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의 PD표 ‘21세기 가족’이 당신에게 말을 건다면? 대답, 부탁해요~!

일요일 밤 10시 50분 tvN 시츄에이션드라마 ‘21세기 가족’

검토 완료

허정윤(god1303)등록 2012.03.20 21:06
"제가 뜻한 바가 있어서 정신과를 지원한 거예요. 그런 저한테 돌팔이라니! 저 O형처럼 보이시죠? 저 A형입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성기'(이훈)가 하소연을 한다.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아내 '이금표'(오윤아)에게 하는 말일까? 아니면 장인 '이덕화'(이덕화)에게 하는 말일까? 두 사람 다 아니다. 바로 시청자, 지금 '성기'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당신에게 하는 소리다.

- '송창의PD 사단'의 21세기 가족은 명품 프로그램의 계보를 이어 갈 수 있을까?

11년 만에 송창의 표 시트콤이 돌아왔다. 송창의PD는 '남자 셋 여자 셋', '세 친구'등 인기시트콤을 연출한 경력의 배태랑 연출가다. 그는 총 12부작으로 예정된 tvN 주간시트콤 '21세기 가족'(연출 이민철 극본 김현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한 배를 탄 제작진도 걸출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의 김현희 작가와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남편이 죽었다'의 이민철PD가 연출을, tvN '막돼먹은 영애씨'의 스태프들이 함께한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팀워크는 항상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들의 조합이 또 하나의 '명품 시트콤'이 탄생할지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평범한 가족? 이상한 가족? 이 정체 모를 '21세기 가족'은 시청자들과 사귈 수 있을까?

11일 밤. tvN '21세기 가족'이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그전 프로그램이었던 '막돼먹은 영애씨'가 시즌9까지 골수팬까지 확보하고 시즌10을 준비하기 위해 휴식을 가진다. 그 공백기에 '명당' 자리를 차지한 '21세기가족'들! 오랜 기간 시청자와 희노애락을 함께했던 영애씨의 빈자리를 '21세기가족'이 채워줄 수 있을지, 주목해 볼만 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오랫동안 본인의 팬클럽 회장이었던 20살 연하 오은미(오승현)와 재혼한 전직 슈퍼스타 아버지 이덕화(이덕화), 그의 재혼한 첫째 딸 금표(오윤아)와 두 번째 남편인 정신과 의사 이성기(이훈)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소개되었다. 조금 억지스러운 감이 있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금표의 첫 아들 봉수의 이름을 개명할 때부터 부부는 의견이 부딪친다. 금표는 '이명박', 성기는 '이황'으로 봉수의 이름을 바꾸길 원했다.
이때 부부는 자신들을 시청자에게 직접 소개하고, 어떤 이름이 더 좋은지도 시청자들에게 묻는다. 가족에게는 숨기고픈 그들의 속사정을 인터뷰로 듣는 건 시청자뿐이다. 고민이나 심경을 토로하는 화면 속 인물들의 말을 듣다보면 어느새 그들과 비밀을 공유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이렇듯 극중 인물과 시청자를 대면하게 함으로써 실제 '관계'를 형성하고자 했다.
그 외 가족으로도 매번 남자에게 차이고도 금방 사랑에 다시 빠지는 금.사.빠 여PD인 둘째 딸 은표(이미도)와 청년실업 시대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소방관 지망생 막내아들 동표(강원)도 '21세기가족'의 구성원이다. 첫 회에서부터 넉살좋게 다가오는 가족들에게 시청자들이 마음을 열고 소통해 줄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우리 사회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줄 시츄에이션 드.라.마

그런데 타이틀이 조금 어색하다. 시트콤 제작의 귀재라고 불리는 송창의PD가 드라마를 만든다고 한다. 시츄에이션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가 '21세기가족'의 부제다. 첫 회에서부터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영상미와 각도를 보여주는가 하면 심도 있는 클로즈업 기법을 선보였다. 이런 것들이 참신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말하긴 아직 이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송 PD에게 여느 주말 연속극이나 일일 연속극에 나오는 가족을 바라는 건 무리라는 사실이다. 송 PD는 이번 작품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적어도 모두 한 가지씩 결핍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모인 것이 가족이다. 현 사회에서 일어나는 가족의 문제를 재치 있게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송 PD의 유쾌하고도 진지한 도전과 더불어 연기자들의 연기 도전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몰고 왔었다. 더불어 정극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덕화와 오윤아 같은 배우들의 연기 변신도 시청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 '가족'의 의미를 되세길 수 있길

1화 에피소드에서는 아들 동표의 친구 지섭이 덕화의 젊은 아내에게 대쉬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지섭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내를 본 덕화는 늙는 것이 서럽고, 질투가 치밀어 오른다. 마침 아내의 생일, 덕화는 회심의 일격으로 아내에게 다이아 목걸이를 선물한다. 그리고는 시청자들에게 찡긋 윙크를 날리곤 말한다.

"지가 만날 암벽에 매달리면 뭐합니까? 남잔, 능력이죠! 하하하하"

덕화의 사랑의 표현이라고만 여기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사실 이 장면이야 말로 물질만능주의의 단편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극이 전개 될수록 인물들이 각자의 현실을 극복해 진정한 '21세기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여러 채널에서 쉴 세 없이 드라마와 시트콤을 쏟아낸다. '가족'이라는 기반을 잘 살려서 진정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가족상을 보여주는 시츄에이션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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