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보여주지 못하는 '진짜' 서울민심

50년 서울 토박이 어머니와 나눈 서울시장 보궐선거 막간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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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인(moonhaein)등록 2011.09.05 11:42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무산으로 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와 연이어 터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2억 스캔들. 이렇게 피 튀기는 정국에서 다가오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각 언론들은 앞 다투어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진짜' 서울시민의 민심을 대변하는지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진짜' 서울시민 민심을 듣기 위해 기자는 나름대로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진 50년 서울 토박이인 어머니 윤아무개(51)씨를 인터뷰해 보았다. 다음은 꿀맛 같은 주말의 휴식을 즐기고 있던 윤씨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박원순 지지... 행정 단순히 '합리성'만으로 안 돼"

문: 안녕하세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관해 인터뷰를 해 주실 수 있나요?
윤: (웃으며) 문 기자님은 누가 됐으면 좋겠나요?
문: (당황하며) 이러면 인터뷰의 공정성이 훼손되는데... 박원순 변호사요.
윤: 저도 박원순이요. 안철수도 나온다는데, 글쎄요. 안철수보다는 박원순이 낫죠.
문: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윤: 안철수는 사상적인 면이 검증이 안 됐으니까요.

문 기자는 윤씨가 말하는 '사상'이 뭘까 궁금했다.

문: 서울시장 하는데 사상이 중요한가요?
윤: 중요하죠. 서울시장 하면 대통령 후보도 되고 그러니까요. 그런데 합리적이면 뭐. 일반 시민들은 안철수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요.

문: (윤씨도 '일반 시민'이 아닌가 의아해하며) 일반 시민들은 왜 안철수를 좋아할까요?
윤: 일단 신선하다는 게 있겠죠. 우리나라 정당정치에 신물 나기도 했으니까. 또 사람 자체가 신뢰가 가는 사람이잖아요. 굵직굵직한 것도 다 해 봤고. 하나 하면 끝까지 잘 해내고. 여태까지 그 사람 동선 중에 자기 명예만 쫓아가는 동선은 없었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했고. 그런 믿음이 가고 신선하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또 경험도 많으니까.

문 기자는 예전에 MBC 황금어장 안철수 편을 윤씨와 함께 보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윤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탄탄대로를 걸어 십여 년 간 의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안철수 연구소를 차린 안철수 원장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윤씨는 차분하고 소박하게 말을 안철수 원장을 보며 "어쩌면 인품도 저리 겸손하기까지 할까"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 그런데 안철수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던데 이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 어떤 식으로 비판 여론이 있나요?
문: 지금 안철수와 청춘 콘서트를 함께 하고 있는 윤여준이라는 사람이 한나라당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윤: 제가 아까 안철수의 사상, 그 속을 모르겠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겁니다. 검증 안 된 안철수의 사상이 조금 두렵기도 해요. 행정이란 것이 단순히 '합리적'인 것만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좋은 정책보다도 온건한 이미지 가진 사람이 유리할 것"

문: 그러면 박원순은 왜 지지하시나요?
윤: 박원순은 사상은 '완전 진보적'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시민사회를 일으키는 데 굉장히 큰 기여를 했습니다. 따라서 일단 가치의 중심이 정당정치가 아닌 것은 확실하죠. 일반 대중, 시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검증이 된 거니까요. 또 여러 가지로 정치에도 파워 있게 시민사회의 정치적 힘으로 기여해서 어느 정도 능력도 있어 보이죠. 잘 알기도 하구요. 모르죠, 앞으로의 행보는... 하지만 여태까지는 뭐...

이 대목에서 문 기자는 윤씨가 말하는 '사상'이 '정당정치에 휩쓸리지 않고 일반 대중과 시민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마음'을 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윤씨는 안철수 원장이 아무리 개인적으로 신뢰가 가는 이미지여도 그가 과연 일반 대중을 먼저 생각하는 '사상'을 갖추고 있을까를 생각한 것이다.

문: 한명숙은 어떻게 보시나요?
윤: 안철수와 박원순 등장 전에는 한명숙이 압도적으로 여론조사 1위던데요. 보수신문에서 조사해도 나경원이 2위고 한명숙이 1위더라구요. 이번에는 보면 정책적으로 세게 '내가 이거 하겠다 저거 하겠다' 이런 것보다 온건한 이미지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명숙이 일단 지지도 조사에서는 1위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남자보다 그런 (온건한) 이미지는 여자가 낫다 생각할 수 있죠. 지금 또 보궐선거잖아요. 내년 총선 앞두고 하니까 그걸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데는 '한명숙 같은 온건하고 행정 경험도 있고 한 사람이 적절하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죠.) 저도 한명숙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문: 윤씨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명숙을 뽑으신 걸로 알아요.
윤: 그건 괜찮아서가 아니라 표를 몰아 주려고 찍은 거죠. 한명숙은 TV 토론 나와서도 버버버하고... 뭔가 '서울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 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정보도 구체적으로 모르고 그랬잖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준 표였죠.

