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Republic

한반도를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인 새누리당

검토 완료

이명재(lmj2284)등록 2012.04.13 14:17
보수적 인생관을 갖고 살아가는 지인(知人)으로부터 사진 한 장이 카카오톡으로 전송되어 왔습니다. 4.11총선 결과에 대한 사진입니다. 한반도를 반 토막 낸 남쪽 땅에 당선자를 낸 정당을 색깔별로 표시한 지도였습니다. 온통 붉은 색입니다. 그야말로 '붉은 공화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지인은 별 생각 없이 제게 이 사진을 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보아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붉은 색은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색깔입니다. 좌경 사상을 가리킬 때 쉽게 붉은 색을 들이댑니다. 해방 이후 우리 반도는 남북으로 나뉘었습니다. 북은 공산주의를 남은 자본주의 사상을 좇게 되었습니다. 남쪽에서는 이 자본주의 체제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사람들에rps 붉은 색깔을 칠해서 삶을 옭죄었습니다.

바둑에 꽃놀이패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꽃놀이패는 왔다 갔다 하면서 패를 두어도 잃을 게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상징색 붉은 색을 보면서 바둑의 꽃놀이패를 생각하게 된 것은 왜일까요. 한반도의 남쪽을 붉은 색으로 도배를 해도 총선에서 승리했으니 적어도 색깔로 정죄당하는 일로부터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붉은 색도 사용하는 사람 또는 단체에 따라 다른 사유(思惟)와 판단 결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진보를 내건 통합진보당이나 개혁을 앞세운 민주통합당이 붉은 색으로 이번 총선을 치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극우 집단들로부터 좌경 용공 종북 집단이라고 집중포화를 맞았을 것입니다. 선거 자체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대표에서부터 후보 나아가 운동원들까지 온통 붉은 재킷을 입고 전국을 누볐습니다. 그리고 국토를 붉게 물들였습니다.

이데올로기는 관념의 산물입니다. 사회의 지도자연(然)하는 사람들이 좌우 이데올로기를 안방에서 사랑방으로 드나들듯이 지향하는 이념을 쉽게 바꾸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허기사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1961년 5.16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도 한 때 좌경에 빠져서 인생을 고민할 때가 있었다고 하니까요. 범부들이야 두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총선 결과 색깔로 표시된 정당 지지도를 보니까 상징 색깔로는 붉은 색 투성이지만 그래도 절묘한 분할을 한 것 같군요.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호남이 민주당의 상징색인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는 반면,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는 붉은 색 일색입니다. 대구를 포함해서 제가 살고 있는 경상북도는 27대 0, 강원도는 9대 0으로 되어 있군요. 경상남도는 16석 중 민주당과 무소속에 각 1석씩을 내주었을 뿐 14석을 새누리당이 차지했습니다. 그야말로 독식이요  석권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은 거주 인구의 수로 선거구를 나누어 뽑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인구밀도가 높은 곳은 지도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게 나타나게 됩니다. 혹자는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동여서야(東與西野)란 표현을 썼습니다만 여당이 승리한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는 인구밀도가 낮고, 야당이 승리한 경인지역의 수도권은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정당의 상징색이 차지하는 면적이 좁게 됩니다. 이것이 한반도 남쪽을 온통 붉은색으로 칠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생각보다 많은 의석을 낚았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사실 민주당이 통합과 혁신 그리고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와 정치적 통합을 하고 나서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습니다. 그땐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100석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급기야 발등의 불을 꺼보자며 박근혜를 비상대책위원장에 앉혀 총선에 임할 정도였으니까요. 박근혜는 당명까지 새누리당으로 바꾸어 사력을 다했습니다.

반면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헛발질을 계속 해 댔습니다. 한명숙 대표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패착을 수없이 두었습니다. 사무처 요원을 뽑는 데서부터 공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국민의 생각을 읽는 것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공천에서는 변화와 발전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무시하는 결과를 내놓고도 그런 사실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항간에서는 보수당 새누리당보다 덜 개혁적인 공천을 했다며 수군거렸습니다. 대표적으로 새누리당은 이주여성과 탈북자 등 사회적 소외자들을 비례대표 당선권 안에 배치했지만 민주통합당에서는 계파 힘 겨루기 끝에 사회적 명망가 중심의 그렇고 그런 사람들을 비례대표 후보자로 공천을 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을 'Red Republic'으로 달았습니다. '붉은 공화국'이란 뜻입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이런 표현을 쓰면 이적 행위에 해당되어 당장 여론의 몰매를 맞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는 벗어 나 있습니다. 더욱이 보수 여당인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당의 상징색 'Red(紅)'로 전국을 온통 물들인 것은 붉은 색과 공산주의(좌경)의 연결선을 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사람의 삶입니다. 색은 좋았다가도 싫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데올로기와 상징색도 절대 불변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국가와 국민에게 기여한 부분은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레드 컴플렉스'를 불식시켜 준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새누리당이 역사에 큰일을 해 낸 것은 이런 데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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