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협력의 근본 이유는?

김이경의 좌충우돌 북한경험담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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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하나(krhana)등록 2012.07.06 14:53

김이경의 좌충우돌 북한경험담 <그림. 서영준 화백> ⓒ 겨레하나


나는 수없이 북한을 드나든 몇 안 되는 남한 사람일 것이다. 한 100번 쯤 될까?

일반 관광이나, 기자로서가 아닌 '협력사업자'로서의 방북이었다. 처음에는 3년간은 6.15, 8.15 등 남북공동행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그 이후에는 인도적 대북 지원단체의 사무총장으로, 인도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문화교류를 논의하기 위해서, 어떤 때는 한 달에 서너 차례 평양 개성 금강산 등 북한을 찾았다.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를 서로 조정하여 공통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에게 너무 당연한 상식도 상대편에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서로간의 오해가 축적되어, 협력사업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심정을 열정적으로 토로하다보면 상대방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게 되고,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화가 완전히 단절되고 소통이 먹통 되는 순간들도 왕왕 있다.

그럴 때 남쪽 인사들은 북이 남쪽의 실정도 모른 체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협력 등에서 북이 너무 진입단가를 높게 책정해, 남쪽이 받아드릴 수 없는 무리수를 둔다는 것이 말들이 무성하게 나돈다. 또 사회문화교류에서, 북이 남쪽을 외국과 달리 높은 진입장벽을 친다거나, 혹은 제한규정을 강화해서, '동포애' 운운하면서도 오히려 남쪽을 압박하고, 결과적으로 불공정한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 모두 북이 남북교류협력을 하는 근본 이유는 '물질적 성과' 혹은 '대가'라고 보는 견해에 속한다.

대북사업, 대가냐? 동포애냐? 무엇이냐? 대북사업을 진행하면서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를 조정하여 공통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그림. 서영준 화백> ⓒ 겨레하나


그러나 북한은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과 달리 이윤 창출을 목표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즉 '사회주의적 이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이다. '사회주의적 이념'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남북 협력사업에서의 '사회주의적 이념'은 때로는 '물질적 성과'일 수도 있고, 때로는 그들이 말하는 '통일전선적 연대의 효과를 고려한 정치적 행위'일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역사적 평가와 대중적 시선'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매 상황마다 그들의 판단의 중심이 무엇인지를 남쪽에서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보니, 북은 양파처럼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집단이며, 북의 결정방향에 대해서는 늘 예측불허라는 평가가 더 객관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자본주의적 인식'과는 전혀 다른 '사회주의 북한' 사람들의 사고체계의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그들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를 찾아내고, <그 차이를 뛰어넘는 합의점 마련의 방도>를 마련하지 못하면 사실상 협력사업의 성사는 불가능하며, 더 나아가 남북화해협력의 길은 더 멀고 험난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느낀 분단 60년을 훌쩍 넘으며 <협력사업>을 하게 된 남과 북의 여러 풍경들을 스케치하고, 갈무리하며,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던 여러 가지 소회들을 축척하기 위함이다.

아직도 썩 자유롭지 않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 이를테면 <주적>인지, 아니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인지 그 애매모호한 헷갈림과 이질감을 염두에 두고, 다른 한편으로는 뜨거운 동포애적 정을 심장으로 느끼면서, 협력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그 어디메쯤 반드시 기록으로 남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그동안 북한을 오고갈 때마다 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속의 <북한>과 실제 <북>의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남북이 함께 창조해야할 새로운 길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했다. 지금도 그 새로운 길을 어찌어찌 개척해야할지 명료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 에피소드를 적어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어쩌면, 사람들이 훨씬 더 명확하게 나에게 길을 일러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하다.

각설하고, 남북관계도 가장 최악인 지금, 시간 있을 때, 그저 기록을 적어보자. 글 전체의 체계라든가, 짜임새라든가 그런 저런 고민을 하다보면 아마 끝까지 시작조차 하지 못할 것 같다. 그저 생각하는 대로 두서없이, 메모장을 만들어 두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겠다. 정리는 나중에! 좀 두서없어도 그게 시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아직도 표현의 자유가 그다지 넓지 않은 상황에서, 미처 쓰지 못한 내 마음자리의 어수선함까지 이 글을 읽는 네티즌들은 헤아려주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분들의 피드백을 기대하며, 하나씩 시작해보자.
덧붙이는 글 김이경 시민기자는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사무총장으로 이 기사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블로그, 통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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