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농작물재해보험입니까?

특약에 할증까지... 실질적인 보상 필요

검토 완료

박재영(qkrwodud1)등록 2012.09.21 14:25
"특약에 할증에, 국비를 지원해주는 농작물재해보험이 농협을 위한 것인지, 농민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수확의 재미를 느껴야 하는 가을. 태풍 볼라벤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복구를 완료하고 수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농작물재해보험으로 속병을 앓고 있다.

힘들게 키운 농작물의 피해를 봐서는 가입을 해야 하지만, 수십만 원의 보험금이 부담되고 이것저것 다 떼고 주다보니 실질적인 보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대다수 태풍피해는 낙과피해와 착과피해로 분류된다. 낙과는 과실이 바닥에 떨어진 경우며 착과는 달려있는 상태에서 입은 피해를 뜻한다. 하지만, 과실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해서 전부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약관에 따르면 낙과의 경우 피해인정계수를 적용해 감수량를 조사한다. 피해인정계수는 떨어진 과일을 정상과실, 50%, 80%, 100%형 피해과실로 분류한다. 여기에 정상과실은 피해인정계수를 0으로, 50%는 피해인정계수 0.5, 80%는 피해인정계수 0.8, 100%는 피해인정계수 1로 계산한다.

한 나무에서 100개의 과실이 떨어졌다고 해도 100의 피해가 아닌, 피해인정계수를 토대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낙과가 발생했더라도 50% 미만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되면 보상을 받지 못한다.

피해과실 x 피해인정계수 = 낙과 감수과실 수
예) 100개의 과실이 50%형 피해과실이라면 100x0.5=50이 감수과실 수로 인정

문제는 농가의 경우 낙과를 판매하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점이다. 떨어진 사과를 분류하는 일손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분류하는 동안 사과가 썩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대다수 농가들은 낙과를 사과즙을 짜내는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럴 경우, 일반적인 판매가격의 1/5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또, 태풍으로 인해 과실이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강한 바람으로 인해 과실끼리, 혹은 나무에 부딪혀 이른바 '멍'이 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실은 심한 경우 판매를 못하기도 한다. 이를 감안해 보험에도 착과 손해로 인정, 보장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착과 손해를 낙과 감수과실수의 단 5%만 보장해줘 논란이 되고 있다. 250개의 과실이 열리는 나무에서 100의 낙과가 발생했다면, 남은 150개 중 단 7개만 착과 손해(멍이 든 것)로 인정된다.

이런 상황이라 일부 농가들이 태풍피해의 적절한 보상을 위해 일부러 멍이 든 과실을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달려 있어서 보상을 적게 받느니 차라리 떨어뜨려 감수 과실이라도 늘리려는 속셈이다.

사과농장을 경영하는 이천영씨는 "떨어진 사과나 멍든 사과는 상품성이 없어 아는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판매하지 않으면 사과즙을 내는 방법밖에 없다"며 "농협에서도 장사꾼에게 5만 원에 팔리는 플라스틱 박스 한 상자를 사과즙용으로 1만 원에 매입한다는데, 50% 미만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 보험과는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것저것 피해를 축소시키지 말고, 떨어진 사과의 80%, 착과손해로 낙과의 15% 이상을 피해로 봐야 한다"며 "비싼 보험료를 내는데 사실상 받는 보험료는 적어 다들 기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농협 관계자는 "수확하고 있는 과실은 떨어져도 팔 수 있다고 판단해 이렇게 적용하고 있으며 착과손해는 정확한 계수가 파악이 안 돼 기준만 정해놓은 것"이라며 "실제 농민들에게 착과손해로 계산되는 비율은 10%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문제는 또 있다. 태풍(강풍), 우박으로 인한 과실피해를 제외한 서리 또는 기온의 하강으로 농작물이 얼어버리는 '봄동상해', 과실 또는 잎이 얼어 생기는 '가을동상해',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나무손해' 등은 특약으로 규정돼 있어 추가로 가입을 해야 한다. 특히, 추가가입으로 드는 비용이 수십만 원 수준이라 농가들이 꺼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무손해보장의 경우. 자기부담금을 100만 원으로 규정해 그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경우에만 보상되며 일반적인 보험과는 달리 한시적인 지급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농업농민정책연구소인 '녀름'이 지난 2011년 10월에 작성한 '농업재해대책 무엇이 문제인가?'에 따르면, 재해보험 가입 경험자의 34.4%가 '제한적인 대상재해'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재해보험 미가입자의 32.1%도 마찬가지로 가입이 꺼려지는 이유로 '제한적 대상 재해'를 꼽았다.

'녀름'은 보고서에서 1헥타르의 과수원을 가지고 있는 농민이 보험에 가입할 때 내는 보험료가 75만원 상당이며 동해나 집중호우를 추가하려면 각각 몇 십만 원씩을 더 내야할 뿐만 아니라, 낙과율이 20%미만이면 보상을 받을 수 없어 부담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문제도 있다. 농산물재해보험의 경우, 자동차보험처럼 한번 보상을 받은 농가는 다음 보험 가입 시 보험금이 할증된다. 특히, 5년간의 할증기간 중 또 피해를 받으면 추가할증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동차는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사고율이 다르기 때문에 할증 적용이 가능하지만, 농작물 재해는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부러 떨어트리고 보험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조항이 붙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거창군농민회 관계자도 "피해보상이 현실에 비해 모자란다. FTA조항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농업에 걸리지 않는 범위 내로 조정해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창인터넷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거창인터넷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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