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콘서트 : 우리도 즐겁고 싶다> 한국외대 개최기

등록금과 불안정 노동 없는 대학을 위한 희망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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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sanoramyun)등록 2011.09.26 14:39
즐거움의 권리를 보장하라, 좋아서 다니는 대학
등록금과 불안정 노동 없는 대학을 위한 희망 프로젝트
<토크콘서트 : 우리도 즐겁고 싶다> 한국외대 개최기

한국외국어대학교 4학년 이상현

<토크콘서트 : 우리도 즐겁고 싶다>는, 등록금과 불안정노동 없는 새로운 대학을 만들기 위한 기획으로, 대담과 문화공연이 결합된 특이한 방식의 프로젝트다. 대학생이 묻고 강남훈, 김규항, 금민, 안효상, 우희종, 홍세화 등 우리 사회의 진보적 인사들이 답한다. 대학생사람연대와 사회당, 자립음악생산조합이 힘을 모아 주최하며, 한국외국어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서강대학교에서 잇달아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20일 저녁 여섯시 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첫 문을 열었다. 여는 공연으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에 방을 구하고 있는 2인조 여성밴드 1000/40의 감미로운 기타선율과 그에 어우러지는 감성적인 목소리가 외대 캠퍼스 잔디광장에 울려 퍼졌고, 이미 모인 청중들 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학우들의 발걸음도 붙잡았다. 하나 둘씩 모인 사람들이 주황빛 조명 은은하게 깔린 잔디광장을 오밀조밀하게 메우기 시작했다.

사회자와 게스트들이 무대에 놓인 원통의자에 착석하고, 토크가 시작되었다. 사회는 한국외대 20대 대안학교 Vita Activa의 회장인 외대 4학년 이상현씨가 맡았다. 사회자는 가장 먼저, 게스트 김규항씨와 금민씨의 근황에 대해 질문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의 발행인인 김규항씨는 '자칭 B급 좌파'라는 자신에 대한 사회자의 소개멘트를 문제삼으며, "'B급 좌파'라는 말을 스스로 칭하는 데 사용한 적이 없다, 자신이 B는 8로도 읽히는데, 자신은 8급 정도의 좌파이고, 금민 선생이 A급 좌파쯤 되는 것 같다"하고 설명했다. '사실 A급이라고 생각하는데 B급이라 반어법, 겸손어법을 쓰고 계신거 아니냐'하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렇게 바로 옆에서 왜곡이 일어난다'고 항변했다. 김규항씨로부터 A급 좌파로 인정(?)받은 사회당 상임고문 금민씨는 오른손을 다친 불편함을 토로했는데, 그 탓에 왼손을 쓰게 되었다고, "좌파답다"는 김규항씨의 칭찬(?)을 들었다.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낸 81학번과 82학번의 두 게스트들에게, 김예슬씨의 '대학거부' 선언을 인용하여, "큰 물음도 큰 배움도 없는 요즘의 대학실정이다, 그 때는 '큰 배움'이 있었는지, 대학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규항씨는 대학을 다닐 적 예수를 만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역시나 데모세대답게 투쟁(?)의 추억도 빠지지 않았다. 금민씨 역시 수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당시의 대학모습을 회상했는데,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사회는, 소위 386이라는 그 때 대학생들, 지금의 '어른들'이 제대로 싸우지 못해 만들어진 결과라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등록금이 너무 비싼데, 책정과정도 당최 믿을 수가 없다,"하는 사회자의 말에 두 게스트는 공감하며, 그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없음을 개탄했다. 또, 두 게스트 모두 목소리를 모아 "반값이 아니라, 아예 등록금을 없애야 한다. 불가능해보이지만 그럴 재정은 이미 충분하다."하고 무상등록금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단지 등록금에 대한 문제만 말할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관점에서 봐야 하고, 싸움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사회자는 "그럼 혁명을 해야 할까요?"라는 급진적인 발언으로 게스트들과 청중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금민씨는 "어렵겠지만, 우선 한 주체로서 바로 서는 내적 혁명이 필요하다."고 재치있게 답변을 이었다.
한편, 최근 트위터에서 번지고 있는, 고등학생들의 '대학거부'선언에 대해 언급하자 트위터의 적극적인 유저이기도 한 두 게스트는 '좋은 현상이다'하고 반겼다.

현재 각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학기 있었던 한국외대의 총장퇴임투쟁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비리의혹이 언론에 숱하게 보도되고 해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요구가 드높았지만, 총장은 '음해세력이 있다'는 설득력 없는 주장만을 반복했다. 900명이 넘는 학우들이 모여 총회를 성사시켰고 퇴임에 대한 목소리를 모았지만 행동방식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직접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방학 중에 결국 무혐의로 검찰 수사가 종결되었지만,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임이 없다. 이는 학생들의 목소리내기와 참여를 막는 비민주적인 총장과 학교 측의 대학운영이라는 근본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항하기 위한 학생들의 방법에 대해 말해 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이었다.

