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Fuck The Agre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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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행(chlee)등록 2011.11.23 19:53
그것을 그들은 Free Trade Agreement라고 부른다. 단 4분 만에 날치기 통과됐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꾹꾹 누르면서 비준안 통과 찬성표를 던진 151인은 그 협정을 Free Trade Agreement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Fuck The Agreement"라고 부를 것이다.

그것이 "Fuck The Agreement"인
이유는 너무 많아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들다. 국민의 알 권리를 우습게 여긴 외교부 졸속 번역, 어느 나라의 공무원인지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추잡한 행태, 비준안 통과를 목적으로 한 근거없는 장미빛 미래 제시, 사법 주권 유린 가능성마저도 받아들이려는 천박한 교태, 무엇이 두려운지 본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저 음흉스러움.

그것을 "Fuck The Agreement"라 부르는 이유는 온 몸에 있는 구멍에서 오물과 악취를 내뿜는 자본이 저 추악한 151인이 말하듯이 자유롭게 한국에 상륙하게 될 때 결국 벌어질 상황 때문이다. 그것을 "Fuck The Agreement"라 불러야 하는 이유는 흙만 보고 살아왔던 농부들이 흘려야 할 피와 한이 맺힌 눈물 때문이다.

라티노들의 이민자 권익을 위한 집회 (2007년 5월 17일 로스앤젤레스) ⓒ 이찬행


그것이 "Fuck The Agreement"인 이유는 20여 년 전 미국과 멕시코가 체결한 나프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으로 쏟아져 들어왔던 값싼 미국산 농산물로 말미암아 농토에서 내몰린 치아파스 농부들의 슬픔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Fuck The Agreement"인
이유는 더이상 흙을 일구면서는 살 수가 없기에 서슬퍼런 미 국경 순찰대 눈을 피해 때로는 강을 건너 때로는 사막을 횡단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로 밀입국해 불법 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업루티드된 농민들의 분노를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Fuck The Agreement"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의 이른바 1퍼센트를 제외한 99퍼센트들에게 멕시코 농민들이 밟았던 길을 택하도록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들이 선경지명을 발휘해 미리 제정한 무비자 입국이 강과 사막을 건넌다는 것과 다를 뿐.

그것은 "Fuck The Agreemen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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