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왕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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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용(swat4321)등록 2012.01.10 18:20
최근 불거진 학생들의 이른바 '왕따' 문제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러고 보니 얼마 되지 않는 직장 생활동안 기자도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이 '왕따'를 당하는 것을 겪은 바 있었다.

그때는 별 문제의식 없이 서로 성격 차이가 있다보니 그러나 보다라고 넘겼는데 지금에 이르러 여러 기사들과 피해 사례들을 보니 그때 피해자였던 동료들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조금 이나마 이해가 된다.

30대 중반에 과장으로 이직한 김 과장은 입사 초반만 해도 같은 여직원들과 곧 잘 어울렸다. 원래 시원시원하고 쾌활한 성격인데다 나이 어린 여직원들과도 잘 통하는 '쿨'한 과장님으로 통하는 등 직장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모든 성격이 그렇듯 장단점이 있는데 김 과장은 모든 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대꾸하곤 했고, 과장으로서의 책임감보다는 그저 친한 친구 같은 역할만을 하는 경향도 있었다.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이런 성격을 못 마땅하게 생각한 같은 부서 이 대리가 다른 직원들 앞에서 불만을 제기하면서 부터이다.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 싫은 게 사람 마음인지 이 대리는 모두가 단점이라고 생각할 만한 것은 물론 김 과장이 잠이 짬이 나는 틈에 업무를 도와주겠다고 하는 제안까지 악의로 받아들여 직원들 앞에서 수군대기 일쑤였다.

이 대리와 가까운 동료 여직원들 가운데 이른 바 '이 대리 라인'이었던 여직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김 과장은 본인도 모르는 틈에 여직원들 내에서 서서히 '왕따'가 되어 가고 있었다. 심지어 인턴직원이 김과장에게 결재서류를 올리면서 실수로 금액에 '0' 하나를 더 붙여 올렸는데 김과장이 이를 무심코 결재해 비용이 초과지출된 건이 있었는데 여직원들은 하나같이 모두 김과장 탓만 했다.

결국 사무실 내에서 김 과장은 이대리와 두번이나 큰 소리를 내며 다툰 후 육아를 핑계로 사직서를 써야만 했다.

또 다른 늦깍이 신입사원은 잦은 말 실수로 '왕따'를 당한 케이스 이다. 수험 생활을 오래하다 포기하고 입사한 이 사원은 별 다른 사회 경험도 없고, 어디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도 없다. 그래서 입사 초반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하루는 옆 부서 팀장이 서류 제출을 부탁해서 구청에 다녀온 이 사원은 접수가 안되었다며 팀장이 묻자, "저는 제출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었습니까?" 라며 반문했다. 당연히 사무실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일을 부탁한 팀장은 황당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그 날 이후로 이 사원은 '고문관'으로 불리며 직원들이 피해다니기 일쑤였다. 게다가 나름대로 학벌에 자신있던 이 사원이 지방대 출신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을 회식 중에 하는 바람에 회식 분위기 마저 망쳤고 그 날 이후로 사무실에서 먼저 이 사원에게 말을 거는 동료들이 없어졌다.

기자는 김과장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김과장의 문제는 상대적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원의 단점에 대해서는 기자도 충분히 공감하고 어린 상급자 신분으로 이 사원에게 권고도 해봤다. 앞으로 조금씩이나마 나아질거라 기대해 본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 사원이나 김 과장 모두 아무런 관련 없는 부서 직원들 모두 '왕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왕따'는 좋은 술 안주거리이기도 하고 좋은 잡담 거리이기도 한 탓이다. 입에서 입으로 험담이 전해지고 전해지면서 김 과장과 이 사원은 점점 더 이상하고 '왕따'를 당해도 싼 사람으로 전해졌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 두 사람(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겠지만)이 처음 말을 옮기지만 않았더라도 저 두 사람은 적어도 '왕따'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된다. 다들 성격에 모난 곳이 있고 단점들을 가진 사람들끼리 조금씩 이해 하려고 노력했다면 '왕따'같은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리 없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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