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럭보다 더 자주 바뀌는 영어교육정책

-영어사교육 없으면 안되는 5가지 이유①

검토 완료

한희정(lifenamoo)등록 2011.06.01 17:58
2008년 1월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미국에선 '오렌지'라고 하면 못 알아듣고 '어륀지' 해야 알아듣는다"고 한 뒤 '어륀지'는 현 정부의 '영어 몰입 정책'을 상징하는 말이 됐고, 정부 출범 뒤에는 각종 영어교육 정책이 잇따라 시행됐다.

2008년 4월 대통령 영어 봉사 장학생 프로그램(TaLK)
2008년 9월 TaLK 지원 디지털 교과서 보급
2008년 9월 영어교사 심화연수 개선 방안
2008년 10월 2009년 영어의사소통능력 향상 사업 추진 계획
2008년 10월 사교육 경감 대책
2008년 11월 초등영어교육과정 개정 공청회
2008년 11월 영어회화전문강사 공청회
2008년 12월 영어교육정책 추진 방안 발표
2008년 12월 초등영어교육과정 개정 고시 : 초등영어수업 시수 확대
2008년 12월 원어민영어교사 선발관리체제 개선
2009년 1월 실용영어 학습법 및 교수법 개발 핵심요원 연수
2009년 5월 사교육비 경감대책 공청회
2009년 5월 국가영어능력평가 예비시험 실시
2009년 9월 영어교사 수업 전문성 제고 방안
2009년 12월 영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 해소 지원 사업
2010년 2월 2009년 영어교육리더학교 선정 결과 발표
2010년 3월 교과부-EBS-교육과정평가원, MOU 체결
2010년 3월 실용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사이버 공부방 시범 운영
2010년 12월 2010년 영어교육리더학교 선정 결과 발표
2011년 2월 공교육 강화 사교육 경감 선순환 방안 토론회
2011년 5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및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 방향 공개토론회

이상은 2008년 현 정부 출범 이후 교육과학기술부의 영어교육관련 보도자료 중 중복되는 내용을 생략한 것들이다. 어륀지로부터 시작된 끊임없이 영어교육 강화 정책들은 새로운 정책들이 제시될 때마다, '영어 사교육을 잡겠다. 영어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보다는 잉글리쉬 프렌들리 정권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수 확대를 위한 2008 개정 영어교육과정, 늘어난 시수를 부담하기 위한 영어회화 전문강사제도, 농산어촌의 부족한 원어민 교사를 충당하기 위한 한달에 100만원 받는 영어봉사장학생 TaLK, 특별히 우대받는 영어교과만을 위한 영어체험교실과 영어전용교실, 영어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사교육을 잡겠다는 교육방송 영어교육프로그램과 원어민 화상강의, 영어기초미달 학생을 위한 방학중 영어 캠프와 방과후 영어교실, 영어의사소통능력향상을 위한 EBS 연계 방과후 프로그램 도입 예정, 초등생부터 준비해야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국가영어시험에 맞게 새롭게 뜯어 고치는 2009 개정 영어교육과정까지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이나 부모들이나 아이들이나 입시학원 관계자들이나 다들 정신없이 쏟아지는 영어교육강화 정책에 장단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이다.

영어사교육 다이아몬드 2008년 6월 17일 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문제와 영어격차 해소방안 토론회에서 조진희 선생님이 제시한 영어 사교육 다이아몬드, 우리는 이 다양한 계층 중 하나에 포획되어 있다. ⓒ 한희정


오직 하나의 흐름이 있다면 잉글리쉬 프렌들리, 부모 잘 만나서 영어사교육 다이아몬드에서 상위 계층에 서게 되면 먹고 살 길은 열린다는 메시지 아닐까? 친미사대주의적 문화에 안그래도 영어교육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혹은 강박감 속에 있는 부모들에게 '너희 자식들 영어 못하면 앞으로 이 사회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엄마표 영어 따라잡기'라는 책을 쓴 저자는 부모로써 아이가 영어 때문에 미래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어 동화부터 시작해서 엄마표 영어 교육을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동일할 것이다. 현 정부의 지속적인 영어 교육 강화 정책이 아니어도 이미 부모들은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정책이 쏟아질 때마다 사교육을 잡는다지만 결국 사교육을 부채질하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 사교육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다.

5월 16일 영어교육관련 공청회 관련 교과부의 정책 뉴스 영어의사소통능력 강화를 명분으로 중학생들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아예 '영어기초'라는 과목을 신설한단다. 누가 '영어기초'과목을 선택하게 될까? 혹시 시험을 봐서 수준별로 선택이 아니라 강택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현 정부의 영어포기아에 대한 정책이었다는 점이다. ⓒ 한희정


21일 <한겨레>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미공개 보고서 '영어교육정책 성과 분석 및 발전 방안 연구'를 보면, 중·고교생이 △수준별 이동수업 △영어 전용교실제 △<교육방송>(EBS) 영어교육방송 △주당 1시간 회화수업 △교과교실제 등 5가지 정책을 경험한 뒤 "영어를 더 잘하게 될 것 같다"고 답한 비율이 50%를 넘는 정책은 영어교육방송뿐인 것으로 조사됐다.(2011년 4월 22일 한겨레 기사 인용)

잉글리쉬 프렌들리 정부 때문인지 LH, K-WATER, KT&G, NH, NH생명, aT, KEPCO, KOPEC, KB, KT, KDB, IBK, SH공사, SHift, SH Vill, KORAIL, A'REX처럼 외국인도 무슨 뜻인지 모를 영어이름이 난무하고 있다. '희망플러스 통장',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클린재정', '서울비전체계', '시민패트롤', '서울사랑커뮤니티', '서울리뉴얼', '비전갤러리', '그린트러스트', '하이서울리포트', '서울메트로 모니터', '시니어 패스', '하이서울 페스티발', '천만상상 오아시스', '서비스 매뉴얼', '비전서울 핵심프로젝트', '희망드림프로젝트', '시민행복 업그레이드', '클린운영', '서울형 데이케어 센터' 등은 어떤가? (2011년 4월 22일 미디어스 기사 참고)

2011년 5월 26일 정책토론회 영어교육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과 2009 개정 교육과정 관련 공청회 모습. 정부는 사교육을 잡겠다지만 이날 이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사교육과 출판업계 관련자들이었다. ⓒ 한희정


보도블럭보다 더 자주 바뀌는 게 아니라 더 자주 쏟아지는 영어교육정책으로 학부모도 아이들도 교사들도 혼란스럽다. 영어 없이는 정말 못살 거 같은 분위기를 끊임없이 조장하는 영어교육강화론자들의 탐욕의 끝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이러하니 어찌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 영어 교육에만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초딩아이, 영어사교육 꼭 해야겠네" 후속 기사입니다. 영어사교육이 없으면 안되는 5가지 이유라는 부제로 앞으로 4회의 기사를 더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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