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방북, 한반도발 대지진 시작되나?

3월 위기설에서 4월 남북정상회담설로, 국면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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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욱(silchun615)등록 2011.04.06 14:03
이달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고 또다시 한반도에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긴장국면에서 카터의 방북은 다시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3월 25일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우리도 그의 여행(계획)을 전달받았다."지만 "그의 여행은 명백히 오로지 사적인 자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터가) "공식적인 미국 대표단과 함께 가지 않으며, 미 정부의 어떤 공식적인 메시지도 갖고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카터의 방북을 "사적인 자격"이라고 믿기는 힘들다. 전직 대통령이 그것도 적성국을 단지 "사적인 자격"으로 여행한다는 것부터 납득하기 힘들뿐더러 그가 정치적,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점에 평양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터는 왜 다시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일까?

바람 맞은 카터, 이번에는?

보도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은 4월26일부터 28일 2박3일간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북에는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 등 전직 국가수반 모임인 '존장모임'(The Elder's Group) 회원들이 동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북의 비중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카터는 이미 지난 해 8월에도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카터는 1994년 전쟁 전야의 긴박한 정세에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갖고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후 카터는 '평화의 전령사'로 재임기간보다 더 큰 명성을 얻었다. 이러한 과거 경력에 비춰 볼 때 카터의 8월 방북은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특히 천안함 사고 이후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예민한 시점에 그의 방북에는 결코 적지 않은 정치적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카터는 빈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공교롭게 그 시점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카터가 평양을 방문하기 직전, 지난 해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행 열차에 올랐다. 비록 전직 대통령 - 사실상 대통령 특사나 다름없는 - 이지만 미합중국 대통령이 바람(?)을 맞는 민망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북한 측은 사전에 카터가 방북을 하더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기대했다. 이전에 그 어떤 강대국의 지도자도 미국의 전직 대통령을 홀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예외였다. 그들은 오직 그들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아직도 북한식 외교를 모르는 미국은 체면만 구겼다. 평양의 대담한(?) 행동은 백악관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마 백악관도 이런 민망한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카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없고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평양의 풍경을 둘러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카터의 교섭이 실패하면서 결국 천안함 대치국면은 연평포격전으로 이어졌고 카터의 극적인 역할은 지난 해 12월 방북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대신했다.

그런데 바람 맞은 카터가 다시 평양으로 향한다.

백악관은 "사적인 자격" - 백악관은 2009년 빌 클린턴, 2010년 카터, 그리고 빌 리처드슨의 방북도 개인자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나친 부정은 오히려 그 반대의 가능성에 무게를 더 한다. - 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말을 액면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남북군사회담이 결렬되고 '중대한 결의'(key resolve)-독수리훈련이 시작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3차 충돌국면에 들어선 중대 시점에 현 집권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이 "명백히 오로지 사적인 자격"으로, 그것도 유력인사들을 대거 대동하고, 단지 여행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다는 해명은 신뢰하기 힘들다. 거물이 움직일 때는, 아무리 사적인 자격이라고 강조해도, 그만한 정치적 무게가 실리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점은 카터 일행의 방북 시점이다.
북한에서 4월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12년 4월15일 김일성 주석이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4월15일을 '태양절'로 정하고 한 달 내내 축제를 진행한다. 이 시기에 세계 각 국에서 축하사절단이 평양을 방문하고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등 다양한 경축행사가 진행된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년이 되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공언 해 왔다. 따라서 2012년을 1년 앞둔 올해 4월의 의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4월25일은 북한군 창건일이다. 카터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정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시기에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불가피하게 공식적인 경축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외교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을 방문시점으로 잡은 것은 카터 일행(혹은 오바마 행정부)이 이번 방북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정치적 부담보다는 외교적 예후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카터의 방북은 4월말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의 경축행사와는 무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지 정치적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시점을 골랐다는 것은 그만큼 카터가 긴박한 외교적 임무를 띠고 평양으로 향한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카터가 독수리훈련이 끝나기 직전에 방문한다는 것이다. 중대한 결의훈련은 끝났지만 독수리훈련은 오는 4월30일까지 진행된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 2월27일 "전면전", "서울불바다전"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해 12월 북한을 방문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한국군의 포사격훈련기간 중 방북하여 사격훈련 직전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때문에 추가적인 충돌을 막을 수 있었다.

남북 혹은 북미사이에 추가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독수리훈련기간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 훈련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 왔고 물리적 대응을 공공연하게 천명하였다. 북한의 붕괴를 노린 공격적 전쟁훈련에 말로만 대응하기에는 북한의 군사력이 너무 강해졌다.

