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사토라레라면?

천박하고 야비한 인간성, 벗어날 수 있는가

검토 완료

이성홍(cdstone)등록 2012.07.27 11:00

오래전 사토라레라는 일본드라마를 티비에서 본 적 있다. 주인공의 속마음을 다른 사람이 다 알고 있다는 말그대로 극적인 설정이었는데 (다행히 주인공은 이 사실을 모른다) 이거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내 속마음을 다른 사람이 다 알아버린다면 하루 아니 한 시간, 단 일분도 다른 이를 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의 속내를 들킨다는 일은 내 속의 천박함, 야비함, 부도덕과 부정한 생각의 단편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날 것으로 드러남인데 이를 어찌 견딜 수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면서 굳어지는 생각 중의 하나가 사람의 존재나 근본이 이처럼 천박하고 야비한 것이라면 흔히 도를 구하고 자아를 세우고 나아가 천지간 조화와 합일을 구하고 하는 일은 애당초 사람이 취할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건 속내를 꽁꽁 싸매거나 저 깊숙한 곳에 감추고 살 수 있음에 안도하는데 그럼에도 천박하고 야비하다는 말을 듣거나 하게 되는 건 왜일까. 아마도 직접적 이해관계가 부딪으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만들어지는 탓일 게다. 요즘 이른바 진보정당을 둘러싼 모습을 보면 궁지에 몰린 이들의 속내가 드러나면서 갖은 원색적인 표현으로 칼춤을 추고 있지 않은가. (이를 이전투구라든지 보따리 싸움으로 바라보는 시각 또한 틀리지는 않겠지만 적확한 지적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둘러싼 싸움이라면 당연한 모습 아니겠는가)

 

그런데 또 하나 큰 걸림돌이 있으니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이나 망이다. 물론 천박하고 야비한 속내가 아니라 포장된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받음으로써 중심이 되고자 하는 것인데 아주 근본적이거나 숙명적인 욕심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람은 혼자 살기 어렵거나 관계의 동물이라고 하는가 보다.

 

여기에는 포장이나 쇼잉의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방도 이를 알아줄 것이라든지, 누가 뭐라 하든 나만 반듯하면 끝내 통하리라(이게 오버하면 후세가 알아주리라, 또는 역사가 판가름하리라 쯤 된다)는 고전적 또는 통속적인 스토리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심이나 반듯하다는 것이 사람의 자질이거나 품목이 아닌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이 서툴고 부족할 때 날 것의 속내가 드러나거나 흔히 말하듯이 유치하거나 치졸하거나 비루하고 천박한 모양을 띠게 되는 것 아닐까.

 

그러니 도덕군자라 함은 또는 인간(성)을 함양하는 것은 이러한 기술을 연마하고 매진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이때의 기술이란 단순한 테크니션을 말하는 것이 아닐 게고 또 고급의 기술이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억지나 과장이 아니라 속에 지닌 것을 유연하고 자연스런 포지션으로 갖고 오는 일일 것이다. 대개는 이 또한 타고나는 경우가 많은데 연마하고 매진하면 이를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 성취감은 매우 클 것이며 이른바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도이고 내가 이루고 싶어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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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말씀

 

어릴 적 내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이렇게 얘기가 풀려야 되겠지만

다행히 그런 말씀 없었다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라'

그렇게 말씀하셨나

어머니는 아무 말씀 없었다

어머니는 진즉에 알고 계셨던 거다

필요한 것, 원하는 것

욕(慾)이고 망(望)임을

내 발목을 잡을 것임을

혹 어머니는 잰 손가락 입술에 갖다 대며

'모자람과 비움'의 비전(秘典)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닐거다

한 번 씩 꿈꾸어보는

'한 모금 샘물과 한 덩이 주먹밥',

그게 더 큰 욕망임을 모르지 않았을 터.

아니, 어쩌면 어머니는 가장 큰 욕망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삶은

살아가는 것이기보다

살아지는 것이고 살아내는 것임을

그리하여 '살아 있음'보다

더 큰 욕망은 없다는 것을

그래,

'살아라, 살아 있어라' 하셨겠다

 

 

생명솟음을 보여주는 새순 ⓒ 이성홍

덧붙이는 글 | 내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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