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합니다”

[사람 & 사람] 노사발전재단 소속 공인노무사 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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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go2thewest)등록 2011.11.02 14:41
사람 & 사람
'사람&사람'은 우리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연재 코너입니다. 때로는 나와 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낯선 모습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빌어 우리 사회를 다각도로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어디에나 있지만,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야 말로 우리 경제의 기본이라는 철학을 '이야기'로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노동자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표현은, 실업자들이나 청년백수들에게는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타이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을 취업준비생이나 그저 백수가 아닌, '예비 노동자'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그들도 언젠가는 일을 '하게 될' 사람들이다.

결국 국민의 대다수, 아니 거의 모두는 생계를 위해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 노동자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무사라는 직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한국처럼 열악한 노동 여건을 가진 나라에서는 더욱 중요하고, 많은 책임이 요구되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노사발전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공인노무사 이지만(29세)씨도 다행히, 필자의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눈치였다.

공인노무사 이지만 ⓒ 정규철

정규철 기자 (이하 정) : 많이 바쁜 것 같은데,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이지만 노무사 (이하 이) : 요새 재단에서 중요한 사업을 진행 중이라서 그렇다. 노동부에서 위탁한 고용창출 지원사업인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가 맡아서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 때문에 컨설팅 관련해서 사업장에서 신청이 몰려 요새 좀 바쁘다. 사실 준 공공기관이라 칼퇴근을 기대하고 이직했는데 요새 좀 실망이다. (웃음)

정 : 노무사 자격 취득 후 3개월 간 노무법인에 있었던 걸로 아는데, 이직을 결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정시퇴근 때문인가?(웃음)

이 : 우선 노사발전재단은 노동부, 경총, 한국노총, 이렇게 노사정 협의에 의해 공동으로 세워진 기관이다. 나는 나 개인의 수익을 위한 활동을 넘어, 좀 더 넓은 공공의 차원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간 균형과 조화를 위해 일하고 싶었다. 그리고 국가차원의 기관이다 보니 정보의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뛰어나고, 노무 관련 컨설팅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정 : 그렇다면 전에 근무하던 법인이나, 일반 법인에서 일하는 노무사들의 일반적인 수입은 어떤가?

이 : 법인 규모, 대표의 경영마인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수습기간 동안 월 150~200 정도 넉넉히 주는 법인도 있는 반면, 월 60~70 밖에 안 주는 곳도 많다. 아무래도 인력이 부족한 지방이 좀 더 많이 주고, 성과급 비율이 높다는 직업적 특성이 있다. 수습기간 후에는 수입이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해에 노무사가 250명 씩 배출되는 실정이고, 어떻게 보면 여기도 레드 오션이라서,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쉽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긴 하다.

학사경고 세 번, 그러나 스펙쌓기보다 독서 통해 꿈 키워

정 : 그래도 노무사라는 자격증은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는 자격증 아닌가? 처음 노무사 준비를 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가 크지 않았나?

이 : 물론 그런 점도 없지 않다. 나 같은 경우는 대학시절 동안 공부를 정말 안했다. 학점은 당연히 학부 최하위 수준이었다. 학사경고를 세 번이나 맞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웃음)

필자도 대학시절 학사경고를 두 번 맞은 경험이 있다. 그런데 학사경고를 두 번 맞은 필자는 기자가 되어있고, 세 번 맞은 이씨는 노무사가 되어있는 걸 보니, 대학교 시절의 학점이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미국 내 한 연구기관의 조사결과가 꽤 정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 그런 상황에서, 군입대 전후에 걸쳐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토익공부나 스펙쌓기 등의 취업준비 활동에 대한 묘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준 책이 바로 군대에서 읽은 김규항씨의 <B급 좌파>라는 책이었다.

정 : 군대가 은근히 좋은 책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체게바라 평전>을 군대에서 읽었다(웃음).

이 : 군대는 역시 가볼만한 곳이다(웃음). 아무튼 그 책을 시작으로 진중권, 홍세화, 박노자 등. 진보적 지식인들의 책을 계속 접하게 되면서, 내 인생의 방향이 조금씩 잡힌 것 같다.

정 : 결심을 했다고 이씨처럼 한번에 시험에 합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텐데, 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

이 : 사실 나도 좀 놀랐다. 다른 사람들은 몇 년씩 준비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안 그래도 내가 노무사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하자, 친구들이 '노무사 시험이 사실은 엄청 쉬운 게 아니냐'며 많이들 놀렸다. (웃음)

노무사는 사람을 대하는 일

정 : 노무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그렇다면 노무사 시험 필승전략이라거나.

이 : 공부는 뭐, 솔직히 나는 운이 많이 따라준 경우이기 때문에, 도움 될만한 얘기를 많이 해주긴 어려울 것 같다. 그보다는 좀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노무사를 준비하는 분들 중 상당수는 이것을 대기업 인사팀에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자격증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노무사는 정말 활용 폭이 넓은 자격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노무사는 비교적 자유롭고, 선택의 폭이 넓으며, 자기 경력을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게 삶의 목적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말이다.

정 : 그럼 이씨는 노무사라는 직업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건가?

이 : 무엇보다도,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다른 전문직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감평사나 회계사와는 달리,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사람의 문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답게 살기를 바란다면...

정 : 노무사의 입장에서, 노조활동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든지, 아직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혹은 이제 처음 직장에 들어가게 된 사회초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이 : 근로조건이 좋아서 아무 불만 없이 즐겁게 일하는 노동자들도 없진 않겠지만, 과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경우에는, 노동자로써 권리는 '스스로 찾아먹어야' 하는데, 혼자서는 힘들다. 그렇다면 여럿이서 힘을 합쳐야만 하는데, 그렇게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뭉쳐서 만들 단결체가 노동조합이다. 최근에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1년차 노무사인 내가 비록 많이 알진 못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진이 이렇게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씨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며, 잠시 고민 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 정말 다른 무슨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이건 '합리'고 '당위'다. 우리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한다.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면, 노동조합이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싸워줄 것이고, 나 또한 일하는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을 도울 것이다. 이건 노동자라는 계급이 '절대선'이라서가 아니다. 나도 그런 생각에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노동자들이 절대적인 약자인 것은 분명하다.

공인노무사 이지만 ⓒ 정규철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특유의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던 이씨는 노동조합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사실 노무사라는 직업은 이씨의 말처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신념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활동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그런데 이것은 다만 노무사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신념이나 목적없이, 진지한 고민없이, 단순히 돈을 번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하는 건 절대 즐거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을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것이 있고, 나의 신념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노동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높은 연봉이나 좋은 스펙이 아니라 쉽게 흔들리지 않는 신념임이 틀림없다.

아마도 이씨의 밝은 미소는, 그러한 신념과 뜻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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