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정치적 스펙트럼, 그리고 봇(Bot)

트위터의 정치적 의미와 반복적 세뇌 그리고 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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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water0mir)등록 2011.07.19 20:20
최근 들어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터넷 관련 서비스라고 하면 단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이하 SNS)이다. 마치 폭풍처럼 유행을 타면서 다양한 형태의 SNS가 생겨나고 있고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단연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Facebook)이다. 여기서는 트위터에 대해서 간단하게 다루어 보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트위터는 140자의 간단한 글을 올리도록 만들어진 단문 블로깅 서비스라고들 한다. 물론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동영상과 사진 등을 공유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트위터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소통 방법은 140자 이내로 간단하게 의사 표현 혹은 잡담을 하고 맨션을 주고 받으며 리트윗(Retweet)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다. 트위터는 유명인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의 보급과 맞물려 국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였다.

트위터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비단 트위터의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유행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트위터는 140자라는 짧은 글 속에서 정말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빛을 발하였고 거의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오고 공유된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개인이 연대하여 정치적인 힘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파급력은 단지 인터넷 속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큰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고 그러한 사례는 명동 3구역, 유성기업, 한진중공업 등 사회적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그 빛을 발하였다.

트위터가 처음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할 때 트위터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단연 진보 진영이었다. 진보 진영에서 두드러지는 인사 혹은 그러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단문 안에서 다양하게 표출한다.
 
진보 진영 인사들의 언사를 리트윗으로 공유하고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연대를 외치며 사회적으로 점점 구석으로 내몰리는 서민,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려는 움직임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분명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받을만한 것이었다.

트위터에서 이러한 속칭 빨갱이들이 활동한다는데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운다는 보수 진영들이라고 트위터를 외면할 수 있을까? 특히 올해 들어서 보수 혹은 극우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트위터러(Twitterer)가 자주 눈에 띄게 되었다. 이들은 보통 트위터 계정의 자기 소계란에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DCinside) 정치사회 갤러리에서 활동한다고 적어놓은 경우가 많다. 한 때 대한민국 인터넷 빨갱이의 온상이라던 디시인사이드가 이제는 보수 혹은 극우적인 집단의 온상이 된 것이 어떤 면에서는 상전벽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이러한 계정들 상당수가 똑같은 글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올린다는 점이다. 그것도 다들 거의 똑같은 내용들이다.

여기에는 Twittbot.net(이하 트윗봇)이라는, 일본의 한 트위터 서비스를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트윗봇은 봇이라는 단어가 붙은대로 트위터 계정에 자동으로 트윗을 올려주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서 트윗봇 사이트에 자신이 올리고 싶은 트윗을 A,B,C가 있고 그것을 저장해둔 뒤에 업로드하는 간격을 30분 혹은 1시간 식으로 인터벌(interval)을 설정해둔다. 그러면 30분 혹은 1시간 간격으로 A,B,C 라는 트윗을 주기적으로 올리든지 무작위로 올리든지 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보수 혹은 극우적인 정치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트위터 계정 중 꽤 많은 수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그들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타인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트윗봇 서비스를 통해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타인에게 반복하고 주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이렇게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리트윗해서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트윗을 반복시켜 주입하는 것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들의 주장이 어떤 점에서 옳고 어떤 점에서 그른 것인지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들의 이러한 세태, 그리고 맞팔(서로 팔로잉-팔로워 관계를 맺는 것) 100%를 지향하며 마구잡이식 팔로가 일상화된 우리나라의 트위터 문화 속에서 이러한 반복된 트윗 컨텐츠가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서 한번 쯤은 생각해보게 만든다.

물론 이렇게 반복적으로 지긋지긋하게 올라오는 트윗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확고한 정치적인 스펙트럼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트윗을 보고 그냥 웃고 넘어가거나, 혹은 트위터의 기능을 이용하여 언팔로(Unfollow: 구독 중지) 혹은 블락(Block: 차단)할 것이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팔로하고 맞팔율 100%가 무슨 벼슬인양 생각하며 정치적으로는 거의 백지 상태에 가까운 사람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컨텐츠를 본다면 어떠한 상황이 될까. 맞팔율 100%를 자랑하며 수 만 명의 팔로잉과 팔로워를 자랑한다면 분명 기존의 진보 진영의 트윗뿐만 아니라 보수적 혹은 극우적 스펙트럼을 보이는 봇 계정의 트윗의 융단 폭격을 맞는 것과 같다. 정치적 백지상태인 그들이 이러한 글들을 보며 어떠한 심리상태를 보일지 알 수 없다.

이제 트위터는 우리나라의 정치적인 현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되었다. 트위터를 하는 저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졌든 그들은 140자라는 짧은 글 속에서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그들의 의견을 주장하고 상대에게 반박하며 설복하려고 한다. 또는 그들의 정치적 이념을 반복적으로 주입시키려고 한다. 디시인사이드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고 지금은 트위터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은 그저 박수치고 정치적 권리를 가진 개개인의 행동과 의견이 표출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찬사를 보내기에는 입맛이 쓰다.
 
디시인사이드가 정치적 영향력으로서 그 이름이 오르내리던 시절과 지금의 트위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개인이 익명성 뒤에서 자신을 숨긴 상태에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개진한다는 점이다. 뒤집어 말하면 자신을 드러내고 의사를 표현했을 때 불이익이 생길 수 있고 그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의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트위터에서 진보 진영이 말하는,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는 현실이 이렇게 이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2011.07.19 18:55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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