"'비민주적'이라는 말이 상투적이다."라는 따끔한 지적으로 말문을 연 김규항씨는 "학생들이 잘 안 싸우는 것이 문제"라며 "학생들이 많이 싸웠습니까?"하는 질문을 했다. 사회자가 "저는 싸웠습니다."하자,"사회자는 싸웠을 것 같은데(웃음), 다른 학생들은요?""총회가 성사되었는데, 점거에 대한 의견이 의치되지가 못했습니다."했다. 김규항씨는 학교문제와 싸움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과 불참여를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는 함께 싸움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금민씨도 이어, 싸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가 학생들을 한 참여권을 가진 주체로서 취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싸워서 따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요지의 답변이었다.
대화 중간, 쉬어가는 공연으로 회기동 단편선의 무대가 펼쳐졌다. 단편선은 신발을 벗어던진 맨발로 뒷모습을 보이고 서서 어지러운 기타음을 연주하며 청춘의 불안감을 표현하였다. 게스트들은 흥미롭게 공연을 관람했는데, 추위에 시달리던 게스트들과 사회자에게 한 청중이 뜨거운 캔커피를 건네며 따스한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입이 얼어붙을 정도였지만 강연자들이 대학생 청중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기는 그에 뒤지지 않았다. 토크쇼가 재개되고, 여전히 많은 청중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키고 앉아 기대감 어린 눈으로 무대를 응시했다.

등록금과 불안정 노동없는 대학을 위한 토크쇼이니만큼 다시 대학생활의 문제점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높은 등록금 탓에 대학생들은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각종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지독한 취업난. 졸업 후에도 그럴까 불안하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자기소개서와 마구잡이 지원에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불안은 여지없이 현실이 된다.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불안정노동의 고통으로부터 대학생들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금민씨는 고공행진하는 등록금 등 부당한 상황에 저항하기 위한 사회 참여와 "싸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럼 운동권이라 욕을 먹습니다."하는 사회자의 투정에, 김규항씨는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좌파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것을 명예롭게 여기라"는 조언을 했다.

마지막으로 높은 등록금과 스펙쌓기와 취직난에 시달리는 현재의 20대들에 대한 응원의 말을 부탁했다. 금민씨는 저항하기 위해서 주체로서 거듭나기를 당부했다. 우리는 우리를 입시경쟁에 내모는 교육과정을 통해 사회를 사는 한 주체로서 성장이 몹시 늦지만, 그래서 20대가 되어도 제대로 사회의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것을 깨뜨려야 한다고 했다. 김규항씨는, "즐길 줄 아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훌륭한 취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낡고 "구린" 것에 저항하는 현재 20대들의 취향은 훌륭하다,"는 말로 젊은이들의 저항을 응원했다.

도중에 잠깐 마이크가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자리를 앞으로 옮겨서 게스트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자 하는 열의 있는 청중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게스트들에 대한 청중질문이 이어졌다. 사회자가 "늦은 시간이지만, 질문하시고 싶은 분들은 손을 들어달라."하자 김규항씨는 "늦은 시간이라고 하면, 질문하지 말라는 소리 같지 않냐"고 혼을 내며, 학생들과 대화를 지속하고픈 마음을 표현했다. 높은 등록금 탓에 자립하고 싶지만 생활비가 걱정이라는 연극영화과 학생에게 김규항씨는 "굳이 대학을 다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했다. "대학에서가 아니면 향유할 수 없는 문화나 생활이 있지 않느냐."는 말에 김규항씨는 "대학 바깥에도 배움과 문화가 있다."고 일축하면서도 "정 다니고 싶다면 등록을 하지 않고 수업을 듣고 대학생활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보라."고 참신한 대안을 제시했다. 금민씨는 "학교 안에 텐트를 쳐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외에도 총장직선제에 대한 질문, 운동을 통한 사회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게스트들은 성의를 다해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공연팀 두팀이 한 곡씩 공연해 끝까지 즐거운 마무리를 했다.

추운 날씨가 어려움을 주는 상황에서도 대학, 나아가 우리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토크쇼 게스트들과 청중들은 끈기 있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딱딱해지기 십상인 대학사회와 불안정노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토크쇼라는 형식으로 말랑말랑하게 풀어낸 것은 좋은 시도였고,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에 밴드공연을 결합한 것은 낭만성과 즐거운 분위기를 더했다. 앞으로 성균관대와 서강대에서 진행할 예정인 <토크콘서트>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장소예약취소, 총학생회 행사와의 일정 겹침 등 난관에 부딪치고 있지만, '즐겁게 고민하고 소통하고 노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의지는 뜨겁다. 부당한 압력과 답답한 상황에 '즐겁게 싸우며' 다른 학교에서도 꼭 다시 만나길.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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