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를 뿌려서라도, 뉴타운의 부당성을 알리고 싶었다.

2차 뉴타운 주민공청회 현장서 휘발유 ‘소지’한 오환교통 서영식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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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dmanse)등록 2012.09.18 11:33

광명시내 택시회사인 오환교통은 광명6동에 소재해 있고, 광명뉴타운9구역에 포함돼 있다. 오환교통 서영식 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뉴타운 공청회에서 휘발유를 소지하고 들어갔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그는 이렇게 해서라도 뉴타운의 부당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 강찬호


지난 9월10일 진행된 광명지구재정비촉진계획(이하 광명뉴타운) 계획변경 수립을 위한 2차 공청회는 1차에 이어 주민들이 찬반으로 극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결국 중단됐다. 시는 두 차례 공청회가 무산되자, 각 구역별로 설명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진행방식을 변경했다.

공청회가 중단되기까지 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한 치의 양보 없이 극심하게 대립했다. 갈등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행정의 개입 여력은 없어 보였다. 무력한 행정의 대응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보였다.

주민들의 갈등만 앙상하게 드러난 지난 2차 공청회는 아찔했다. 2차 공청회가 시작된 지 20여분이 지났을까. 700여명 이상이 가득 들어찬 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누군가 휘발유를 뿌린 것이다'라는 불안이 순간 스쳤다. 신나를 뿌렸다는 주민들의 웅성거림이 곳곳에서 들렸다. 일부 주민들은 행사장을 빠져 나가기도 했다. 상황을 주시하던 시측은 휘발유 냄새가 난후 3,4분 후에 공청회 중단을 선언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은 예견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날 행사 시작에 앞서 뉴타운 찬성측 주민들은 일치감치 행사장 1층을 차지했다. 뒤늦게 행사장에 들어 온 반대측 주민들은 1층 행사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반대측 주민들은 찬성측 주민들이 6시부터 행사장으로 온 것이라며, 조직동원이라고 흥분했다. 곳곳에서 찬반주민들이 몸싸움을 벌리며 대치했다.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시 찬성측 주민들은 적어도 8시 이전에 이미 행사장에 들어왔다.

공청회가 시작된 10시에도 그런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는 찬반으로 나뉜 대치상황을 정리하기 보다는, 공청회 강행에 힘을 실었다. 행사장이 소란스럽더라도, 공청회는 진행됐다.

애국가가 울린 그 순간만 잠시 멈췄을 뿐, 뉴타운 계획변경 설명회가 시작되자, 다시 행사장은 찬반의 몸싸움과 야유가 지속됐다. 시측의 설명이 들어올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1층 좌석을 빼앗긴 반대측 주민들의 항의와 감정만 더 나쁘게 몰아가는 장면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휘발유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찔했고, 혹시 무슨 사태라도 생긴다면 하는 불안과 염려가 교차했다. 다중이 모인 공간에서 만약에라도 안 좋은 일이 발생한다면. 다행히 상황은 조용하게 마무리됐다.

궁금했다. 누구였을까. 왜? 17일 오전 광명시내 택시회사인 오환교통 서영식 대표를 만났다. 당일 휘발유를 소지(?)하고 행사장에 들어왔던 당사자였다. 사건 당일 경찰서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나왔다.

서 대표를 만나 당시 왜 휘발유를 소지하고 온 것인지, 그리고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를 인터뷰했다.

서 대표는 행사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공청회 개최 안내 내용을 보고 생기는 부화 때문이었다. 부인에게 나 없이도 살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그리고 당일 행사장을 찾아갔다.

기자가 당시 현장에서 그를 목격했을 때가 8시 30분경(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었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사람들과 악수도 하며 인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기자도 초면에 명함인사를 건넸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1층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반대측 주민들이 곳곳에서 흥분하고, 삼삼오오 항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십여분이 흘렀을까. 서 대표는 행사장 무대 위에 올라, 뉴타운 문제에 대해 부당성을 호소하다, 끌려 내려오기도 했다. 이어 시간이 되자, 시측은 공청회를 진행했다.

서 대표는 그 막간을 이용해 택시를 타고 오환교통으로 가서, 휘발유를 페트병에 담아 가져왔다. 근처에서 누군가 맥주를 마시고 있어, 홧김에 그 술도 마셨다. 휘발유를 들고 다시 행사장을 찾은 그는 공청회 진행 모습에 흥분을 가눌 수 없었다.

흥분이 되어 아무것도 안 보였다. 단상으로 올라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뉴타운의 부당성을 알리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뉴타운에 찬성하고 있고, 저렇게 속이는 모습에 화가 났다.

서 대표는 단상으로 가기 위해 1층 행사장으로 진입했지만 통로 입구에서 제지당했다. 들고 있던 페트병을 놓쳤고, 자신은 의자 사이에 끼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휘발유 냄새가 행사장에 퍼졌지만, 상황은 그렇게 종료됐다.

서 대표는 전날 죽고 싶은 마음을 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휘발유를 당일 행사장에 뿌리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단상에 올라 부당성을 알리고 싶었고, 그것을 호소하기 위해 시위용품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라이터도 없었다. 구호를 외치고 내려오려고 했다.

뉴타운에 대해 말로만 반대하고, 앞서서 나서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절박감을 알리고 싶었다.

서 대표는 자신의 사무실을 9구역 뉴타운 반대모임에 내주고 있다. 갈등고 반목으로 일관되고 있는 광명뉴타운에 대한 해법 모색이 시급하다. ⓒ 강찬호


서 대표는 전날 자신이 약한 마음을 먹었던 것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했다. 이성을 잃고 죽고 싶어했던 것에 대해서는 뉘우치고 있고, 당일 행사장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과격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리하게 행사를 강행한 시측이나, 거짓말과 사기로 일관하고, 몇몇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만 배부르게 하고, 건설사들 배부르게 하는 뉴타운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었다. 23퍼센트 주민들 밖에 추가분담금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뉴타운을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아무것도 모른 채 뉴타운 하면 새집 지어주는 줄 아는 주민들이 불쌍했다. 내 재산도 중요하지만, 뉴타운의 부당성을 알리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현재 서 대표의 사무실은 뉴타운 9구역 반대주민자치회 사무실로도 사용되고 있다. 인터뷰를 한 당일에도 몇몇 관계자들이 함께 동석했다. 이들도 서 대표와 같이 지금과 같은 뉴타운 추진에는 문제가 많다며 부당성을 호소했다.

새마을시장(작은시장)에 권리금을 주고 들어와 단골장사를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보상대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내 자식들을 키워야 하는 생존권 문제라며, 용산참사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뉴타운이 주민들, 영세상인들을 위한 사업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유언비어도 난무하고 있다고 한다. 추진위, 조합측에서 제시한 소유지분 감정평가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세 1억4천짜리 빌라가 어떻게 2억5천만원이 되냐며, 산술방식을 신뢰하지 않았다. 뉴타운 추정분담금과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서도 시인도 안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서 대표는 당뇨병 등으로 아프지만 동의할 수 없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는 여전히 불신과 반목이 가득했다.

머리를 맞대고 뉴타운의 갈 길, 혹은 제3의 갈 길을 찾아도 답이 보일까 말까하는 상황임은 자명하다. 함께 답을 모색하는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초석조차 놓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이는 상황이다.

얼마 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같은 구역 김성배씨는 도시개발 방식이 뉴타운이던, 또 다른 무엇이던 주민들의 화합을 해치고 가서는 안 된다며, 신뢰를 강조했다.

조정자와 중재자, 그리고 주민주도형 사업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행정이 함께 동반자 의식을 갖고 주민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광명시민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광명시민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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