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나온 좋은 구절 적어놓고 여러 번 되새겨”

[책읽는부평] 독서릴레이 첫 주자 - 홍미영 부평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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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sweetshim)등록 2012.08.29 14:16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책읽는부평' 대표 도서와 자신의 추천도서를 들고 있다. ⓒ 부평구청


'책읽는 부평! 행복한 북펀(Book Fun)'(이하 책읽는부평)이 시작했다. 다양한 곳에서 대표도서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로 독서릴레이가 벌어지고 있다. 그중, 올림픽 계주보다 훨씬 느리지만, 진지하고 책 릴레이 상황을 부평신문에서 중계한다. 릴레이 첫 주자는 홍미영 부평구청장이다. 홍 구청장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배가 고프다"며 침실과 화장실을 가리지 않고 밤낮으로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만화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화책을 봤어요. 저녁이 되면 엄마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그때 나가면 혼나니까 엄마가 가신 다음에 만화방을 나와서 집에 슬그머니 들어가요. 어딜 갔다 늦게 오느냐고 엄마는 야단을 치셨죠. 그때 엄마 몰래 읽은 만화가 지금까지도 생생해요"

월례조회 때마다 구청 직원들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한다는 홍미영(58) 구청장. 그가 기억하는 책에 대한 첫 기억이다. "저 어렸을 때는 책이 많지 않아서 글자 있는 것은 무조건 다 읽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엔 고전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단편소설 이외에는 책을 구하기 어려워 많이 못 읽었죠"

대학에 입학해 읽은 사회서적은 그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선물했다. 특히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통해 역사의 본질과 사회구조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은 여성과 남성 사이의 계급문제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이 책들을 "내 마음에 깊이 스며들어 나를 이 자리에 있도록 해준 책"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그는 '책읽는부평' 선포식에서 구민들에게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레스트 카터)을 추천했다. 그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작년에 강화 삼량고등학교를 방문했어요. 시골의 작은 학교에 보물처럼 예쁜 도서관이 꾸며져 있었어요. 당시 도서관 담당 교사가 이 책을 추천도서로 소개해 놓았더군요. 제목만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홍 구청장은 책을 베트남을 방문하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이웃과 이웃이 자연에 순응해 따뜻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그 삶의 방식이 제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책에 나온 좋은 구절은 반드시 종이에 적어놓고 여러 번 되새긴다. 베스트셀러인 혜민스님의 책과 '청소부 밥'(레이 힐버트, 토드 홉킨스)등 각종 책에 나온 글귀를 적어놓은 두툼한 종이가 클립에 가지런히 꽂혀 그의 집무실 책상 한 편에 놓여 있다.

그가 요즘 관심을 갖고 읽는 책은 명상에 관한 책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마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법정 지음)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아잔 브라흐마 지음)를 펼쳐보면서, 판단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또 리더십에 관한 책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이로나 사회적 지위로나,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티븐 코비의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를 소개하며 접어둔 삶의 한 자락을 펼쳤다. "11년 동안 해온 시의원 생활을 마치고 나서, 나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소중한 가족과 '나'를 놓치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죠. 이후 삶의 방향을 다시 세웠고, 국회위원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그는 책읽는부평을 통해 구민들이 '같은 시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표도서는 기회와 평등, 공평함, 정의 등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에요. 하버드 대학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지음) 강의가 큰 인기를 얻었는데, 우리가 이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면 분명히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음 책 릴레이 주자로 도깨비시장 상인 문희(43)씨가 책을 전달받는다. 홍 구청장은 문희씨에게 "책을 많이 읽으신다는데, 누구보다 부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에서 얻은 지혜로 본인이 행복해지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복이 전달돼죠. 부평을 지키는 든든한 분에게 책을 전달하게 돼서 기쁩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부평신문사(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주)부평신문사(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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