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스 이천원짜리 피망, 이만원 만든 사연

서로가 기분좋은 꽤 괜챦은 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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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주(earthwomanso)등록 2011.06.04 14:07

올해는 피망이나 고추 농사지은 사람들... 다들 피멍들었다고 말하지요.

우리 옆 하우스 정실아지매가 몇일 전, 빨강 피망을 보냈는데 2천원이 나왔다고 하시면서 담아놓은 것 있는데 공판장에 보낼 수록 손해라며 우리집 소나 갖다주라고 하시데요. 참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빨강 피망이 얼마나 맛있고 몸에 좋은데 몽땅 소를 주려니 아깝고 해서.. 거창 여성농업인센터 보냈습니다.

"그냥 택배비 착불하고 돈 안줘도 돼니까 갈라먹어~"

그런데 한봉지씩 가져가면서 애터지게 농사지은 거 어떻게 공짜로 먹냐고 천원씩 이천원씩 내고 간 것이 만육천원이 되어 아지매에게 돌아갔습니다.

'아싸, 이거 괜챦네.'

다음날, 올해 귀농해서 첫 농사를 피망으로 지은 경민엄마가 하우스에 놀러왔다가 빨강 피망 3천원 받았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따 놓은 거 4박스 더 있다고. 언니집 소나 주라고.

그래서 한번 찾아간 적 있었던 부산의 '맨발동무 도서관'과 해운대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선배언니에게 보냈습니다.

"택배비 착불하고, 알아서 돈 넣어줘."

다음날, 한박스에 평균 2만원이 되어 돌아왔더라구요.

한봉지에 다섯개씩 넣어 천원에 가져가니까 딱 한박스에 2만원이 나오더라고. 너무 반응이 좋으니 몇박스 더 보내도 되겠다는 말과 함께.

참... 저는 가만히 앉아서 이쪽 저쪽에서 인사받고 있어요.

이천원 삼천원짜리 피망을 열배로 값을 받아주니 우리 하우스 들에서는 봉이 되었고

"좋은 농산물 싸게 줘서 고맙다"는 소비자들의 인사도 듣고...

피망 가져가시는 분들이 꼭 나에게 필요해서만은 아니겠지요. 세상에 입도 다물어지지 않는 가격에 농민들이 팔고 있다고 하니 그저 조금이라도 보탤 마음들 아니겠어요? 그리고는 농민의 마음에 부담스럽지 않게 해 주려고 고맙다고, 더 보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참 어이없고 아쉬울 때 도움이 되어주는 소비자들... 참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서로가 큰 힘이 들지 않는 이런 직거래가 농산물을 '상품'이 아닌 농민의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작은 운동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혹 피망 필요하세요?  010-9925-1636 소희주로 날려주세요~

덤으로, 피망과 파프리카의 차이를 알려드릴까요?

피망은 불어고, 파프리카는 영어지요. 한글로는 '착색단고추'라고 합니다.

한 종류이나 착색이 다르지요. 초록색이 빨개지면 피망이라고 보통 부르고. 초록색이 노랗거나 주황 등의 색으로 변하면 파프리카라 부릅니다. 맛과 육질이 색에 따라 다 달라요.   

 

 

      

2011.06.04 14:05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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