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모습은 어떤 것? ‘패솔로지’로 확인해

구보댄스컴퍼니, 12~13일 인천 부평아트센터서 ‘패솔로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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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sweetshim)등록 2012.09.05 10:58
오후 8시, 거울이 많이 달린 지하 연습실에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마룻바닥을 딛는 거침없는 발길들. 팔을 쭉 뻗어 어깨를 움직이고 몸을 구부리는 사람들로 잠잠하던 연습실에 활기가 감돈다.

이들은 구보댄스컴퍼니(대표 장구보)의 현대무용 '패솔로지(pathology)' 무대에 오를 무용수들이다.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일주일에 두세 차례 늦은 밤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패솔로지는 9월 12일과 13일 오후 8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무대에 오른다. 공연을 2주 앞둔 지난 8월 30일, 구보댄스컴퍼니 사무실에서 장구보 대표를 만나 이번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구보댄스컴퍼니 ‘패솔로지’ 공연을 준비 중인 구보댄스컴퍼니 단원들. 뒷줄 맨 오른쪽이 장구보 대표. ⓒ 심혜진


현대무용이 난해하다는 편견은 버려

구보댄스컴퍼니는 장 대표가 2000년 창단한 현대무용 전문 단체다. 현대무용은 고전주의(발레)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장르로, 형식과 틀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보댄스컴퍼니는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동안 창작 공연을 꾸준히 선보여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단체로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루머'나 '보이첵' 등 도발적이고 신선한 작품으로 안무상을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안무와 예술감독은 장 대표가 도맡는다. 그는 작품을 만들 때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접근법을 사용한다. 표현주의 무용의 한 갈레인 '극무용'이 그가 선호하는 장르다. 무용에 연극적 기법을 사용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무용수들의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 무대 위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현대무용은 추상적이고 난해하다'는 대중의 편견을 보란 듯이 뒤집어 놓는다.

겉과 속 다른 현대인, 어떤 모습이 진짜일까?

이번에 선보일 작품 제목 '패솔로지'는 병리학이라는 뜻이다. 병의 원인과 발생, 변화에 관한 연구를 하는 학문을 일컫는다. 그는 이 작품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표현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이 있잖아요. 현실 속 자신의 모습과 차이가 클수록 고통과 모순, 그리고 억압에 부딪히죠. 그러는 사이 조금씩 정신이 상처를 받고 병들어 가는데, 그 심리를 인간의 몸과 다양한 장치들로 표현한 작품이에요"

'패솔로지'는 인간의 탄생에서 시작해 현실과 이상의 접점을 찾아 고통을 인정하고 해탈하는 장면까지 담아낸다. 작품 속에서 현실 속 인간의 모습은 생명력 없고 분주하고 건조하게 그려지는 데 반해, 내면의 모습은 호소력 있고 보다 솔직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공연자들이 대사가 있는 연기를 하고 즉흥적인 장면도 연출하는 등, 관객의 흥미를 이끄는 요소가 곳곳에 등장한다.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도 속 모습은 다른 경우가 많잖아요. 인간의 내면은 어떤 모습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엇을 위해서 인간성을 죽이고 기계적으로 살고 있는지… 이번 작품에서 세련된 겉모습과 대비되는 진짜 모습을 확실하게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패솔로지 ‘패솔로지’ 공연 모습.<사진제공ㆍ구보댄스컴퍼니> ⓒ 구보댄스컴퍼니



청소년기에 다양한 공연예술 접해야


장 대표는 아직 우리나라에 무용 공연을 보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연극이나 무용, 콘서트, 뮤지컬 같은 공연예술은 현장성과 경험재적 성격이 있어요. 현장성은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내용과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이죠. 그날, 그 자리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강렬한 뭔가가 있어요. 경험재는, 직접 체험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사람들이 이전에 해보지 않은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죠"

그는 무용은 현재 아예 선택 대상에서 제외돼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다양한 공연 관람이 교육과정에 포함돼야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청소년기에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경험해봐야 해요. 어린 시절에 무용 공연으로 감동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그 감동을 되살리려고 하죠"

그는 그 다음으로 시민들이 스스로 '예술 행위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했다. "공연장을 찾는 것을 넘어 무용에 관심을 갖고 직접 배우는 마니아층이 생겨야 무용도 발전을 하고 공연예술 저변이 확대될 수 있어요. 마치 영화처럼요"

7일까지 예매하면 50% 할인

이번 공연은 구보댄스컴퍼니가 대공연장에서 하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다. 내용을 몸으로 전달하는 현대무용을 넓은 공연장에서 제대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 신경을 많이 쓴 만큼 장 대표는 이번 공연에 거는 기대가 크다.

"4년 전, 처음 이 작품 공연을 보고 울컥하는 감정이 일어났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현대무용이라고 낯설어하지 마시고 많이 와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나이를 막론하고, 공연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패솔로지'는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7일까지 예매 하면 50% 할인 받을 수 있다.(문의ㆍ513-7802)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부평신문사(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주)부평신문사(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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