"표 분산 막으려면 민주당이 박원순 영입해야"

문: 이번에도 야권 단일화가 안 되면 '표를 몰아줄' 의향이 있으신가요?
윤: 안철수나 박원순이 나오면 그 판은 이미 깨졌다고 봐야죠. 다 나오는 일은 없겠지만 박원순이 나오면 박원순을 찍을 생각이에요.
문: 박원순과 민주당 쪽이 동시에 나와도요?
윤: 그러면 박원순 찍죠. 제가 민주당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구요. 또 박원순이 나온다고 하면 어떻게든 민주당으로 영입을 시켜야겠죠.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박원순도 그렇고 민주당에도 도움이 안 되니까요. 아니면 야당통합 후보 이렇게 나오던가 해서 어떻게든 사람을 만들어야지 또 표 여기저기... (분산되지 않도록요.)

문: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통합안이 부결됐다고 하던데요.
윤: 그럴 것 같더라구요. 이정희가 유시민하고 손을 잡으려는데 표가 되겠어요? 양 쪽과 손을 잡으려고 하지 말고 한 쪽에만 공을 들여야죠.
문: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어떤가요?
윤: 별로에요.
문: 왜요?
윤: (한참을 고민하다) 될 사람이 아니잖아요. 입지가 너무 작아요.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자기들끼리도 통합이 안 됐는데 서울시장 후보로 밀어줄 수가 있겠어요? 지지기반이 약한데. 지금 내년 총선의 전초전인 이 중요한 시기에 말이죠.

"시민들 오세훈에 신물 나 정당정치 강조하면 불리할 것"

문: 오세훈과 곽노현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까요?
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근'이죠.
문: 어떤 식으로 영향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윤: 오세훈 같은 경우는 그 동안에 서울시정을 보여주기 위한 외연행정을 해서 자기 당 내에서도 지탄을 많이 받았죠. 돈을 그렇게 쓰면 안 되죠. 그리고 막판에 그 사람이 아주 정말로 잘못한 것은, 자기는 나름대로 어떻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무상급식 그런 것을 국민투표에 부치면 안 돼죠. 서울시 행정을 너무 개인적인 정치욕심대로 끌고 가려고 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거기에 신물을 냈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이번 선거에 반영이 돼서 정당정치를 너무 강조하는 사람이 나오면 표가 많이 갈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에 안철수와 박원순 변호사가 출마하겠다고 한 게 나쁘지 않죠.
문: 일각에서는 오세훈의 사퇴로 보수 표가 결집했다는 말도 있던데요?
윤: (어이가 없다는 듯이) 보수 표는 항상 결집해요. 강남 그 표는 항상 요지부동인데.

문: 곽노현은 어떤 식으로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윤: (안타까운 기색으로) 글쎄 곽노현은... 뭐 진짜 내막이 어떤지 몰라도 좀 타격을 줬죠, 서울 시민한테. (한숨을 쉬며) 어렵게 어렵게 진보 교육감이 됐는데 그런 식의 정치적인 비리로 자꾸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뭐 깨끗하고 신선해 보이는 사람도 정치적으로 얽힐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여파를 주지 않았겠나요?
문: (떠보듯이) 한나라당에서는 누가 나올 것 같나요?
윤: (딱 잘라서) 관심도 없어요.
문: (웃음을 참으며) 윤씨가 바라는 이번 보궐선거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인가요?
윤: 없어요. 저는 그렇게까지는 관심이 없어요. 한나라당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막자는 거죠.
문: 한나라당을 막을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윤: 야권이든가 진보통합 후보가 나와야죠.
문: 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 감사합니다.
윤: (말없이 감자 과자를 꺼내 먹는다.)

윤씨 말대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윤씨는 개인적인 정치욕심 때문에 큰 실수를 저지른 오세훈 전 시장의 영향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정치가 불리할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면서도 순식간에 각종 여론조사 1위를 휩쓸고 있는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는 '사상 검증'을 해 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과연 야권을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과 능력, 거기에 정당보다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사상'까지 갖춘 후보는 누구일지, 윤씨를 비롯한 서울시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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