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에 찌든 대한민국이여! 좀 쉬어라!

대통령님! 제발 OECD 수준으로 휴가 좀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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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artman88)등록 2011.07.01 09:35
 지난 월요일 3년 만에 여야 영수회담이 열렸다. 6가지 현안을 가지고 오랜만에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만났지만 FTA 등 주요현안에 상당한 인식 차를 나타냈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등록금 문제도 내년부터 등록금 인하에 여야가 서로 협력하겠다는, 그야말로 하나마나한 대화만 오고간 자리였다. 차라리 그 시간에 야당 대표는 부산 영도로 내려가야 하지 않았을까? 장기화 되고 있는 한진 중공업 노사분규에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또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그 시간에 장마로 인한 4대강 공사 안전 대책을 점검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회담은 별무소득으로 막을 내렸고, 앞으로 정국현안에 대해 좀 더 자주 만나서 의견개진을 하자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어차피 같이 밥 먹고 사진 찍는 정치적인 쇼에 그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 그 수준으로 마무리 되었다.

허무하게 막을 내린 회담에서 내가 흥미롭게 생각한 부분은 다소 엉뚱한 부분이었다. 그건 바로 대통령과 야당대표의 회담 시간과 메뉴였다. 시간은 월요일 아침 7시 30분, 메뉴는 해장국! 월요일 이른 아침에 웬 해장국? 두 분 다 일요일 밤에 약주라도 하셨나? 아님 끝까지 서로 딴 곳에서 달리다 마지막으로 해장국 먹으려고 회동한 건가? 청와대가 해장국엔 일가견이 있는 건가? 메뉴도 뜬금없었지만 회담 시간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수회담이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을까? 원래 비즈니스의 시작은 9시 아닌가? 좀 더 유를 가지고 만날 순 없었을까? 물론 워낙 일정이 바쁜 두 분의 시간을 맞추다 보니 월요일 이른 아침밖에 시간이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국가 일을 논의하는데 새벽이나, 아침, 평일이나 휴일을 가릴게 뭐가 있겠나? 이는 당연지사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MB 정부 들어 이런 것들이 너무 일반화되고, 고착화되었다는 것이다. 아침잠이 없는 대통령 때문에 새마을 운동하듯 공무원들은 아침이고, 휴일이고, 시도 때도 없이 나라 일에 불려나가고 시달린다. 공공부문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는 당연히 사적영역으로 전파된다. 기업이고, 개인 사업체고, 가정집이고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은 24시간 편의점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가정주부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쉴 새 없이 하루하루가 돌아간다. 도무지 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즐길라 치면 사회에서 게으름뱅이로 낙인찍히는 것은 순간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전체가 경직되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아침마다 지하철에서 울려 퍼지는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라고 노래하는 차 두리의 모 제약 광고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은 아닐까? 정확한 통계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정부 들어 유독 공무원의 과로사 뉴스가 많은 것도 바로 과다한 업무 시간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역사상 가장 부지런한 대통령은 따 논 당상인 이 명박 대통령부터 나서야 한다. 365일 일에만 매달리고, 수시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세일즈맨 이미지의 대통령은 자칫 삶의 관한 가치를 일과 돈에만 한정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지런함과 경제를 강조하느라 돈만 밝히는 일벌레 가부장 같은 이미지를 이제부터라도 바꿔야한다. 조찬 회동은 가급적 피하고, 정례 회의나 회담은 비즈니스 시간 내에 하는 게 어떨까? 또한 떡볶이 집이든, 택배회사든, 모내기든, 택시회사든, 민생을 둘러보겠다고 방문하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제 민생탐방 많이 했으니 그만 좀 하는 건 어떨까? 시도 때도 없이 저잣거리를 둘러보는 건 자칫 민생탐방이 아니라 민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처럼 대통령이 사적인 시간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주말엔 친구들 만나서 맥주 한잔 기울이는 모습도 보여주고, 일요일엔 가족의 단란한 모습도 보여줬으면 한다.  여름휴가도 그렇게 대통령이 좋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인 OECD 수준으로 넉넉하게 갔으면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마음 놓고 여름휴가도 여유 있게 가고, 연월차도 쓸 수 있을 것 아닌가? 또한 여름휴가 때마다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대통령의 정국 구상도 좀 심도 있고 여유 있게 할 것 아닌가?   

이제 MB정부는 탁상공론에 그치고 있고, 또한 그 자체로 아니러니인 '공정사회'는 그만 간판을 내려라! 이제 '여유와 느림이 있는 사회'를 역설하는 게 어떨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잘 사는 사회"는 당연한 얘기이고, 구시대적인 구호이다. 그것보다는 "좀 여유 있게, 느리게 살아도 잘 살 수 있는 사회" 가 더 신세대적이고 멋진 것 아닌가? 그런 사회가 더 행복한 사회 아닌가? 실상 선진국들은 다 그런 사회를 꿈꾸고, 지향하고 있을 터이다.

부지런한 자본주의의 메카인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은 너무 피곤한 일이다. 이제야 말로 이 땅을 디디고 살아가고 있는 민중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와 느림 그리고 휴식일 것이다. 피곤에 찌든 대한민국이여! 이제 좀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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