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순영재단 대결 속 사천노인병원 앞날 '험난'

순영 "공동사용시설 협조 힘들 것"vs경남도 "적당한 선에서 협의 될 것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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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주(news4000)등록 2011.08.05 14:47

경남도와 순영의료재단의 갈등 한 가운데 놓인 경남도립사천노인전문병원. ⓒ 하병주


경남도가 도립사천노인전문병원(줄여 사천노인병원)을 운영할 새 위탁자를 찾자 기존 운영자인 순영의료재단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순영 측은 병원운영에 필수적인 각종 시설물을 공동으로 사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가운데, 경남도를 상대로 각종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라 사천노인병원의 앞날이 험난해 보인다.

경남도는 지난 7월 28일 사천노인병원 새 수탁자로 승연의료재단을 선정해 발표하면서 "순영재단과 공동 사용하는 시설물 일체 사용은 상호간 협의" 하도록 명시했다. 이때 언급한 공동사용시설은 진입도로, 운동장, 산책로, 식당, 보일러실, 영안실 등인데, 실제 공동사용시설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노인병원과 순영병원 사이에 공동사용시설이 많은 이유는 지난 2005년 2월에 맺은 '의료인력시설장비공동이용협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협정에는 같은 부지에 설립된 도립정신병원도 참여했는데, 이 병원 역시 순영재단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병원이다.

이 협정에 따르면, 세 병원은 서로 협진체계를 구성하고 의료인력은 물론 각종 시설과 장비를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들이 이런 협정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순영재단이라는 동일 재단이 운영하는 데다, 병원의 기능이 유사함에 착안해 시설과 장비를 나눠 갖춤으로써 효율적인 경영을 꾀했기 때문이다.

도립노인전문병원과 도립정신병원이 순영재단의 순영병원과 나란히 있음을 알려주는 입간판. ⓒ 하병주


순영 측이 밝힌 병원 간 공동사용시설을 살펴보면, 먼저 순영병원 소유로 상하수도시설, 진입도로, 오수처리장, 영안실, 진료센터, 통신시설, 전기발전시설 등이 있다. 또 도립정신병원 소유로는 병리실, 방사선실, 종합검진센터, 장비보관고, 목욕탕 등이 있다. 사천노인병원에는 물리치료실과 식당이 있다.

여기서 도립정신병원은 경남도의 소유이긴 하나 현재 위탁운영자가 순영재단이기에 이들 시설에 대한 사용권한도 자신들에게 있다는 게 순영 측 주장이다.

문제는 사천노인병원 재연장 불가 방침을 통보 받은 순영재단 측이 이들 시설물을 새 수탁기관과 공동으로 사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순영재단, 경남도 상대 소송 제기.. 공동사용시설 문제에는 "협조 힘들 것"

이와 관련해 3일 순영병원 관계자는 "물론 협의야 해보겠지만 조건이 맞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시설공동사용에 관한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의료법을 언급하며 "19가지 필수 시설이 있어야 병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현재로선 공동시설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노인병원은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새 수탁자를 인정한 것은 문제"라며 경남도를 비판했다.

또 일부에선 "순영재단 측과 공동 사용해야 할 시설을 새 수탁기관이 알아서 협의하도록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의료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경남도가 나서지 않은 채 위탁기관에만 협의 책임을 넘기면,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게 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지적에 경남도 보건행정과도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도 보건행정과 박권범 과장은 "순영 측과 공동사용시설에 대한 협의를 끝내 놓고 새 위탁자를 찾는 공고를 했어야 옳았다"며 행정절차상 실수를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순영 측이 시설의 공동사용을 놓고 끝까지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이 너무 서둘러 진행되다 보니 꼼꼼히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고, 이로 인해 감정적 대결 양상을 띠는 게 아쉽다. 그래도 순영재단 이사장은 일반 개인이 아니라 국정을 논했던 분이기에 합의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공동사용시설 협의와 관련해 경남도가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순영병원과 사천노인전문병원이 함께 들어서 있는 사천시 축동면 가산리 일원. ⓒ 하병주


경남도의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새 운영자인 승연의료재단이 사천노인병원을 무난하게 이끌어 갈지는 미지수다. 순영 측이 이 병원의 수탁자 변경과 관련해 경남도지사를 상대로 지난달 29일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순영 측이 창원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두 가지로, 하나는 경남도가 지난달 28일 사천노인병원 수탁자를 선정해 공고한 것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공고한 내용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또 순영재단은 이날 '계약기간 재연장 거부처분 효력정지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각하된 것에 대해서도 항소했다. 순영 측은 경남도가 지난 6월에 사천노인병원 재연장 불가 방침을 알려오자, 지난 7월 8일 관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7월 22일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했다.

순영재단이 밝히는 소송제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계약만료 기한이 아직 남았고, 또 이를 끝내려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즉 사천노인병원의 전신인 경남도립치매요양병원이 설립될 당시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치매요양병원의 설립 운영기준'에는 부지를 제공한 의료법인이 10년 이내의 기간에서 의무적으로 위탁계약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순영재단은 아직 4년이 더 남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순영은 그 근거로 2005년 병원 증설 과정에서 5억2000만 원을 직접 썼고, 3필지의 토지를 경남도에 추가 기부채납 했음을 들고 있다.

그리고 위탁운영기간 연장에 대한 갱신 여부를 결정할 때는 미리 경남도 산하 공유재산심의위원회에서 '수탁자의 공유재산에 대한 관리능력'을 평가해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을 더하고 있다.

순영 측이 밝힌 또 다른 소송 제기 이유는, 수탁자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이다. 즉 위탁자 모집공고에 맞춰 승연의료재단의 이사장이 바뀌고, 최초 모집공고가 변경 공고되는 등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수탁자 선정과정이 미심쩍다는 것이다. 순영 측은 이를 두고 "승연재단을 위한 수의계약에 다르지 않다"며 강하게 문제제기 했다.

승연재단, 8월9일 병원 새출발 가능할까?

이렇듯 사천노인병원 위탁자 변경을 추진한 경남도의 조치에 순영재단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사천노인병원의 앞날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연의료재단이 오는 9일부터 사천노인전문병원을 무난히 운영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승연재단이 운영하는 삼천포서울병원 전경.(삼천포서울병원 보도자료사진) ⓒ 승연의료재단


새 수탁자로 선정된 승연의료재단이 사천노인병원 운영을 맡기로 한 것은 오는 8월 9일부터다. 하지만 승연재단 측에 따르면, 4일 현재 공동사용시설에 대한 협의는 지지부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 역시 지난 2일, 인수인계 할 각종 장비와 시설 등에 관해 재물조사를 한 바 있지만 공동사용시설에 관한 구체적 협의로 발전시키지는 못한 상태다. 따라서 새 위탁기관이 병원을 맡았을 경우 정상 가동은 힘들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 보건행정과 박권범 과장은 "순영 측이 적당한 선에서 협의에 임하리라 본다. 하지만 당장은 마무리하기 힘들어 보여, 정상적인 출발은 힘들 수 있다"며 조심스레 전망했다.

이에 관해선 새 수탁기관인 승연재단 측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8월 9일 병원운영 개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단 관계자는 "협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금 분위기론 힘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렇다고 병원운영을 아예 하기 힘들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일부 낙관했다.

승연재단 측은 공동사용시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진입도로와 상하수도시설 등과 관련해서는 "협의가 안 됐다고 해도 환자들이 있는데 못 쓰게 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사천노인병원의 공동사용시설을 둘러싸고 앞으로 경남도, 승연재단, 순영재단 사이에 밀고 당기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남도는 "끝끝내 협의가 안 되면 법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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