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20초면 끝! 『하얀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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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모(bexel86)등록 2011.12.15 14:34

하얀 정글 하얀 정글 포스터 ⓒ 안윤모


진료, 20초면 끝! 『하얀정글』

지난 11월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하얀정글』의 감독 송윤희씨가 나왔다. 『하얀정글』은 감독이자 현직의사인 송윤희씨가 직접 체험하고 목격한 현재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고발하는 영화다. 영화의 서두에는 '이 영화는 시장에 내맡겨진 의료제도의 한계 때문에 갈등하는 환자들과 의사들의 이야기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 말은 환자와 의사 모두가 피해자라는 말이다.
영화는 처음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의 시장을 간략한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의료광고를 보여준다. 의료광고는 지난 2007년 규제가 풀렸다. 그리고 규제가 풀리자마자 각 의료업계들은 앞 다투어 의료 광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병원이 자기돈 주고 광고를 한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겠으나, 병원이 지출하는 광고비가 본인들이 내는 것이 아니다. 바로 환자의 호주머니에서 광고비가 나온다. 그리고 이런 의료광고는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광고를 하는데 문제가 있다. 광고비는 적게는 월 150만원에서 성형외과의 경우 많게는 3~4천만 원이 지출된다. 그리고 병원들은 이 광고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환자들에게 많은 검사를 시킨다. 학술적으로 전혀 필요가 없는 검사들을 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 3차병원에서는 의사들에게 일괄적으로 문자를 보낸다고 한다. 그날의 병원실적을 문자로 보내서 암시적으로 의사들을 압박한다고 한다. 그리고 의사들은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전혀 상관도 없는 검사를 환자들에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감독이 대학병원의 '30초 진료'를 확인해 봤는데 30초는커녕 평균 20초 정도의 진료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여줬다.

하얀 정글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환자가 아니라 돈을 치료하고 있다. ⓒ 안윤모


그리고 영화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취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의료보험에서 본인 부담금은 OECD 평균 이하이고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층에게 돌아가고 있다. 영화에서는 생계 때문에 자식을 수술시키지 못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자녀를 둔 할머니의 증언도 나온다.
그리고 영화는 한·미 FTA 체결로 이슈가 되었던 의료민영화의 단면도 보여준다. 비법인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의료민영화는 오로지 시장경제의 원리인 수익성 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사정이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는 진료와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직 의사로서 동종업계의 사람들을 고발하는 영화를 찍는 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송윤희 감독은 용기 있게 그리고 진실성 있게 영화를 제작했다.
『하얀정글』은 지난 6월에 개봉한 김재환 감독의 『트루맛쇼』보다 더 우리에게 시사 하는 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TV속에 나오는 맛집은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찾아가지 않을 수 있지만 의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사람들이 참고 참다가 너무 힘들어 병원을 갔을 때 의료비 폭탄을 맞고 진료를 포기하거나 병원비를 내기 위해 빚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원무과에 수납을 하지 못하여 직원들이 퇴근한 밤에만 자식의 면회를 가는 사람도 있다.
물론 영화 중간에 의사 선생님들께 큰 고마움을 느끼는 환자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병세가 계속 호전되는 사례도 나왔다. 그리고 포스터에 있는 말처럼 '돈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고 싶다'는 의사들도 있다. 하지만 이 비율이 높지 않다는데 우리 의료사회의 문제가 있다. 전 국민이 다 봐야할 송감독의 『하얀정글』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필자가 영화를 봤을 때도 필자를 포함해 단 8명만이 그 큰 영화관을 메웠다. 하지만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 하는 점이 워낙 크다보니 영화관의 물리적인 여백은 매우 크게 느껴졌지만 심리적인 여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마이클 무어의 『식코』를 의료 민영화를 눈으로 보고 느꼈다면, 송윤희 감독의 『하얀정글』은 피부로 보고 피부로 느껴야 할 영화인 것이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나와 네가 다르지 않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창출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하얀정글』의 마지막 대사처럼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연결의 끈을 돈이라는 칼로 자르기보다는 온정이라는 손으로 끌어당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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