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의 ‘막말’, 하태경의 ‘망언’ 그리고 언론

임수경을 사설로 꾸짖은 조선, 중앙은 하태경도 같은 잣대를 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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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두만(limdoo1)등록 2012.06.04 14:14
민주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 대학생 관련 실언이 어제가 일요일임에도 전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하면서 뜨겁게 인터넷을 달궜다. 관련기사의 댓글만 봐도 그 뜨거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기다렸다는듯 조선, 중앙일보는 사설까지 동원, 임 의원 비난에 나섰다.

임수경의 발언은 일요일인 3일, KBS MBC SBS YTN MBN까지, 전 방송사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핫 이슈였다. 인터넷은 임수경이 보이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도배되었다. 아니나다를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4일자 신문 사설에 재목조차 현란하게 하여 눈을 어지럽힌다.

물론 이들 반 민주당 언론 말고도 한겨레 경향 등도 이 발언은 다뤘다. 과연 임수경의 탈북 대학생 관련 발언이 이처럼 전 언론에서 다뤄야 하는 뜨거운 뉴스인지.... 어떻든 임수경은 평양방문 이후 다시 핫 뉴스원으로 전국적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 새누리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임수경의 '의원자격 운운'까지 나왔다.

나는 이처럼 핫 이슈가 된 임수경의 실언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임수경의 발언이야말로 언론과 새누리당에겐 그야말로 호재였을 거라는 판단을 했다. 하여 적에게 이런 호재를 제공한 임수경 의원의 경솔을 꾸짖지 않을 수 없다. 임수경, 정말 잘못했다. 

그러나 임수경 의원이 이 발언을 문제 삼아 해당 당사자라고 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의 인터뷰를 기사화 한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의 대응은 우습다 못해 치졸하기까지 하다.

임수경의 발언이 알려진 직 후 데일리안은 하태경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을 싣는 등 공세적 보도태도를 보였는데, 그 인터뷰에서 하태경은 "술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절제력이 없어 보이지 않나"라는 한마디로 임수경 의원의 공인자격을 지적했다. 하태경과 임수경은 한 때 가까운 동지였음에도 지금은 첨예한 적으로 마주 선 역사의 아이러니도 문제지만 특별히 하태경이 임수경을 꾸짖는 세태나 이를 기사화 한 언론, 우습지도 않다.

더구나 임수경의 이런 '개인사'적 발언에 사설로 질타한 조선이나 중앙은 하태경 의원의 독도망언과 친일파인 최남선 이광수 미화 발언에 대고 의원자격 운운한 사설을 쓴적이 없다.

임수경 관련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脫北者는 변절자"라는 임수경 의원 祖國은 어딘가?>다 하지만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다. 다만 하태경의 전향을 옹호한 내용만 돋보인다.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탈북자는 변절자" 임수경 의원 자격 있나?>다. 물론 그 내용도 조선일보와 대동소이하다. 때문에 이들의 이 같은 공격적 제목은 제목만으로 임수경 사건을 침소봉대하겠다는 치졸한 발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언론사들의 하태경에 대한 보도 태도는 어땠을까? 하태경 의원은 2005년 서울대 동문회보에 게재된 글에서 독도에 관해 "독도는 국제적으로 분쟁지역으로 공인되어 있기 때문에 전쟁 아니면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썼다.

또 최남선·이광수에 대해서는 "그들은 친일파이지만 반민족행위자는 아니다"라며 "그들 나름대로 민족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현실주의적 노선을 견지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친일파에 대한 전형적 미화다. 이뿐 아니다. 하태경 의원은 "적어도 일제 시대에 한국이 근대화됐다는 것은 이제 어떤 입장이 아니라 팩트"라고도 썼다.

더구나 하태경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자신의 글이 노출되면서 후보직 사퇴 주장이 나오자 "내가 볼 때 살아 있는 노인네들 거의 99% 이상 친일한 사람들. 을사조약 이후 일제가 거의 50년간 지속되었는데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친일 안하고 못 배겨 "등의 인터뷰로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없음을 강변했다. 자신의 친일적 사고(思考)가 정당하다는 것.

이런 하태경의 독도 망언과 친일 미화 등에 대한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들의 보도태도는 철저한 묵살, 즉 감추기였다. 하 의원의 후보시절 민족문제연구소, 정대협 등의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했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에서도 후보사퇴에 대한 공세를 취했지만 데일리안은 당시 하태경 후보의 입을 빌려 "분쟁지역 발언은 대응논리는 짜자의 의미'라는 옹호일변도 기사로 대응했을 뿐 조중동은 철저히 묵살했다.

