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로 병원에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서평]지나친 의약 오남용을 막아라<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 키우기>

검토 완료

임준연(withsj)등록 2011.08.03 16:31

책표지. 흔한 질병에 혼비백산 하는 어머니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는 책이다. ⓒ 문예출판사

가래가 끓는 6개월된 아이를 보는 부모로서 내 마음은 아프다.폐렴이나 천식으로 진행될지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듣기라도 하면 아마 병원에 달려가지 않을 부모는 없을 것 같다. 병원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달리 어떤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없다. 우리에겐 병원과 의사만이 아이를 고통과 혹시모를 위험에서 구해줄 유일한 구원자이다.

하지만 병원에 대한 믿음이 그리 못한 것도 현실이다. 어제 보건복지부령으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대학병원에 경증환자 약값에 자기부담을 늘린다는 조치는 결국 한국 사람들의 의사 불신임도를 반증하는 것이다. 동네 의사들은 믿을 수 없고 '큰 병원'의 의사들만이 그나마 신용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나는 병원에 대한 의구심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외할아버지와외삼촌이 의사이어서 만은 아니였다. (난 그 두분을 그나마 존경할만한 의사로 여긴다)어머님은 항상 의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스타일이 아니셨다. 병원에가도 지극히 상식적인 이치와 원리를 따졌다.웬만한 병에는 병원에 잘 데려가지 않으셨다.아주 심하게 열이 나고 앓거나 할 때에는 약국에서약을 지어 먹이는 것으로 (그것도하루를 넘기지 않았다)끝이었다. 그 영향인 것 같다.

이불 뒤집어쓰고 땀을 흘리면 하루를 넘기는 일이 별로 없었다. 어머니는 병원과 의사의 말을 잘 듣는 보호자가 아니셨다. 그래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있다가 나왔을 때에도 회복기간이 빠를 수 있었다고 자부하고있다. (아버지도 동의하는편이다) 주사 맞는것부터 음식 먹는 것까지 병원에서 시키는 것은 거의 거부한 채, 빠른 회복을위해 음식을 통한 영양공급과 꾸준한 운동요법을 병행했다. 처음에 곧 돌아가신다고 웅성거리던 주변 어른들의 말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하던 중 놀랄 만큼 멀쩡하게, 그것도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어린나이에 중상이면 최소한 몇 개월 입원해야 할 줄 알았나 보다)나타난 아버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로 병원을 믿지 않는 주관은 더 뚜렷해졌다.고등학교에서 의대에 진학한 친구들과 대학시절을같이 보내고 나서는 확신으로 굳어졌다.'저건 의술이 아니야.상술이지.' 나의결론은 결혼 이후 아이를 키우면서 부부싸움의 원인중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다.물론, 나는 병원에갈 필요 없다는 쪽이다.

다시, 가래가 끓던 아이에게 처방받은 약을 3일간 먹였다. 별로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하루인가 지나자 증세가 차츰 나아졌다. 이쯤 되면 처방받은 약이 효과를보인다기 보다 일주일 넘게 진행된 가래현상이 차츰 수그러들었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가래가 발전하면 천식으로 갈지 모른다는 엄청난 확률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병원에 가기를 종용하는 아내와 더 다투기 싫어서 다녀온 병원에서 진찰 2분만에 받은 처방이었다.

아직은 나같은 편향적(?) 사고에 동의할 독자는 별로 없을듯하지만, 박사급 전문가의 말이라면 혹하지 않으신가. 책 '병원에 가지않고 건강한 아이 키우기'는 이런 내 주관에 확실한 배경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던것들이 차분하고도 조리 있게 정리된 느낌이었다.
가래가 끓는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은 없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해 보이는 '인후염'에관한 조언은 있었다.

"인후염은 상당히 불편하긴 하지만 그 자체로는 특별히 심각한 상태가아니다. 연쇄상구균에감염되어서 생긴 것이더라도 말이다.심각한 질환이 있음을 가리킬지도 모르는 다른 부가적인 증상들이 계속해서 남아 있지 않은 한 의학적인 치료는 필요치 않다."

이와 더해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하는 경우에만 병원에'가라는 조언과 평소에 수분을 충분히 취하도록 하고 방안에 습도를 유지하는 조치를 취할것. 40도가 넘지 않는 열이라면 그냥 두고 보아도 좋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더불어 열을 낮추고자 어떤 약의 처방도 신중한 것이 좋다며, 아스피린 등은 체내 면역성을 키우는 데에 방해만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생아실에서 아이의 눈에 질산은을 떨어뜨리는 행위나, 무절제한과잉진료 및 처방, 근거없는 질병의 가능성을 들어 환자를 협박하는 일 등이만연한데에 부모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력을기대한다고 했다.

"의대에서 학생들은 석 달 동안 소아과 수업을 듣는다. 면역에 관한 편향된 정보를 다량 흡수하면서도 약학에 대해서는 거의 배우지 않는다. 실제로 소아과 의사로서 진료하게 되면 온 도시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마약상보다도 더 많이 아이들을 약물에 중독 시키면서 말이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일반적인 의대의 본과 과정에서 약학에 할애된 시간은 4년동안 60시간뿐이다. 그 시간조차도 대부분은 관념적인 약학 이론에 관한 부적절한 정보를 흡수하는 데에 쓰인다. 결국, 의사들이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에 대해 아는 지식 대부분은 에둘러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수십 년을 소아의사로 활동한 로버트 멘델존 박사의 위의 이야기에서 주관을 빼고 보더라도 우리가 지나치게 의사를 신뢰하고 있음은 눈치챌 수 있다. "60시간" 동안 약학을 배워서 처방에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나에게 그들의 조언보다는 스스로 병치레를 겪은 수십 번의 임상경험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대의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와 결합한 의사가 세력화하고 관습화되어 아이들의 병을 오히려 키우고 건강에 해를 끼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자기 성찰의 글이다. 물론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책은 '아이가 진짜 아플 때를 구별하는 방법'과 '정말로 의사가 필요할때'를 구별하는 기본정보를 준다. 오히려 영양과 자연식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열, 두통, 배앓이, 기침과 콧물, 인후염, 귀앓이(중이염에대한 두려움에 대한 조언), 시력검사, 불의의사고, 천식, 과다행동장애, 예방접종 등에서 만연하는 과잉진료에 대해 단호하고도 적절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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