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바보’ 곽노현 지지 바람

학교 현장에서 고스란히 겪은 지난 일주일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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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eboo0)등록 2011.09.02 17:25
서울 초등학교 교사인 저는 지난 일주일이 참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사들, 학부모들이 다 저만큼 힘들었을 것입니다. 전 오세훈 시장이 제기한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오랜 무상급식 논쟁이 마무리 되어 이제 두 발 쭉 뻗고 지내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그게 겨우 이틀이었습니다.

주민투표 참패로 조용하던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검찰에서 나온 얘기라며 '곽노현 교육감이 단일화 대가로 당시 상대 후보였던 박명기 교수한테 2억 원을 주었다'는 소식이 처음 보도된 게 26일 밤이었으니까요.

충격이었습니다. '그럴 리가?' '설마?' '아닐거야?' '결국 곽노현도?' '그럴만한 뭔가 다른 사정이 있을거야.', '내가 아는 곽노현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이란 생각을 하면서, 곽노현 교육감이 "절대 아니다. 오해다. 그런 적 없다!"고 딱 잘라 말할 때만을 기다렸습니다.

이후 언론은 더욱 신나서 박명기 교수 체포와 구속 소식을 계속해서 알렸고, 이틀 뒤 곽노현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 내용이 우리를 더 큰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글쎄, '절대 아니다'하고 오리발을 내밀어도 모자랄 지경에 직접 돈을 주었노라고, 그것도 검찰에서 말한 액수보다 더 많이 주었노라고 말한 것입니다. 세상에!

기자회견이 끝나고 언론은 물론 기자회견을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그렇지!', '곽노현 너도 별 수 없어', '곽노현 마저...', '착한 뇌물', '무상급식 먹게 생겼구나', '늑대의 탈을 쓴..', '선의는 무슨..' 같은 온갖 험한 말이 세상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 보기가 겁나고 괴로웠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스스로 실토한 '비리 교육감', '부패의 전형 교육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쪽 저쪽 너나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교육감 사퇴'를 외쳤습니다.

그 누구보다 그동안 곽노현 교육감이 펴 오신 교육정책에 동의하고 진행해 오면서 곽노현 교육감의 굳게 믿고 있던 저 역시도 '단일화 상대에게 2억을?'이라는 말 앞에서는 도저히 곽노현 교육감 편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 두둔하면 맞아죽을 분위기

곽노현 교육감을 조금이라도 두둔하는 말을 했다가는 그야말로 맞아죽을 분위기였습니다. 오죽하면 <오마이뉴스> 김행수 시민기자도 '곽노현 즉각 사퇴? 아직은 아니다' 라는 기사를 올리며 부제에 '욕먹을 각오하며'라는 말을 다 붙였을까요?

'곽노현 교육감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 '뭔가 다른 사정이 있을거야', '교육감님이 선의라고 하셨고, 부끄러움이 없다고 하셨으니 좀 더 지켜보자'라는 말은 씨알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번에도 '아님말고' 또는 '카더라'식의 추측성 기사를 수없이 쏟아내고 다른 언론들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받아쓰기를 하면서 곽노현 교육감을 수렁에 빠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비리 교육감, 당장 사퇴하라!'는 얘기 뿐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까지 '곽교육감님, 깨끗이 물러나세요'를 톱 기사로 올릴 정도였으니까요. 

들판에 홀로 세워놓고 아군적군 할 것 없이 마구 총질을 해댔습니다. 그동안 바른 소리 잘해서  믿고 있던 진보인사까지도 총질에 함께 했습니다. 총알과 폭풍우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데도 구경만 할 뿐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는!