나는 임수경의 실언을 옹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임수경이 술에 취했든 아니든, 또 그가 탈북 대학생이든 일반 대학생이든 당사자가 있는데서 '변절자' '새끼'운운하는 '실언'을 했다면 그것은 자적받아야 마땅하고 백번 사과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하태경의 망언은 임수경과 질을 달리한다. 하태경도 인정했듯 임수경은 취중이었다. 그리고 보좌진과 대학생들이 있었으나 장소는 사석이었다. 임수경의 '망언'은 '취중실언'이었다는 것. 물론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이 실언을 할 정도로 술에 취한 것은 또 지적받아야 하나 어떻든 술자리였음에 면죄부에 대한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하태경의 망언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이 안 된다. 서울대 동문회보에 기고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쓴 글에서 '독도는 분쟁지역'이란 내용을 담을 정도면 그의 독도관련 사고(思考)는 그 생각 자체가 이미 친일로 경도되어 있음이다. 특히 지금까지 독도를 대한민국 정부가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글이다. 최남선 이광수에 대한 친일미화도 마찬가지...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최남선과 이광수의 친일행각은 아주 자세하게 적시되어 있다. 이들은 어떤 이유를 붙여도 친일파요 친일파 중의 가장 악질이다.

최남선은 일제 식민사학의 총본산인 조선사편수회 위원으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총독 자문기구인 중추원 주임관 대우 참의를 역임했다. 그는 일본의 고유신앙인 신도를 보급하고, "조선문화의 일본화야말로 당면한 문제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이라며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말살하는 데 앞장선 장본인이라고 친일인명사전은 기록하고 있다.

또 만주 친일 신문 <만몽일보>와 <만선일보>의 편집고문을 맡아 일제의 만주침략과 재만조선인의 친일화에 적극 앞장섰으며, 심지어 만주국 친일관료 양성기구인 만주건국대학 교수로 부임해 조선인 친일파 관리를 길러낸 만주 친일파의 대부이기도 하다.

특히 동남지구특별공작위원회의 고문으로서 재만조선인 항일유격대를 '토벌·선무'하는 데 가담한 인물이다. 쓰려면 한정이 없다. 일제가 조선인 징병제를 실시하자 재일본 조선인 유학생들을 학병으로 나가라고 하는 것으로 조선인 청년들에게 천황을 위해 개죽음을 요구하고 조선인 항일유격대마저 선무공작하며 친일파 양성까지 도맡았던 인물이다.

그럼 이광수는? 조선문인협회의 회장 또는 조선문인보국회의 이사였던 그는 전선병사위문대·위문문 보내기 운동을 주창하고, '지원병 장행가' '애국일의 노래' 등을 작사 "끌려가는 일본 국민이어서는 아니 된다. 자발적, 적극적으로 내지 창조적으로 저마다 신체의 어느 부분을 바늘 끝으로 찔러도 일본의 피가 흐르는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창씨를 개명, "천황을 우리 임금님으로 받들어 모시고 모든 것을 바치라"고 요구한 악질 친일파가 이광수다. 이런 이광수의 친일 작태를 두고 당시 사람들은 '미친 광수(狂洙)'라고 부르기도 했다. 더욱 용서가 안 되는 것은 이광수는 해방 후에도 자신의 친일을 뉘우치지 않고 궤변으로 일관,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데도 하태경은 최남선과 이광수를 향해 "그들은 친일파이지만 반민족행위자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또 "그들 나름대로 민족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현실주의적 노선을 견지한 것"라고 옹호했다. 따라서 하태경의 옹호논리라면 이 땅에 친일파는 단 한 명도 없는 셈이다. 그래도 조중동은 하태경의 이런 발언을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햤으니 보호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절대로 논란거리조차 만들지 않는다.

만약 조선일보가 이런 하태경에 대해 <친일미화 하태경 후보, 그의 조국은 어디인가?>라는 사설을 썼거나 중앙일보가 <"독도망언 하태경 후보" 국회의원 자격있나?>라는 사설을 썼다면 지금 국회의원이 아닐 것이다. 박근혜가 조선 중앙의 이런 질타를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므로 하태경은 후보를 사퇴했고 이미 다른 이가 뱃지를 달았을 것이다.

그래서다. 조선과 중앙의 사설이라는 궤변에 진보진영은 전혀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반 새누리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임수경 논란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 MB방송으로 전락한 방송국 뉴스들에서 어떤 궤변이 쏟아져도 대응할 필요가 없다.

이미 임수경 의원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하태경 의원은 지금도 자신의 친일행각에 오불관언이다. 이것만 봐도 임수경의 발언은 '취중실언'이지만 하태경의 '망언'은 '확신범'이다. 한마디로 임수경은 '친북'이 아니지만 하태경은 '친일파'란 결론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 운운은 하태경에 대고 해야지 취중 실언 좀 한 여성의원에게 할 것은 아니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취중에 제수를 성추행 했다고 변명하는 제수성추행 의원도 옹호하는 정당 아닌가? 조선, 중앙, 새누리당 대변인, 우리 번지수는 제대로 찾자.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인터넷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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