단,1~2회만 공연되므로 일부러 공연에 자신의 일정을 맞춰야 한다. 심지어 당일날 무슨 일이 생겨도 취소나 환불, 변경이 불가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날의 공연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어느 누구도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휴대폰이나 가방처럼 A/S(애프터서비스)를 해주지도 받을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후기를 적으며 자신들의 답답함이나 실망감을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받는 것이다. 그들이 만든 공간에서 그들의 자유를 행하는 것일 뿐이다. 뭐라 할수도 뭐라 해서도 안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해서 혹평이 담긴 후기를 쓴 글쓴이가 다른 이들에게 그 작품을 보지말라고 보이콧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히려 고마워해야된다고 본다.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후기는 커녕 공연장을 나서면 그걸로 끝이 아니겠는가.

이에 대해 연뮤갤의 주인인 '연뮤덕'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에게 게시판에 글을 통해 물어봤다. 불과 30여분만에 수십여개의 댓글들이 달렸고, 여러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주었지만,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크게 '연뮤갤은 처음 만들어진 의도처럼 그냥 공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정보를 얻는 곳일 뿐이고, 우리가 바라는 건 그저 좋은 질의 공연 후기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이란 의견과 '관계자나 배우들이 연뮤갤을 방문을 해서 글을 볼 때 한번쯤 같은 관객의 입장이 되어 읽어줬으면 좋겠고, 그래서 혹평들에 상처받거나 두려워하기에 앞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의견, 이렇게 두 가지였다. 앞서 언급했던 것들과 맥락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좋은 공연이 좋은 공연장에 올려져도 객석을 채울 관객들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또한 아무리 인기가 최고인 스타를 데려다 광고를 해도 입소문 만큼 강한 효과를 내진 못한다. 한국 공연 시장이 빠른 시간 내에 지금과 같은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관객들의 힘도 만만치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역할에는 '연뮤갤'도 상당부분 공헌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품들 만큼이나 관객들의 규모와 수준도 그 만큼 크고 높아져 더 좋은 작품에 대한 수요가 생기게 되고 제작사들은 그 수요에 맞는 공급, 즉,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게 되면서 시장의 규모와 수준 또한 크고 높아지고 발전하게 된 것이니 말이다.

혹평이 담겨있던 호평이 담겨있던 관객들이 후기를 적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공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표현이다. 그들은 그저 공연을 너무 사랑할 뿐이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객석과 무대가 하나되어 한국 공연계가 아름다운 성장을 이어나가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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