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상구를 막아버린 베를린폭탄

제2의 연평도 사태, 이제 불가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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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욱(silchun615)등록 2011.05.13 15:46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과연 서울을 방문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택도 없는 소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왜 초대에 응할 수 없는지는 그 누구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왜 핵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한 것일까?

통 큰 대화와 실없는 제안

유럽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핵 포기 문제에 있어 북한이 진정하고 확고하게 포기하겠다는 의견을 국제 사회와 합의한다면 내년 3월 26~27일 제2차 핵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대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하느냐'는 질문에 "그 진정성의 전제는 북한이 테러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이 사과는 진정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사과하는 문제는 6자 회담이나 남북(대화) 등 여러 가지에서 기본"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제안"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답변이라면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달말 북한을 방문한 카터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만나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공식 제의한 것이다.

11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서면대담에서 "베를린제안"은 "날로 높아가는 대화분위기를 차단하고 북남관계파탄과 대북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며 반공화국 핵소동과 대결책동을 정당화해보려는 단말마적 발악"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더불어 "이명박 역도"라는 원색적인 단어도 다시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핵포기 합의와 천안함 사과를 전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핵정상회의에 초청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정상회의에 참여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핵정상회의의 가장 큰 목적이 북한의 무장해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포기 합의, 천안함 사과라는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전제조건을 두 개나 걸어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해 놓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남북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 달 북한, 중국, 미국은 남북, 북미,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회담 재개 방안을 사실상 합의하였다. 게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대화를 회피할 명분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베를린제안'이다. 결코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내놓고 대화 파탄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다. 왜 이렇게 대화를 기피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천성소통결핍증'은 난치병이 아니라 불치병인 듯하다.

북한의 "통 큰 대화" 제의에 실없는 제안으로 화답함으로써 대화의 문에 대못을 박아 버렸다. 이제 한반도에서 대화와 소통이라는 단어는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능력은 국내에서만 문제가 아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기 마련이다.

MB의 몽니와 계획B

'MB의 몽니'로 대화공정은 또 실패했다. 지난 달 내내 논의해 온 남북→북미→6자 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회담 재개 방안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첫 관문부터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계획A가 실패하면 자연스럽게 계획B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공언해왔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강성대국의 대문"에는 "조국통일의 대문"도 포함된다. 즉 2012년까지 북미,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12구상"이다. 따라서 북한이 현 상태로 2012년을 맞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은 국면전환을 위해 어떤 식으로 건 판을 흔들어 놓으려 할 것이다.

대화의 창구가 완전히 막혀버린 상황에서 이제 북한은 물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27일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맹비난하면서 ▶통치체제를 전면 붕괴시키기 위한 총공세, ▶세계는 일찍이 알지 못하는 전면전대응(서울불바다전), ▶핵위협에는 핵억제력 강화, 미사일위협에는 미사일타격 등 3대 군사적 조치를 경고한 바 있다.

이것이 현재까지 북한이 밝힌 계획B의 3가지 목록이다.

북한은 실낱같은 대화의 가능성 때문에 작전계획B를 잠시 미뤄 두었다. 카터 방북은 대화의 실 끝에 무엇이 달려 있는지를 확인하는 마지막 공정이었다. 하지만 역시 공허한 말장난뿐이었다. 카터 방북의 탄성(momentum)은 이내 소진되고 말았다.

북한은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그렇다고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날짜만 기다리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거의 경험을 놓고 볼 때 북한이 국면전환을 위한 물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제 문제는 "언제, 어디서, 무엇이 터지는가." 뿐이다.

서울불바다전과 단호한 징벌

이제 남북 간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한 듯하다.
이미 한반도는 준전시상태나 다름없다. 지난해 연평도에서 국지전까지 경험한 바 있다. MB의 '베를린 폭탄'으로 대화국면의 탄성이 완전히 소멸된 상황에서 더 이상 상황악화를 막을 수 있는 제동장치도 없다. 이제 한반도는 대파국을 향해 "멈출 수 없는"(unstoppable) 폭주기관차처럼 맹렬히 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 무엇이 터질까?

안타깝지만 터질 곳은 도처에 있다. 한반도 곳곳이 지뢰밭이다. 이제 곧 꽃게잡이 철이다. 북방한계선(NLL)이 또 불안해진다. 반북단체들은 호시탐탐 전단지 날릴 기회만 엿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신임원내대표는 이른바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5-7월에도 군사훈련은 계속된다.

지난 5일 북한의 조평통은 조선중앙통신과의 대담에서 북한인권법과 관련해 "인권모략소동을 벌리는 것이야말로 가소롭기 그지없는 망동"이라며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털끝만치라도 건드리는 자들에 대해서는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준격파 사격, 통치체제 붕괴, 서울불바다전, 핵억제력 강화, 미사일 타격에 이어 단호한 징벌까지 계획B의 목록에 추가되었다.

계획B의 목록 중에서 무엇이 선택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만간에 뭔 일이 터져도 터질 것이라는 점이다. MB의 '베를린 폭탄'이 대화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완전히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제2의 연평도 사태는 불가피한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박한 파국을 타개할 묘책을 가지고 있을까? 진짜 큰 불행은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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