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분향소 철거 이유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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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산(ghtks7)등록 2011.09.08 18:24
지난 9월 5일 서강대 대학생사람연대는 학내에 故 이소선 열사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차렸다. 한 시대를 노동자와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헌신적으로 살다 가신 분에 대한 예의로, 80년 민주화 운동 당시 목숨 바쳐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동문 선배 '김의기 열사'가 모셔진 곳 옆에 분향소를 차렸다. 지난 3일 간 많은 학우들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 했다.

분향소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실천 없는 배움만 남은 대학에서 햇빛이 부끄러워 글을 남깁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 위에서 걱정할 일 없는 세상 되도록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어머님 언제나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대학 들어와 처음으로 읽은 책이 전태일 평전인데, 그의 삶이, 분신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고 살아 있다 생각합니다. 그의 뜻을 받드신 어머니 편히 쉬십시오."

등 고인을 기억하고, 그 뜻을 잊지 않겠단 글이 줄을 이었다.

그러던 중 분향소 설치 3일째 되는 7일, 학교 관계자는 "내일 국제인문관 준공식에 관련하여 학내에 귀빈들이 많이 참석하시니, 의기촌에 설치된 故 이소선 씨의 분향소를 철거해 달라. 만일 거절 시 강제철거 하겠다."고 통보했다. 학교 관계자가 이야기한 철거의 근거는 세 가지였다. 첫째, 故 이소선 씨의 분향소의 경우, 정치적으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 둘째, 아무리 민주화 투사라 하더라도, 학내 동문도 아닌 사람을 왜 굳이 학내에서 분향소를 설치하느냐. 셋째,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을 비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인 8일 아침 학생문화처장이 분향소로 찾아와 다시 분향소 설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어제 이야기 한 분향소 철거와 관련된 부분은 오해가 있었다. 관계자가 임의적 판단으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이번 분향소 설치는 '구조물 설치 및 학내 정치 활동과 관련된 학생 규약'의 측면에서 볼 때 절차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 철거를 명령했다."고 했다. 현재 '학생단체 운영 및 활동 규정'에 따르면 학내 구조물 설치와 학내 정치 활동은 학생문화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학생단체 운영 및 활동 규정>

제10조 (단체의 활동) 단체의 활동은 다음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② 교내행사는 소정의 신청서를 학생문화처장에게 제출하여 허가를 받아 시행한다. <개정 2007.11.23.>
④ 집회에 관한 유인물, 게시물, 현수막, 프로그램 및 티켓 등의 제작은 초안을 작성하여 지도교수를 경유하여 학생문화처장의 허가를 받은 후 제작 배부하여야 한다.
⑤ 단체는 모든 행사가 끝난 후 5일 이내에 결과보고서를 지도교수에게 보고하여야한다.

제11조 (행사신청서 제출) 행사신청서 제출은 다음 절차에 따라 학생문화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① 학술, 예술, 체육 등의 행사는 개최 3일전에 행사계획서를 첨부한 행사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개정 2007.11.23.>
② 다른 학교와의 연합행사 및 교외 단체와의 연합행사인 경우에는 7일전에 행사계획서를 첨부한 행사신청서를 제출하여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정 2007.11.23.>

이에 학생들은 학생문화처장과의 협의를 통해 8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분향소를 임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3시 반 다시 학생과 면담을 가진 학생문화처장은 "분향소 설치를 처음부터 알았다면 진작 얘기 했을 텐데 뒤늦게 봐서 조치가 늦은 것이다. 직접 나서지 않고 관계자를 통해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며 "반면, 故 이소선 씨의 분향소 설치는 정치적 활동이라고만은 판단할 수 없고, 그 분이 민주화에 끼친 영향을 인정하는 점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아 분향소 설치를 승인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승인이 나면, 오늘 중으로 다시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분향소 설치를 주도했던 고명우(철학 05) 학우는 "학교 측과 대화 하는 와중에 오해가 있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절차에 있어 일부 규약은 사실상 거의 사문화 되었던 규약이다."라며 "학내 정치활동이 모두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학생의 자치권의 측면에서 우려 된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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