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와 PD수첩 수난사(1) 피디수첩 작가 전원 해고사태

PD수첩 수난사를 통해 본 이명박 정부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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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hansa84)등록 2012.07.27 10:40
  최근 MBC 사측이 피디수첩 작가들을 전원 해고해 한바탕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한 번 이명박 정부 특유의 '미운 놈 밥 줄 끊기' 전술이 발휘된 것이다. 물론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 MBC 사측이 피디수첩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온갖 압박을 펴며 안달복달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해고 사태 역시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피디수첩을 굴복시키기 위해 펼쳐온 여러 비열한 작태들을 '역사기록'의 차원에서 총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야기된 '피디수첩'의 '수난사'는 결국 이명박 정부의 내면과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피디수첩의 수난사 속에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 탄압·검찰을 동원한 정권 보위·민간인 사찰과 같은,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반(反)민주적 전술'이 총망라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가 피디수첩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탄압을 가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 촛불집회 당시부터였다. 그러니 이때를 피디수첩 수난사의 시작점으로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수난사의 종착점에 이번 피디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가 놓여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사실상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정부와 피디수첩은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셈이다. 일단 이번 작가 해고 사태에서부터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피디수첩의 수난사를 하나씩 정리해본다.

이번 피디수첩 작가 해고 사태의 성격과 의미 : 악랄함과 비인간성

MBC 사측이 다시금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상 초유의 짓을 저질렀다. 역시 이번에도 타킷은 'PD수첩'이었다. 사측이 6명의 피디수첩 작가들을 기습적으로 전원 해고한 것이다.
다 알다시피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 영합하며 언론으로서의 소명을 망각해온 사측에 반대해 MBC 노조는 무려 170일간 파업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도 다양한 형태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번 파업은 아마 세계 언론사상 가장 장기간 전개된 방송사 파업으로 기록에 남을 것이다. 그만큼 MBC노조원들은 끈질기게 맞섰다. 하지만 방송사상 최장기 파업이 전개되고 있어도 MBC사측과 이명박 정부는 마치 '불감증 환자'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뻔뻔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노조가 요구한 김재철 사장의 해임 역시 결코 실행되지 않았다. 이런 속에서 MBC 노조는 지난 18일 마침내 파업에서 복귀했다.
하지만 노조 복귀 첫날부터 그동안 퇴진 대상으로 전국민적 지탄을 받아온 김재철 사장은, 마치 자신이 '승리자'인냥, "상사의 지시에 불응한다든가, 동료에 대한 위협 행위가 발견되면 사규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며,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사규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는 엄포를 놓았고, 이어 대대적인 보복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피디수첩의 조능희 PD와 송일준·오동운 전 피디수첩 피디는 그동안 맡아온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부서에 배치됐다. 이 조치에 대해 "사실상 피디수첩팀을 와해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한겨례신문』7월 18일자) 사실상 노조가 복귀한 시점부터 'PD수첩 죽이기 작전'이 개시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 의혹은 이번 피디수첩 작가 해고사태로 완벽하게 기정사실화 됐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눈엣가시'로 여겨 온갖 압박을 가하던 PD수첩을 대상으로, MBC 사측이 또 한 번 정부의 뜻에 철저히 영합하는 짓을 벌인 것이다. 그러면 이번 사태는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
먼저 피디수첩 작가들을 해고한 까닭에 대해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은 "기존작가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며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작가를 퇴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기존 작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사실은, 이번에 해고된 6명의 작가(정재홍, 장형운, 이소영, 이화정, 임효주, 이김보라)들이 그동안 제작해온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이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은 '광우병 파동',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김종익씨 민간인 사찰',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으로, 정부·여당의 '아킬레스건'과 '심기'를 거의 해당 사안마다 '최초'로 건드린 것들이었다.
그러면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는 설명은 일리가 있는가? 일단 이들 작가들은 길게는 12년을 비롯해 오랫동안 피디수첩 제작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탐사보도를 위주로 하는 시사전문프로그램에서 '전문성'과 '노하우'가 '생명'임은, 그야말로 상식에 속한다. 더구나 이들 작가들은 그동안 프로그램 제작에 온갖 노고를 다 바쳐왔고, 언론인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했다. 오히려 MBC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분위기를 쇄신'하려면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김재철 사장부터 물러나고 그동안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온 MBC 조직을 바로잡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번 사측의 조치가 너무나 '비인간적'이라는 점이다. 일단 해고 자체가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 적어도 10여년 넘게 방송사와 프로그램을 위해, 또 언론의 사명을 위해 일해 온 이들에게 사측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분위기 쇄신' 따위의 애매한 이유를 들먹이며 하루 사이에 해고를 통고한 것은 '인간성의 상실'이라 할 만하다. 더구나 이들 작가들은 170일에 달하는 장기간의 파업으로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을 것임이 자명하다. 그런데 그런 이들에게 '날벼락 같은 해고'를 통보한 것은 이들이 '생활인'이라는 '약점'을 교묘하게 악용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악랄하고 비인간적 처사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MBC구성작가협의회는 성명에서, "부당한 사유가 아닌 이상 프리랜서 신분인 작가들은 최소 한 두 달 전 사정을 설명하고 작가교체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게 관례인데 이번 작가교체는 당사자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6개월 넘는 파업기간동안 생업을 잃으면서도 묵묵히 감내하며 복귀를 준비하던 작가들에게 날벼락과 같은 일"이라고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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