수많은 총알과 폭풍우들은 곽노현 교육감에게만 쏟아진 것이 아니라, 곽노현 교육감을 굳게 믿어왔던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와 박혔습니다. 아팠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으로 사랑한 교육감을 잃는 것이 아까워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맞아죽을까봐 자신이 없어서 드러내서 말은 못했지만, 교육감을 향한 총질과 폭풍우가 계속되면 될수록 우리도 함께 아팠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그동안 곽노현 교육감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로는 이 분의 교육과 삶에 대한 진정성을 굳게 믿고 있었기에, 기자회견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힘주어 말씀하신 '선의'와 '법학자와 교육학자적 양심'이라는 말이 그 누구보다 끌렸습니다. 우리들은 '법적으로 잘못하신 일은 당연히 벌 받아야겠지만, 아직 법적 판결이 난 것도 아니고, 본인이 아니라고 하시고 떳떳하다고 하시니 끝까지 지켜보자'면서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아니길 간절히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정확히 때를 맞춰 정관계 인사들에게 십여억 원의 금품 수수혐의를 받고 해외로 도피했던 부산저축은행관련 정계 거물급 로비스트가 입국을 했지만, 이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고 언론들은 오직 2억 원을 주었다고 스스로 실토한 곽노현 교육감을 향해 온갖 나쁜 얘기를 쏟아내기에 바빴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재산상황, 주소, 가족관계, 심지어 아들이 다니는 학교, 부인 이름과 근무처, 부인이 과거에 한 일, 블로그에 쓴 글, 심지어 집 등기부등본까지 교육감님의 사적인 정보들이 인터넷에 까발려졌습니다. 몇 시 몇 분에 출근하고 몇 시 몇 분에 점심 식사를 하고, 몇 시 몇 분에 퇴근하고, 망원렌즈로 불켜진 집무실을 들여다보고, 곽노현 교육감의 얼굴 표정을 실시간으로 찍어 인터넷에 보여주는 바람에, 가만히 앉아서도 곽노현 교육감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소식 중에 어느 것이 진실일까?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곽노현 교육감과 관련한 트위터와 신문기사를 샅샅히 살펴보면서,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와 '양심'은 더욱 제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모든 신문들이 마치 곽노현 교육감을 죽일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혹독한 기사를 쓰나미처럼 쏟아내며 검찰 쪽 이야기를 날라주었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들의 눈은 자꾸 '사건'이 아닌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언론들이 곽노현 교육감을 세게 험담하면 험담할 수록 우리는 점점 교육감의 진실을, 진정성을, 선의를 믿게 되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밝힌 '선의'에 관심 갖다

지난 8월 26일에 박명기 교수가 체포되고 이틀 뒤, 곽노현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2억원의 돈을 '선의'로 박명기 교수에게 건넸다고 시인했습니다. 이럴 때 모든 정치인들은 증거가 다 나와도 '절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는데, 곽노현 교육감은 스스로 주었다고 했습니다. 참 바보같습니다.

그것도 검찰이 1억 3천만 원이라고 발표한 것에 7천만 원을 더 얹어서 2억이라고 밝혔습니다. 준 돈이 밝혀져도 액수를 줄여서 발표하는 것이 그동안 이런 종류의 '사건'들에 늘 보던 익숙한 모습인데, 검찰발표보다 더 주었다고 이실직고를 합니다. 안 받았다고 딱 잡아떼야 경찰도 조사하는데 스릴이 있고, 중계방송을 해 대는 언론들도 신나고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도 호기심에 불탈 텐데... 글쎄 곽노현 교육감은 그냥 '줬다'고 밝혀버렸습니다.

돈을 줄 때도 다 보이는 계좌이체로 보냈다고 합니다. '뒷거래'로 돈을 줄 때는 '사과상자에 넣거나 종이가방에 넣어서 한적한 공터에 세워둔 자동차 트렁크에 몰래 넣어주는'식으로 준다는 것은 이미 우리 나라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돈 준 흔적을 없애고, 나중에 죄가 드러나도 절대 아니라고 딱 잡아떼고, '찾아볼 수 있으면 찾아봐라'하면서 경찰에게 수사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데, 경찰들이 힘하나 들이지 않고 쉽게 찾아보게 계좌이체로 보냈다 합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혹시 만일에 경찰들이 조사하러 다니려면 고생할까봐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합니다. '뒷돈'을 다 보이게 주는 곽노현 교육감, 바보가 아니면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돈을 준 까닭을 '인간적인 선의로 한 지원'이라고 하다니? 정치와 법을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선거'와 '선의'라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이후로 '선의'라는 말이 조롱거리로 변질되며 인터넷을 떠돌았습니다. 법학자인 그는 법리적 해석보다는 '선의'를 선택하였습니다. 정말 '바보'가 아니고서는 이럴 수 없습니다.