따라서 카터의 4월 방북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둘러싼 긴장국면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같은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카터의 방북이 "사적인 자격"이라는 미 국무부의 서투른 거짓말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또다시 겹친 일정

그런데 카터 방북을 앞두고 북한의 차세대 지도자인 김정은 부위원장의 4월 방중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해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60돌 행사에 참석한 저우융캉(周永康)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새영도집단", 즉 김정은 부위원장을 초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4일 국가정보원은 "중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공식 초청했다."고 밝혔다. 김숙 국정원 1차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초청이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1일 일본의 산케이 신문도 김정은 부위원장이 이달 중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최종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북·중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지난 3월 인민무력부 안영기 외사국장이 방중을 방문했고 3월24일에는 북·중 고위급 인사교류를 맡은 노동당 국제부 관계자 10여명과 군 인사들이 잇따라 방중 했다. 북한 고위 관계자들의 잇따른 중국 방문은 김정은 부위원장의 방중을 위한 협의 차원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3월28일 영국을 방문한 최고인민회의 최태복 의장이 베이징에서 1박한 것도 김정은 부위원장의 방중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만일 김정은 부위원장이 4월중 중국을 방문한다면 그 시점은 4월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4월7일에는 최고인민회의가 예정되어 있고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탄생일, 4월25일은 북한군 창건일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평양을 비우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김정은 부위원장이 4월 중 중국을 방문한다면 공교롭게 카터의 방북일정과 겹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카터가 또 허탕을 치게 될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측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부위원장을 함께 초청했기 때문에 두 지도자의 동행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만일 카터의 방북시점에 맞춰 또다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백악관의 기대(?)처럼 카터의 방북은 "오로지 명백히 사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만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없다면 카터는 평양행 차표를 끊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번 씩 바람을 맞을 정도로 미련한 전직 대통령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무튼 김정은 부위원장의 베이징행과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행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이 같은 동시적인 외교적 움직임은 북미, 북중 사이에 중대한 문제, 전략적 쟁점들이 협의되고 있다는 심증을 굳혀 준다.

흥미로운 토론회

카터 방북이 보도된 지난 3월28-29일 독일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토론회가 열렸다.

북한의 리근 미국국장을 비롯해 북한의 외무성을 관리들과 미국의 영향력 있는 민간전문가들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비록 비공식 토론회였지만 참가자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 측에서는 리근 국장, 외무성 최선희 부국장, 황태혁, 황명심을 비롯한 외무성 소속 연구원 4명 등 모두 6명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토머스 피커링 전 국무차관, 주한 부대사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재단 선임국장, 사만사 래비치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 크리스토퍼 포드 전 비확산담당 대사, 앤서니 코즈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안보전문가 호르스트 텔트쉭, 정치학자 요아힘 클라우제, 역사학자 미하엘 슈튀르머 등 독일인 3명과 스위스 전문가 1명은 토론회의 조정자(observer) 역할로 참여했다.

대부분 전임이지만 여전히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중 있는 인사들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앞서 양측은 3월25~26일 베를린에서 북한 외무성 연구원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 연구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러 현안의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실무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 직후 리근 국장은 밝은 얼굴로 이번 토론회가 성공적이었음을 암시했다.

리근 국장은 30일 베를린 테겔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서로 입장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논의하고 여러 가지 견해를 나눴다."면서 "쌍방은 우려들을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미국 측과 두 차례 토론회를 열었"고 "의견교환이 비공식적인 것이라서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밝히기 어려운 민감한 의제들이 논의됐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아스펜연구소 독일지부의 찰스 킹 말로리 4세 소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비핵화, 재래식 무기 감축, 경제협력과 지원, 평화협정 체결 등 5개 주제를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위의 5개 주제는 사실상 6자 회담의 핵심의제들이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쟁점들이다. 참가자들의 무게로 보나, 의제의 비중으로 보나 이번 토론회를 순수한 민간토론회로 무심히 지나치기는 어렵다.

독일 토론회가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것이 카터의 방북 발표 직전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과 북한, 즉 카터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논의해야 할 전략적 의제들을 사전에 토론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독일 토론회는 카터 방북의 사전토론회와 같은 인상을 준다.

카터의 방북이 "사적인 자격"이라면 그 예비회담 역시 "사적인" 형태일 수밖에 없다. 사적인 여행의 예비회담에 행정부 관료들이 나선다면 그것은 "명백히 오로지" 공적인 성격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에 미국 측에서는 민간 전문가 - 다수가 행정경험이 있는 - 들이 참여 했지만 북한에서는 외무성의 관리들이 참여했다. 미국은 사적인 토론회 - 엄밀히 말하면 반민반관(半民半官) 토론회 - 였지만 북한은 다분히 공적 토론회였던 셈이다. 그것은 이번 토론회가 사적인 형태이지만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따라서 카터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위의 5개 의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리근 국장을 밝은 표정을 볼 때 북미 사이에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통 큰 대화"와 "진짜 전쟁"

북미관계가 미묘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점점 더 난처해지고 있다.

