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세대차이, 더 늦기 전에 스마트폰 대열 속으로 가야 할까?

“우리 부부, 스마트폰 한 대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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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lredl)등록 2011.05.12 18:49
"바꾸니까 좋아?"
"에이, 회사에서 카카오톡이 필요하대서 바꾼 거야."

며칠 전, 남편은 스마트폰 사용자 천만 대열에 합류했다. 집에 설치된 컴퓨터로는 고작 게임이나 즐기면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적정 요금 선에서 무제한 이용 가능한 스마트폰으로 교체한 것이다. 그 이유는 사원들끼리 그룹 채팅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왠지 속는 기분만 같았다. 스마트폰 기능에 대한 소문만 들어봤지, 나는 아직 핸드폰 사용자(이 또한 삼차원이라고 했었다). 그렇기에 남편이 지금 날 우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다음날, 아는 동생 L 집을 찾아갔다. L(26)은 한 달 전 스마트폰으로 교체했다. 나는 그에게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스마트폰 기능 구석구석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손가락 한번 쓱 긋고 달랑 5초 만에 인터넷이 접속되는 것이 아닌가. 손안의 작은 컴퓨터, 4차원 공간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겠구나 싶다. 속도가 비교되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카카오톡이란 아이콘을 톡 하고 두드리기만 하면 메신저 창이 열리고, 여러 사람과 바로바로 채팅할 수 있었다. 남편 회사에서는 이런 그룹채팅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의부증처럼 괜히 남편을 의심한 것이 부끄러웠다.

現 과학을 탐미하고자 한다면 투자는 기본인 것을
지식인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혹은 지식인 대열에 합류하고자 하는 모두가 잘 알고 사용하고 있는 "이것"이지만, 출시된 지 일 년이 됐음에도 사용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L 옆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는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와 동시에 속으론, 지금 내가 시대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L과 나는 고작 아래로 7살 차이다. 밤마다 새벽까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긴다는 그의 남편과는 위로 9살 차, 내 남편과는 4살 차이다. 나이로 따지면 세대차이가 아니다. 이 아줌마, 스스로 세대 차이를 만들고 있음이 분명하다. 시대를 즐길 줄 모르고, 현 과학을 탐미할 줄 모르다니, 정말 고리타분해 보이기까지 했다.

스마트폰 월정액 요금은 5만 원 정도. 현재 사용 중인 핸드폰 요금이 한 달에 4만 원 정도가 나온다. 지금껏 그 차액 1만 원이 아까워 스마트폰으로 바꾸길 거부해 온 나는, 그래서 우리 국민 스마트폰 미 사용자 4,000만 명 중의 한 명으로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에 만 원도 못 버는 나는 "뱁새"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 그날 저녁, 아이들을 재우고 슬며시 문틈으로 빠져나온 나는, 컴퓨터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남편에게 폰을 빌려달라고 했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그냥, 뭐 좀 볼 게 있어서'라는 대답을 하곤,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곤 조용히 폰을 켜고 인터넷 뉴스를 들여다봤다.

새벽, 게임을 끝낸 남편이 그런 나를 보고 "너도 스마트폰으로 바꿔?"한다. 나는, "아냐, 당신 걸로도 충분하지 뭐."라며 피씩 웃어 보였다. 아직까진 우리 집에 스마트폰은 한 대면 충분해 보이니까!

잠시 나도 이참에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이야 다행스럽게도 회사에서 폰 요금을 지원해 준다지만, 주부인 나는 누구도 지원해주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가끔이나마 이곳에 글을 올리면서 받게 되는 원고료도 한 달 다 합쳐봤자, 만 원이 안 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옛말처럼, 아직은 투자를 하기보단 스스로를 낮추고, 좀 더 현실을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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