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촛불 1년… 대학생들에겐 무슨 일이?

-133명에게 무차별 벌금 폭탄… 총액 1억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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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은(pje0920)등록 2012.05.10 17:35
'지난해 반값등록금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150만 원짜리 벌금고지서를 받았습니다. 부모님과 상의 끝에 어렵게 벌금을 마련해 납부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다른 200만 원짜리 벌금고지서가 또 나왔습니다. …(중략)… 지금은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큰 집회가 예정되어 있던 시청광장 한쪽에서 열린 기자회견 내용에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뒤를 흘끗 흘끗 돌아보았다. '반값등록금 대학생 벌금대책위' 선포를 알리는 그 날의 기자회견에는 지난해 '반값등록금 촛불' 참가를 이유로 수백만 원의 벌금을 받게 된 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었다.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는 학생의 이야기는 들을수록 더욱 기가 막혔다.

연간 천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문제가 사회의 화두가 된 2011년. 매 학기 등록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던 김씨는 그해 반값등록금 촛불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 학기 등록금에 가까운 규모의 벌금들이 나온 것. 등록금도 내기 어려운 세상, 반값등록금 구호를 열심히 외쳤는데 돌아온 것은 등록금에 이어 벌금까지 두 배로 커진 고통이었다. 그런데 더 기막힌 것은 이게 그 학생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위 친구들, 선후배들이 겪는다는 이 무시무시한 고통. 그 고통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반값촛불 1년. 과연 대학생들에게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4일 기준으로 '반값등록금 대학생 벌금대책위'에서 집계한 것만 해도 133명에게 총액 1억 1295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개인당 15~500만 원까지의 고지서가 날아든 것이다. 아직 고지서가 나오지 않은 경우까지 생각하면 추후 벌금 합계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벌금뿐만 아니라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 몇 명은 검찰에 기소를 당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그 중 한 학생에게는 검사가 징역 6개월을 구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이 당한 부당한 사례는 벌금과 재판 등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도 기사화되었듯 학생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게 팔을 꺾고, 목을 조르는 등의 폭력성이 알려진 바 있으며 수갑을 채우거나 실신에 이른 학생을 방치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여학생에게 속옷 탈의를 강요하는 등 인권침해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였고 연행이나 별도의 일이 없었음에도 불법 채증만으로 소환장이 날아오는가 하면, '벌금 100만원을 *일까지 입금하라'는 문자고지가 앞뒤 설명 없이 오기도 했다.

폭압적인 사례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환에 응하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 집으로 찾아가거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받을 때까지 수없이 전화를 하며, 심지어 가족들과 가족의 직장에까지 연락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야말로 두 손, 두 발 다 들고 순순히 항복하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 가족들까지 고통을 겪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아야 했던 것이다. 출두를 하여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는 검경이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강요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반성문을 작성하고, 뉘우친다면 형을 가볍게 해주겠다는 것.

반값등록금 요구. 약속을 했으나 그것을 부정하고 공약을 이행치 않는 이들과 이것을 지키라고 외치며 촛불을 들었던 이들. 과연 누가 나쁜 것인가. 약속을 지키라고 한 것이 벌금을 내고 재판을 받아야 할 일이라면 적어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이들에게 먼저이지 않을까.

고액 등록금의 부당함, 그 문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에게 등록금에 버금가는 벌금고지서를 안기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구조인가. 더욱이 우리나라와 같이 OECD국가와 비교해서도 국가의 교육재정 투입이 적고, 민간의 부담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 한다면 국가차원에서 이 '교육'을 어떻게 해나가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 얼마 후면 반값등록금 촛불 1주년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등록금 문제, 실현의 그 날이 아직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 반값등록금. 이 속에 학생들은 여전히 생활의 전선으로, 또 죽음을 고민하며 이 봄을 봄처럼 보내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은 살고 싶다'는 구호, 그 구호가 5월의 바람에 녹아 아직도 광화문 광장을 숨죽여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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