자신은 교육감에 당선되어 교육철학을 펼치며 교육개혁을 매진해 갈 수 있는 권한과 선거에 쓰인 비용 35억 원까지도 되돌려 받았지만, 오랜 기간 서울교육을 위해 일해 온 박명기 교수가 몇 번의 선거에서 낙마하면서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워진 모습을 모른 채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충분히 짐작하고 남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은 충분히 그럴 사람입니다. 이제야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 정치판 언저리에서는 '선의'조차 과잉포장되거나 변색되는 일이 많아서,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라는 말을 금세 비웃고 비난하는 여러가지 패러디물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에 대한 증거들이 여기저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험한 말 속에 나타난 그 '선의'들이 온갖 욕설로 삭막해진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지난 2009년에는 부자감세로 이름 붙여진 종합부동산세의 환급금을 받은 즉시 3백만원을 재정이 어려운 연구소에 후원금으로 기부했다는 얘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를 위해 집을 사줬다는 얘기는 이미 잘 알려진 것입니다. 특히 돈을 전달한 사람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오랜 절친인 ㄱ교수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아내에게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들은 이 세상의 모든 멈춰버린 심장을 뜨겁게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노현이를 위해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서 기뻐. 다른 친구가 아닌 내가 검찰에 소환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신문들은 마구 험담을 쏟아냈지만, 사람들은 알아요

언론들은 참 친절합니다. 기소가 되기 전에 교육감 사퇴를 하면 선거운동 보전비용 35억 2천만원을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를 했습니다. 돈이 아까우니 그만 사퇴하라는 말이겠지요. 35억이란 돈은 적은 돈이 아닙니다. 35억을 토해내면 빚더미에 않게 됩니다. 그러나 곽노현 교육감은 흔들리지 않고 '떳떳하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당당하게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합니다. 정치적 뇌물사건에서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정석은 재판을 거부하는게 익숙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곽노현 교육감은 스스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놀랍게도 1일과 2일 인터넷 기사를 보니 지난 일주일동안 조중동에서 시작한 '카더라' 기사들은 지금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대로 받아쓰기한 글들도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대신 인터넷 트위터 실시간 검색창에는 온통 곽노현을 지지하는 글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자유게시판에도 '곽노현과 함께 하는 사람들' 블로그에도 '곽노현 교육감을 지키자',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교육감, 곽노현', '교육감님 사랑해요', '곽노현 교육감님 절대로 사퇴하지 마세요!', '곽노현 교육감을 응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트위터와 아고라에는 사퇴반대와 지지서명이 이뤄져서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찬성 클릭을 하고, 지지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할 기셉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일주일 전에는 맞아죽을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드러내고 곽노현 교육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 상황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제는 드러내 놓고 곽노현 교육감을 지지하고 응원해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욕먹을 일 없고, 맞아죽을 일 절대 없습니다. 딱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검찰이 2일 아침 곽노현 교육감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5일 오전 소환해서 조사한다고 합니다. 곽노현 교육감도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했으니 나머지 일들은 법에서 판단할 일입니다. 법치국가에서 실정법을 어겼다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단, 지금 우리는 그동안 검찰이 한 일을 봤을 때, 검찰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긴 합니다.

당사자인 곽노현 교육감은 더 하겠지만, 현장교사로서 우리 사회에 몰아닥친 쓰나미급 태풍을 함께 겪으면서, 정치와 법을 잘 모르는 교사로서 부탁하고 싶은 일은, 앞으로 곽노현 교육감에게 적용되는 법이 '사람을 죽이는 법'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더욱 간절히 바라는 것은 부디 곽노현 교육감이 무죄가 입증되어서, 그 분이 아니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옳은 교육의 길을, 함께 힘을 모아 함께 뚜벅뚜벅 걸어갔으면 합니다. 일주일동안에 우리 앞에 펼쳐진 당황스럽고 황당한 일들을 고스란히 겪으면서, 현장교사로서 이 꿈은 결코 꿈만은 아닐 거라 점점 확신이 서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교사로서 앞으로 더욱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쳐 줘야할 일이 '절대로 신문기사,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 텔레비전 뉴스를 그대로 믿지 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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