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잘못 제시되어도 정정하거나 따지는 사람 없는 쓰기평가

[일제고사 진단평가를 진단한다 5] 쓰기기초학력 수준을 다시생각하게 하는 ‘쓰기’ 평가

검토 완료

이부영(eboo0)등록 2011.04.09 14:28
3학년 기초학습진단평가를 위한 '쓰기' 평가지는 모두 넉 장 3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읽기 평가지가 3학년에 갓 올라온 아이들에게 할 기초학습평가지로 글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는데, 쓰기 평가지 역시 읽기만큼 글이 빽빽하게 구성되어있습니다.

정답이 잘못 제시된 24번문항

평가문항과 제시된 모범정답을 살펴보니 먼저, 정답이 잘못 제시된 것이 눈에 띕니다. 다음 24번 문항은 밑줄이 쳐진 '지낼게'를 높임말로 바꾸어 쓰는 문제입니다.

쓰기 24번 문항 밑줄친 '지낼게'를 높임말로 바꾸는 문제입니다. ⓒ 이부영


이 문제의 정답은 다음과 같이 나와있습니다.

쓰기 24번 문항 정답과 채점기준 정답이 ‘지낼게요.’, ‘지내겠습니다.’인데 잘못 제시되어 있습니다. ⓒ 이부영


정답이 잘못 제시되어있습니다. 정답은 '지낼게요.', '지내겠습니다.'입니다. 정답이 잘못 제시되었으면 바르게 고쳐서 다시 통보해줘야 하는데,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된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진단평가가 끝나고 난 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정답을 정정했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또 정답이 잘못되었다고 따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 문항은 4점짜리로 아이들은 이 잘못된 정답으로 채점을 한 결과 62점 미만을 받은 아이는 기초학습부진아 판정을 받았습니다.

1,2학년 받아쓰기 기초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받아쓰기 평가 문항

1번부터 5번까지는 받아쓰기 평가문항입니다. 그런데 받아쓰게 하는 낱말과 문장이, '소나기', '어깨동무', '짧은 소리', '높은 하늘', '깨끗한 시냇물이 흐릅니다.'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짧은 소리'의 '짧'이라는 쌍받침이 있는 글자와 '깨끗한'이라는 격음화 현상이 나타나는 문장은 소리나는대로 쓰는 1,2학년 아이들의 발달단계로 볼 때 꽤 쓰기 어려운 글자입니다. 아니 일반 어른들도 틀리기 쉬운 글자입니다. 그런데 1,2학년의 기초 수준의 받아쓰기 문제로 나왔습니다. 기초학습진단평가라면 1,2학년 아이들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도 쉬운 받아쓰기를 평가해야 옳지 이렇게 어려운 글자를 받아쓰게한다는 것은 기초쓰기 평가에 걸맞지 않습니다.

조잡하고 이해되지 않는 그림들

읽기 평가문항도 그렇지만, 쓰기 평가 문항에 나와있는 그림이 참 조잡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참 어렵습니다.
다음은 13번 문항입니다.

쓰기 13번 문항 모래성 쌓는 모습이라든가, 여자 아이 혼자 바닷물에 들어가서 튜브를 타고 논다든가 하는 장면이 매우 작위적이고 위험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 이부영


바닷가에서 세 아이가 각각 따로 수박을 먹고, 모래성을 쌓고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그저 문제를 내기 위한 설정일 뿐이라 꽤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그 중에서 모래성을 쌓는 모습이 잘못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에 나오는 모래성이 케잌이나 종이로 만든 왕관같습니다. 모래성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억지입니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여자 아이 혼자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됩니다. 아무리 평가를 위해 설정해 놓은 그림이라하더라도 실제 사정에 맞게 그려야합니다.

이해안되는 그림은 26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바위산 꼭대기에 올라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벼랑끝인데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고 아이 혼자 있는 모습이 아무리 그림이지만, 모습이 참 위태로워 보입니다. 3학년 아이에게 산에 오르는 그림을 보여줄 때 산길을 걷는 모습이 아닌 꼭 이렇게 위험한 산꼭대기를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했을까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쓰기 26번 문항 아이가 바위산 꼭대기에 올라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벼랑끝인데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고 아이 혼자 있는 모습이 아무리 그림이지만, 모습이 참 위태로워 보입니다. ⓒ 이부영


정답이 하나가 아닌 문제들

다음은 15번 문항입니다.

쓰기 15번 문항 ‘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 아닌 ‘글’을 쓰려고 할 때 들어갈 내용아므로 모두다 답이 될 수 있습니다. ⓒ 이부영


정답은 ④로 나와 있는데, '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 아닌 '글'을 쓰려고 할 때 들어갈 내용을 고르는 것이기 때문에 ①②③④번 모두 다 답이 됩니다.

다음은 17번 문항입니다.

쓰기 17번 문항 ⓒ 이부영


답은 ③번 '부모님'으로 되어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사 줄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반드시 학교선생님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침대'를 소재로 한 평가문항은 침대를 놓고 살 수 없는 아이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게 됨으로 이런 평가문항은 좋지 않습니다.

다음은 19번 문항입니다.

쓰기 19번 문항 ⓒ 이부영


답은 ④로 되어있지만, 친구에게 위로하는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글 속에 ②번과 ③번도 쓸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①번 '친구가 입은 옷'에 대한 이야기도 글 속에 넣을 수 있습니다.

1학년에서 '주장하는 글'을 쓰게 해야할까?

30번은 '주장하는 글'을 쓰는 문제입니다. 주장하는 글을 '한 편' 쓰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국어 교육과정을 보면 '주장하는 글' 쓰기가 나오는데, 주장하는 글쓰기는 초등학교 1,2학년 발달단계에 알맞지 않다고 봅니다. 

2007년 개정교육과정 1학년 쓰기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이 나와있습니다.

2007개정교육과정 '쓰기' 내용 중에서
⑶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쓴다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 떠올리기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까닭 정리하기
◦생각과 까닭이 잘 드러나게 쓰기

1학년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까닭을 정리'해서 '생각과 까닭이 잘 드러나게' 글을 쓰게 하는 것은 1학년의 글쓰기 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고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주장하는 글'을 쓰게 하는 문항은 더욱 더 쓰기 기초학습평가로 알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되지 않는 앞뒤가 안맞는 채점기준

'서답형 및 수행형 채점 기준표'를 보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채점 기준표에는 받아쓰기 문항말고 모두 다음과 같이 '※맞춤법은 채점에 반영하지 않음',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부호 등은 채점에 반영하지 않음'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같은 쓰기 평가 문항에서 받아쓰기 문제에서는 '맞춤법'과 '문장부호',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해야 정답으로 하고 다른 문제에서는 틀려도 정답이라고 합니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7번 문항은 정확한 문장부호를 묻고 있고, 11번 문항은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해서 쓰는 문제가 나옵니다. 그러면서 다른 문제에서는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국어 쓰기 평가라면 '맞춤법, 문장부호, 띄어쓰기'가 꼭 맞아야한다고 봅니다. 만약에 아이들이 정확하게 쓰기 어렵다면 이렇게 쓰기 어려운 평가 문항을 출제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이번에 쓰기 평가 문항을 살펴보면서, 초등학교 1,2학년의 기초학력으로서의 쓰기 내용과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기초학습평가문항의 난이도 역시 매우 높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극히 정상적인 보통 아이들이 학습부진아로 낙인찍히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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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일제고사'를 보지 않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번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진단평가는 인천광역시 교육청에서 주관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제했습니다
읽기 52점(84점 만점), 쓰기 62점(100점만점), 기초수학 34점(60점만점)미만이면 '학습부진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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