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주민투표 이겨도 져도 수렁에 빠진다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오늘이라도 한나라당은 오세훈 시장 측 주민투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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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우(susu100)등록 2011.08.23 11:32
주민투표에서 이기게 되면 한나라당 안에 반복지 분위기는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국민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열망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이기면 일시적으로는 들뜨겠지만 전투에는 이기고 전쟁에는 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박근혜 의원 진영이 복지를 전면에 걸 수도 안걸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박의원 진영으로서는 장외진영과 연결되는 오세훈 진영과 대립이 격화되는 것 또한 대선의 길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만약 지면 자중지란에 빠진다. 서울시장 사퇴시점을 놓고 일대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오시장이 사퇴시기를 늦추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길 경우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이 경우 오시장은 여권에서 발언권은 거의 없어지게 될 것이며 오시장은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사퇴시기를 9월로 늦추면 오시장은 커다란 비판에 직면하고 재기 가능성은 없어지게 된다. 한나라당은 약속을 못지키게 방해하는 신의 없는 정당으로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여권과 교감 속에 서울시장 사퇴를 번복하는 경우다. 이 경우 한나라당과 오시장 모두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두고두고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겨도 져도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질 것이다. 본전을 건지기는커녕 밑천까지 다 들어먹는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자업자득이다. 야심가로서 무한권력을 추구하는 오시장의 술수를 간파하지 못하고 주민자치를 망가뜨리고 민주주의의 뿌리를 뒤흔드는 오세훈 주도의 주민투표 강행을 저지하지 못한 결과다. 홍준표 대표의 말대로 오시장 측 주민투표는 소주제를 다루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당운이 걸린 것처럼 당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오시장을 지지했다. 당과 대통령의 지지 발언은 주민 참여와 직접민주의라는 주민자치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오시장의 철학과 정치노선을 관철하고 여권 안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장직까지 내팽개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데도 오시장 편을 들면서 총력지원 방침을 정한다는 것은 한나라당이 합리적 정당으로서 판단능력을 상실했음을 뜻한다.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오늘이라도 한나라당은 오세훈 시장 측 주민투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마땅하다. 당의 공천으로 후보가 되고 당선이 된 오시장이 서울시장 사퇴를 조건으로 내거는 걸 반대한 당의 입장을 완전히 묵살한 걸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오시장을 내쳐야 하는 마지막 시점이 온 것이다.
대한민국 집권당이 한 정치선동가에 휘둘리는 것도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관제성 투표를 지지하는 것도 서울 시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주민투표에 개입하면서 설치는 것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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