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타임라인, 목사의 순교(?)에 대하여

- 순교란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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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춘(isaiah)등록 2011.11.08 14:35
 명품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아주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이라는 의미이다. 호화상품이나 사치품들에 관용적으로 붙여 쓰기도 하는 단어다. 그런데 대부분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명품을 소비할 만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자신의 본질적인 면, 삶을 통해서는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이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명품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이를 과시하려는 삐뚤어진 욕망의 표현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Wanna Be Group 이라고 부른다. 직역하자면 실제로 명품이 아닌 인생(삶)이 명품인 것이 되고 싶어서 하는 짓이라는 의미다.

명품타임라인(@JunghoonYoon)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윤정훈 목사가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중단을 위해 Apple 본사에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며 경찰 수사 자료 등 협조를 받을 예정. 필요하면 국내, 미국변호사의 도움도 받을 예정" 이라는 글로 핫이슈가 되었다. 트윗한 내용들을 보면 (1)특정 종교 비하, (2)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 유포 그리고 (3)삼류 도색잡지 폭로 수준의 콘텐츠로 저질화 등의 이유로 '나는 꼼수다'가 Close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윤정훈 목사의 견해는 자유로운 것이니 '나꼼수'에 반하는 의견이라고 하여 '개념 없다'는 식의 비난은 자제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오히려 윤정훈 목사의 '나는 꼼수다'에 대한 문제제기의 원인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 계급적 이익에 기반을 두고 있음이 아쉬울 뿐이다. 게다가 목회자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계급적 이익에 치우치는 것을 보는 것은 더더욱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해서 펜을 들었다.

(1) 특정 종교 비하라는 것은 아마도 찬송가를 개사한 '내곡동 가까이'를 비롯하여 방송에 등장하는 목사들의 이야기에 대한 분노로 보인다. 이럴 때, 교회나 목회자는 분노를 느끼기에 앞서 자신을 둘러보아야 한다. 왜 그런 상황이 오도록 개신교회와 개신교인들이 타락한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자기 참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개신교회가 권력에 기생하며 비이성적인 행태로 오랫동안 독재를 비호해 온 것도 사실이고, 현 정부 들어서는 '소망교회'로 표현되는 개신교인들이 권력의 중심부에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점들이 썩어질 것을 흠모하는 '기복신앙'을 고취하는 역할을 해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개신교의 타락이다. 이러한 점에 대하여 개신교회가 회개하는 일이 우선이다. 회개의 돌이킴이 없이, 계속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비판에 분노하는 것에만 몰두한다면 개신교회의 미래는 없다. 그러니 윤정훈 목사는 먼저 자신을 포함한 한국개신교회의 목사들이 하나님 앞에 지은 범죄에 대해서 돌아보길 바란다.

(2)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윤정훈 목사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3류 쓰레기 정치인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식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너무 짙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목사라면, 한명숙 전총리의 서울시장 선거시점에 벌어진 일들을 기억하리라 믿는다. 피의사실이 유포되고, 이를 조중동 보수언론이 매일 신문을 도배했다. (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실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 이때, 윤정훈 목사가 조중동 폐간을 외치고, 검찰의 피의사실유포에 대해 엄중히 항의라도 하였다면 나는 윤정훈 목사를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겠다 싶다. 그러니 "듣기 싫은 말은 듣기 싫다. 내 편이 아닌 방송이어서 폐쇄되어야 한다." 정도의 계급이기주의, 정치적 이기주의를 고상하게 포장하시 마시라 권하고 싶다. 명분이나 쌓아서 뭘 하려는 짓은 그저 쓰레기 정치인들이 하는 것만으로도 온 나라가 공해다. 진실하기를 원한다. 목회자의 필수적 덕목 아닌가?

(3) 삼류 도색잡지 폭로 수준의 컨텐츠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우리 시대에는 그런 매체가 참 많다. OO스포츠 따위들처럼 말이다. 모든 온라인 신문의 상하좌우를 차지하고 있는 배너가 보이는가? 전부 도색잡지다. 특별히 '나는 꼼수다'만을 특정하여서 비난할 이유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명분도 다르다. 그런 놈의 온라인 신문의 배너는 돈을 벌기 위해서지만, 나는 꼼수다는 적어도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기를 바란다. 어렸을 때, 심형래를 따라 했다고 모두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듯, 적어도 나꼼수를 애청하는 사람들은 그저 가쉽이고, 양념인 내용들에 그리 주목하지 않으니 걱정 마시라. 물론 목사들에게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성경을 읽어도 본질을 읽기 보다는 비본질적인 자구에 얽매여 성서를 왜곡하는 일에만 능숙한 목사들로써는 버거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순교란,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

최근 올라온 트윗을 보니 지지자들의 격려에 한껏 취한 것으로 보인다. "회당에서 설교하다 순교한 스데반의 심정입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큰 힘이 됩니다." 라고 쓴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예수와 스데반은 갈릴리 민중과 함께 하시다가 예루살렘을 향한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순교라고 말한다. 용산 철거민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한진중공업의 크레인 85호, 4대강과 도시개발의 현장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이런 힘없고 연약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복음'을 전하다 장렬히 전사하는 것, 이런 것이 교회가 감당해야 할 '순교'이다. 예루살렘의 권력에 기생하며 오히려 힘없는 갈릴리 민중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다가 맞아 죽는 경우를 '순교'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의 교회가 그리고 목회자들이 외면당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젊은 목사로 보인다. 명품이 되고자 하는 Wanna Be 정신에는 갈채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명품이 되려면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예수처럼 광야에서 40일쯤 굶어 보시길 바란다. 교회에서 하는 금식기도 이야기가 아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함께 고난을 나누어 보라는 것이다. 큰 교회에서 적당한 봉급 받으며 '목사님' 대접 받는 것 말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까지 하신 예수의 겸손으로 고난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그런 과정이 없이 그저 신학대학 다니고, 치열한 생존의 리얼리티를 경험하지 못한 관념으로 목사가 되는 현실이 오늘의 교회를 기형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아직도 회개를 촉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보다 순교의 고난을 당하고 있다는 자기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면 베드로가 전한 이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트위터는 잠시 꺼두셔도 좋다.

애매히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이는 아름다우나, 죄가 있어 매를 맞고 참으면 무슨 칭찬이 있으리요. 오직 선을 행함으로 고난을 받고 참으면 이는 하나님 앞에 아름다우니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입었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 (베드로전서 2장 19~2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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