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비상 탈출! ‘무주택자’에겐 또 다른 희망과 위안

책<아파트 쇼크>가 말해주는 아파트의 환상과 실상,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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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lredl)등록 2011.05.19 17:37
며칠 전, 친구 말이 자기 조카가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 출신인데,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하면서 온 집안이 배꼽잡고 뒤집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자아이들의 적극적인 선물 공세로 반지와 간식 등은 기본이고 급기야 한 엄마가 아들에게 전해주라고 한 "아파트 키"까지 받아 오더란다. 조카 말이 남자아이가 (엄마가 시켰는지)"서울에선 이게 최고"라며 아파트 키를 주더란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나는 별로 우습지 않았다. 나라 돈 빌려 겨우 전세로 근근 하는 상황에서 아파트 키는 선망의 대상일 뿐 그토록 쉽게 자식에게 건네줄 수 있는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다. 이런 내 마음을 눈치 챌까봐 그저 친구와 덩달아 크게 웃어 넘겼다.

친구는 또 요즘엔 딸 둘 낳으면 200점, 딸 아들 낳으면 150점, 딸 하나 낳으면 100점, 아들 하나 낳으면 50점, 아들 둘 낳으면 0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해줬다. 그 말을 들으니 허무하기 짝이 없다. 지금껏 비록 가진 건 없어도 아들 둘 낳아 든든하다 생각했는데, 불과 2년 만에 0점짜리 엄마가 됐으니 말이다(2년 전엔 그래도 100점은 됐다). 게다가 "아들 둘은 나가 죽어."라는 말까지 있다하니, 세상 참 살고 볼 일이다.

한편으론, 점수도 어쩜 저리 제대로 매겼는지 모르겠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남아선호사상이 사라진지 오랜데다 딸이 애교가 많아 키우는 재미가 크다고들 한다. 게다가 자라면서 싸움을 크게 할 일 없으니, 치료비 물어낼 일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시집보낼 때도 마찬가지! 반대로 "남자는 집이 있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은 사라지지 않은 마당에서 어쩌면 우리 부부는 없는 기둥도 세워야 할 판국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0점도 후하다 싶을 정도다. 게다가 벌써부터 여친 갖다 주라며 아파트 키를 챙기는 엄마를 보니 씁쓸하기까지 하다.

"아파트"에 미련을 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가끔씩 일생을 마치 집에 목숨 걸듯 살고 있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면 회한이 든다. 그놈의 집이라는 것은 바로 "아파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파트 한 채라도 버젓이 있어야 누구 앞에서든 떳떳할 것만 같고, 자식들이 커서도 든든한 목돈이 되어줄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의 월 급여 200만 원에 각종 대출이자 40만 원, 아이들 보험료 10만 원 및 교육비 15만 원, 주택청약 10만 원, 각종 세금 및 고지서 대금에 카드 값 100만 원을 다 합치면 한 달 생활비는 눈곱만큼도 생각할 수가 없고 다음 달 또한 카드를 긁지 않은 이상 생활해 나갈 수가 없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물려줄 만 한 집은 고사하고 부모 부끄러워 할 일을 만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에 일생을 걸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 이원재 저자의 <아파트 쇼크>는 마치 내게 위안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오히려 "집 없는 사람들"이 아닌 "집 있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웠다. 단지 "아파트"에 대한 선망을 떨치기에는 충분했다. 자, 그럼 아파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또 현 시점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책을 통해 한번 알아보자.

2011년 아파트 시장과 우리들의 자화상
지난 30년간 우리 모두는 아파트에 매달려왔다. 아무리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사두기만 하면 돈이 되는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굳이 직업이나 지위를 들먹이지 않아도 아파트 평수와 브랜드만으로도 그 사람의 사회적인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아파트는 선망의 대상, 꿈에 그리던 주거 공간이었다.

2010년 말 통계치는 우리들이 얼마나 아파트에 올인하고 있는지를 말해주기도 한다. 가파른 성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가 총액은 약 279조 원인데 비해 같은 기간 아파트 가격 총액은 약 780조 원으로 약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는 국내 자본이 생산 자본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집중 투자된 것을 뜻한다. 그만큼 아파트는 우리 모두의 생각과 생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파트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파트를 주거 공간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믿었던 아파트가 오히려 자산을 감소시키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이 아파트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릴 것이라고 상상하고 입주한 사람들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들은 바로 아파트 생활을 경험한 바로 우리들의 자식 세대다. 이것이 2011년,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젠 통하지 않는다!
정부는 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8.29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언 발에 오줌 누기지 그게 무슨 대책이냐?"고 말한다. 즉, 부산 등 지방 광역권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보인 것을 제외하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일대 부동산 시장은 대책 이전과 변함이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정부의 8.29 부동산 대책을 기다리던 부동산 업자들까지 "DTI 규제 완화만으로 무너진 아파트(부동산) 시장을 되살릴 수는 없다"고 말하며 등을 돌렸겠는가.

실수요자 또한 여전히 실종 상태다. 보통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발표되면 뭉칫돈을 가진 대규모 투기세력이 먼저 움직이고 그 다음에 실수요자가 움직인다. 그러나 현실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이는 흔히 하는 말대로 '꿰차고 앉아 있으면 돈이 되는 아파트'라는 환상을 버린 사람들이 많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미 가능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은 다 사용했고 남은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제 아파트는 더 이상 투기와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미국의 부동산과 금융권의 동반 몰락' 또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코앞에 닥친 우리의 위기다. 실제 우리나라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 시장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는 일본과 미국을 덮쳤던 그림자를 너무 많이 닮았다.

이젠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려야할 때
'앞으로 장기적으로 나아지겠지'하는 기대가 있다면 지금 당장 버려야 한다. 각 경제연구소 또한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이 대폭락을 경험한 나라의 수준에 근접해 있거나 넘어선 수준이라고 분석하지 않았나! 저출산과 문화, 생활과 소비 패턴의 변화 역시 다시는 이 땅에 과거와 같은 아파트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접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 상황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추락뿐이다. 하지만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가 있다면 연착륙은 가능하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며,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까닭이다.

저자는 아파트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버리라고 말하고 있다. 혹시라도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그나마 챙길 수 있는 것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저자는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면 앞으로 얼마든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생긴다고 말해준다.

"지금은 결단의 시기"라는 저자. 그는 "역설적이지만 아파트 가격은 지금의 전세 가격보다 약 30% 정도 비싼 가격까지 떨어져야만 새롭게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파트 시장의 마지막 투자 집단에 해당하는 전세 입주자들은 현재 매입 시기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주택자'에겐 또 다른 희망과 위안으로 다가가길
저자는 또한 혹독한 고용 불안을 경험하고 인생관이 사뭇 다른 젊은 층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혼인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나칠 정도로 아파트에 매달려온 우리…. 저자는 마지막으로 '한계 상황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사수를 외치는 사람들'을 향해 "이쯤 되면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알았을 것"이라는 염려와 함께 "이제는 시야를 돌릴 때가 되었다."라며 질타를 날렸다.

만약, 저자가 바라는 대로 많은 사람들이 시야를 돌리거나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게 된다면, 무주택자들도 좀 더 나은 기대와 희망을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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