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나경원 패배 원인 진단

당신은 우리에게, 박원순은 당신에게 넘.사.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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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주(dna999)등록 2011.10.28 09:58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예쁘고 똑똑하다.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모두 박빙을 예상했고 범야권측은 긴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비교적 큰 표차로 낙선했다. 몇 가지 이유를 짚어 보았다.

1. 서울대, 판사출신의 엘리트 + 2캐럿 다이아반지 + 피부과 +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

그녀는 그야말로 상위 1%, '넘사벽'이다. 학벌도 경력도 재력도 외모'가꾸기'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자랑스러워야 할 조건과 능력들이 이상하게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여자로써 그녀처럼 되고 싶다는 동경보다는 괴리감과 위화감이 느껴진다. 아마도 지금 세상이 노력한다고 해서 1%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입시와 취업의 무한경쟁속에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이요 등록금에 헉헉대느라, 쥐꼬리만한 봉급과 고용불안에 끊임없는 노동을 해야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신체적인 고단함에 그녀의 '능력'들은 더욱 사치스럽게 비쳐진다.

2. 오세훈 전 시장, 이명박 대통령 파워

사실 한나라당은 오세훈 전 시장을 대신하여 사죄하는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후보를 냈다는 것은 그 원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뻔뻔한 처사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오 전 시장의 원죄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4대강, 한-미 FTA에 이어 내곡동 사저로 밉상에 밉상을 더해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그 밖에 박원순 저격수를 자처했지만 '셀프 그레이트 빅엿'이 되고만 강용석, 신지호, 안형환에게 모두 묻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다른 당에서 파견한 'X맨'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자폭해 주었는데 그렇다고 나후보가 피해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재는 게 편, 초록은 동색.

3. 범야권통합 무소속 후보, 99% 시위

거꾸로 메달아 놔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말, 군인 친구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도 이 말이 적용된다. 아무리 정부가 국민의 입을 막고 눈을 가려도, 심지어 '가카'의 시간은 거꾸로 흘러간다해도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을 위한 시간은 다가온다. 아마 다가'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하다. 이번 선거에서 젊은 세대들은 최신 IT기기와 SNS로 무장했고, 선거와 후보들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주고 받았으며, 꼼수와 정수를 파악해 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젊은 층은 좀 더 쉽게 누가 나를 대변해 줄 것인가라는 대의민주주의 선거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었고, 이번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무언의 합의를 보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를 대변해 줄 사람, 나의 어려움을 알아 줄 사람, 이 어려움을 해결해 줄 사람, 나와 같이 99%에 속한 사람, 나후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99%가 월가를 점령하는 이 시대에, 사실 X맨과 같은 의식을 지닌 상위 1%인 나경원 후보에게 박원순은 애시당초 '넘사벽'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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