미국은 북미대화 이전에 반드시 남북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북한도 경화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전방위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대지진까지도 기어이 대화의 계기로 이끌어 냈다. 남북은 지난 3월29일 백두산 화산활동 조사를 위한 민간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회피할 명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난 3월31일 국방위원회 검열단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남조선의 현 당국자들과 군부호전광들은 더 이상 두 사건(천안함 및 연평도 포격)을 등대고 무모한 반공화국 광기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며 "대화를 해도 통이 큰 대화를 하고 전쟁을 해도 진짜 전쟁 맛이 나는 전쟁을 해보자는 것이 우리 군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누구의 급변사태를 기다리며 반공화국 대결놀음과 심리전에 매달리고 각종 군사연습과 훈련으로 전쟁분위기를 고취하면 할수록 급변사태는 북에서가 아니라 남에서 오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3월4일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남북한이 지난 1월 중국에서 정상회담 실현을 목표로 비밀 접촉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 접촉에서 "정상회담에 걸림돌이 되는 지난해 3월의 천안함 침몰사건과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핵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협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1일 만우절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황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은 저질러 놓은 일(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 사과 표시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대화 제의에) "응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대응을 하고 있"다며 "막무가내로 안 하겠다는 자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지난 1월부터 남북정상회담 관련 비밀접촉이 진행되고 있으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쟁점이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천안함 사과가 이뤄진다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사과를 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천안함 관련설을 강력히 부인해 왔는데 이제 와서 사과를 한다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이 때문에 오히려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또 천안함 사고가 북한과 무관하다면 하지도 않을 일을 사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통 큰 대화"를 위해 통 큰 행동으로 나올 수도 있다. 즉 북한 측이 모호한 표현으로 포괄적 유감을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남북 긴장상태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태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출구를 제시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가 입니다. 만족하지 못한다면 "진짜 전쟁"외에는 출구가 없다.

백악관의 '전략적 인내'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평양의 전술적 인내심도 점점 소진되고 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통 큰 대화"와 "진짜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평양은 "통 큰 대화"를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진짜 전쟁"의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이 "빈 말"을 본성적으로 혐오하며 그리고 한 번 내뱉은 말은 언젠가는 반드시 실행에 옮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해 북한은 서해 영유권을 강력히 주장해 왔고 물리적 대응을 여러 차례에 경고했다. 그리고 그들의 '수사적 위협'은 결국 연평포격전으로 이어졌다.

지난 2월27일 북한군은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전면전", "서울불바다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훈련은 진행 중이고 따라서 북한이 대응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전적으로 평양에 결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전쟁을 회피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통 큰 결단을 한다면 "진짜 전쟁 맛"은 구지 보지 않아도 된다. 독약을 맛보고 독약을 위험을 깨닫는 얼간이는 없다. 게다가 전쟁은 요리도 아니다.

통근 결단이란 다름 아닌 남북정상회담이다.
지난 1월5일 북한은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실권과 책임을 가진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거의 모든 차원이 남북대화가 실무자 수준에서 파탄 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전환시키려면 실권자 수준의 전략적 대화가 불가피하다. 즉 최고 실권자, 책임자인 대통령 차원의 근본적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정상회담 외에는 전쟁의 시계바늘을 돌려 세울 방법이 없다.

지금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할 최적기이며 또 정상회담 외에는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다른 대안도 없다. 만일 이 기회마저 놓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아예 집무실을 지하벙커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 서울발 급변사태론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연평포격전으로 충분히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앉은뱅이 오리, MB의 승부수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이명박 정부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세종시 백지화, 과학벨트 백지화 이어 신공황 백지화로 지역민심은 폭발직전이다. 백지정권, 부도정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공약을 백지화하면 당연히 당선도 백지화해야 합니다. 백지화 연속물(series)로 지지층의 등에까지 비수를 꽂은 이명박 정부는 이제 절름발이 오리(lame duck)가 아니라 앉은뱅이 오리(cripple duck)가 됐다. 백지공약 남발하다가 부도정권이 된 셈이다. 게다가 4.27보궐선거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출마를 결심하면서 보궐선거 참패는 물론 내년 총선 "수도권 전멸"의 대본도 서서히 완성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촛불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벼랑 끝 승부에 능한 이명박 대통령이 던질 최후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상황은 절박하지만 대통령의 손에 남은 패(card)는 거의 없다. 때문에 정국 돌파를 위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패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안팎에서 정상회담으로 떠밀리고 있다.

만일 남북정상회담이 합의된다면 그 발표 시기는 4월 중하순일 가능성이 높다. 4월말 카터의 방북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늦어도 4월 안에는 남북관계가 정리되어야 한다. 카터 방북의 탄성(momentum)을 이어가려면 남북대화는 "필수적 조치"이다. 만일 카터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이 성사된다면 이후 북미관계는 급물살을 탈 것이다. 때문에 북미 양국 모두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선결적 과제이다. 북미관계를 풀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대화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목을 조르고 "진짜 전쟁 맛"을 보여줘서라도 이명박 대통령을 반드시 평양으로 끌어낼 것이다. 북미,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4월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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