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붐(echo boom)세대의 슬픈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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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ksjknife)등록 2011.05.04 20:14
에코붐(echo boom)세대의 슬픈 운명
(*에코붐 세대는 베이비부머들의 2세를 말한다)

386세대라는 말이 나온 이후 한 세대를 특징짓는 사회적인 용어가 잇따라 나왔다. X세대, Y세대, N세대, G세대, W세대, P세대, V세대 등 많은 세대규정은 오히려 무엇이 다른 세대인지 구분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X세대는 1961년에서 1984년 사이에 출생한 연령층을 일컫는 말로 캐나다의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소설 'X세대'에서 따온 말이다. N세대는 1977년부터 1997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디지털 문명 세대를 말한다. W세대는 2002년 월드컵 당시 거리 응원을 주도했던 세대를 말하며, P세대는 제일기획이 처음 사용한 말로 X세대, N세대, W세대를 포괄하는 새로운 규정이다. G세대는 그린(Green)과 글로벌(Global)의 첫 자를 따온 말이며, V세대는 1988년 올림픽 전후에 태어난 용감하고(Valiant), 다양하며(Various), 생기발랄한(Vivid)한 젊은이들을 말한다.
그림1

에코붐세대는 베이비부머들이 출산한 2세들을 말한다. 주로 1980년~1995년에 태어난 연령으로 현재 막 사회에 진출하는 세대이다. 세대규정으로는 Y세대, N세대, G세대, V세대, P세대 등이 모두 해당되는 연령이다.

에코붐세대의 부모는 베이비붐세대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이들은 약712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거대한 인구집단이다.

나라마다 베이비붐세대가 있다. 미국은 1946~1964년까지 19년 동안 태어난 아이들을 말하며 현재 미국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194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1,490만 명을 말한다. 일본은 1947년부터 1949년까지 3년간 태어난 사람을 말하며 일본인구의 5%를 차지하고 있다. '뭉쳐진 덩어리'라는 '단카이 세대'라고도 한다. 나라마다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태어나 급격히 증가한 인구세대를 말한다.

베이비붐세대는 세계적으로 민주화 운동, 인권운동, 반전운동 등 저항운동의 세대였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 경제성장을 이룬 주역들이었으며, 현재 국가를 이끄는 주도세력이 되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재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10년에 만55세가 되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시작해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말들이 많다.

그러나 더 멀리 보면 차라리 베이비부머들은 행복한 세대들이었다. 최소한 이들이 낳은 자녀들 세대들보다는 낫다.

■ 풍요롭지만 불행한 세대

에코부머들은 뛰어난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추었으며 글로벌 마인드를 가졌다. 개개인의 개성이 있고 인터넷▪휴대폰 등 첨단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나다.

전쟁 이후에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낸 베이비부머들은 자식에게는 가난을 대물림 하고 싶지 않았다. 베이비부머는 자식들만큼은 잘 먹고 잘 배우게 하고 싶었다. 그 덕분에 에코부머들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하고 싶은 것은 다하고 컸다.

그래서일까. 에코부머들은 책임의식이 부족하고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한다. 취직을 하면 30%가 3년 내에 사표를 내고 이직을 한다고 한다. 독립심이 부족하다고도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 밑에서 살고 있는 에코부머가 많아 이들은 '캥거루 세대'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였다.

베이비부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에코부머들은 풍요롭게 자랐으나, 이들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미래 고령사회의 후과를 이들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에코부머들은 부모세대에 비해서 집을 가지기도 힘들다. 금융재산을 축적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취업자의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게 되면 그들을 부양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연금도 많이 내고 의료비도 많이 부과해야 한다. 이 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부모에게서 받은 물질적 풍요의 몇 배를 노인이 된 부모세대에게 다시 되돌려 주어야할지도 모른다.   

■ 10명 중에 6명이 사실상 실업자

정부 공식 통계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7~8%를 기록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09년 OECD 청년실업 평균이 16.4%인 것에 비하면 훌륭한 성적이다.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가 넘고 있으며, 한해 대학 졸업자는 60만 명이 넘고 있다. 그러나 대졸자가 선호하는 대기업, 공기업 등에 취업할 수 있는 사람은 한해에 5만 명에 불과하다. 2011년 4월에 발표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1년 2월의 신규 졸업자 고용률은 35.2%에 불과하였다. 신규 대졸자의 실업률도 38.3%가 되었다. 나머지는 취업재수생이나 구직포기자로서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실업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대학을 졸업하면 10명 중 6명이 넘는 수가 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베이비부머의 자식들인 에코붐 세대이다. 웬만하면 해외 어학연수는 한 번씩 다녀왔고,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며, 자격증 몇 개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스펙이 있어도 일할 자리가 없는 불행한 세대가 바로 에코붐 세대인 것이다.

■ 미래가 더욱 암담한 세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70년대에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 17.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였으나, 2010년에는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다. 그러나 2030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  2.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하며, 2050년이 되면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나 노인인구나 거의 같아지게 되는 것이다.
도표1

따라서 미래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결과 미래세대는 1인당 순조세 부담액이 1억2,234만원으로 현재 50세인 사람들의 평균 부담액 2,223만원 보다 약 6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였다. 공적 보험제도는 벌써부터 위험신호가 들어와 있다.

국민연금은 도입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3%에서 9%로 올렸으며, 20년 뒤에는 수급 연령도 65세로 올리는 개혁조치를 하였다. 이러한 조치에 그나마 2047년에 고갈될 기금을 2060년에 고갈되는 것으로 연장하여 놓았다. 그러나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령화는 통계청의 예상치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국민연금의 고갈은 다시 앞당겨질 수 있다.
도표2

국민건강보험은 2010년 한해의 적자가 1조3000억 원이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팀의 분석에 의하면 건보재정은 2030년에 66조2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게 된다고 전망하였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료율은 2011년 현재 5.3%이다.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막으려면 20년 동안 매년 4~5%정도의 건강보험료율을 올려야한다고 보건학자들은 말한다.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의 최대 수혜자와 희생자는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최대 수혜자는 현재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이며, 최대의 희생자는 바로 그 들의 2세인 에코부머 들이다. 에코부머의 기구한 운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에코부머는 극심한 저출산 세대들로서 1자녀만을 출산하거나 아예 출산을 하지 않는 가정도 많다. 따라서 에코부머들은 의지해야할 이후 세대들도 없다. 그래서 더욱 슬픈 운명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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