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그 이상...

영화<고백>을 보고

검토 완료

황홍선(i2krs)등록 2011.03.30 14:26

영화<고백> ⓒ 황홍선


나는 고백한다

"나는 고백한다", 이 짧은 문장에는 많은 뜻이 담겨있다. 고백, 당신에게 나의 무엇을 솔직하게 털어 놓음과 , 그 의미 속 타자의 대답에 어느 정도 방어 기재를 쌓아 나름의 이야기를 이끌어 보겠다는 시도가 동시에 담겨있다. 고백을 하더라도 그것이 100% 타인의 솔직한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암묵적인 사회화 학습 속에 우리는 이미 알기에 당신의 "고백"을 굉장히 신기하게 여김에도 또 다른 의미는 없는지 두려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고백>은 정말 "고백"답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공개적으로 까발리면서 타자의 행동을 예상하고, 그 사이 또 다른 답변을 바라고 있다. 그런 당신의 진심이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 또한 어떤 대답으로 당신을 위로해야 할지, 난처한 표정 속에 영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복수, 그 이상

6살 여자 아이가 죽었다. 게다가 그 아이의 엄마는 지금 이 반의 담임이다. 이미 사회는 혼돈과 친구하자는 판국에 교육이라는 구닥다리 어떤 관념은 그 흐름에 같이 동참한다. 선생은 그런 것에 이미 무심한 듯 또박 또박 제 할 말을 한다. 학생과 제자의 전혀 교화되지 않는 소통 속에 선생은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다.

“내 딸을 죽인 범인은 지금 이 교실에 있습니다.” ⓒ (주)미로버전


이렇게 <고백>의 컨셉은 죽을 딸의 선생과 범인의 학생 속 과연 누가 선생의 딸을 죽였을까?로 시작된다. 그렇게 선생의 차분하고도 단호한 어조 속에 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고 결국 범인은 밝혀진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컨셉 이상으로 많은 것을 담고있다. 범인은 의외로 쉽게 밝혀지고 선생의 복수도 의외로 쉽게 끝난다. 하지만 영화는 모든 것이 끝날 때쯤 진정한 이야기를 펼친다. 제목 그대로 "여기까지가 나의 이야기. 하지만,...."

복수라는 강렬한 테마와는 다른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현학적인 이미지와 몽롱한 배경음악 사이, 과연 이런 주제가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라는 이질감이 크게 든다. 언제 이런 느낌을 받은 영화가 있었으니, 그렇다. 이와이 순지의 <릴리슈슈의 모든 것>를 다시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밝은 햇살사이 어쩜 이리도 잔인한 이야기를 하는지, 그 사이 소년 소녀들의 잔혹한 성장을 표현 한 <릴리슈슈....>처럼 <고백>또한 비슷한 길을 걷는다. 환상적인 이미지와 마음을 진동하는 배경음악 그러나 이야기는 한 없이 차갑고 잔인하다. 오히려 이런 이질적인 모습이 관객의 혼란을 자극하지만, 메시지는 강렬하게 다가온다.

<고백>은 선생과 제자사이의 간극을 표면으로, 일본사회 전반의 문제점을 고발하다. 교육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붕괴 직전의 교실, 그 교실 사이 학생과 선생의 괴리감, 자의식 과잉으로 중 2병 제대로 걸린 학생들, 그런 학생들 속에 약육강식, 집단 폭력, 이지메, 그것을 바로 잡으려 하지만 의미 없는 아우성으로 그쳐버리는 인성 교육, 그런 되먹지 못한 인성에도 제 자식은 귀한 듯, 편협한 시선으로 이미 줄기가 비틀러 버린 가정, 도저히 뭐 하나 제대로 된 구석은 없는 채 캐릭터들의 쉴 새 없는 자조섞인 고백은 보는이를 질식시킬 정도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압도적이고 몰입감이 대단해, 싫은 분위기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흥미의 마조히즘은 계속된다.

결국 <고백>은 이렇다. 영상미는 환상적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한없이 잔인하다. 도대체 어디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모를 정도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난해함은 분명 있겠지만 초반 주인공의 인생 넋두리보다 사회, 교육 시스템의 맹점을 파고드는 현실성과 복수의 감정몰입은 그 어떤 영화보다 피를 끊게 한다. 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고백>은 청소년법이라는 방패막 뒤에 교활한 웃음을 짓는 막장 교실의 아이들에게 전하는 선생의 차가운 복수, 그 이상이라는 것.

마츠다카코의 한 서린 연기는 영화의 냉정함을 대변한다 ⓒ (주)미로버전


소름 돋는 반성의 메시지

<고백>은 그렇게 이야기를 이끌어 오던 중 그 끝에는 또 다른 "고백"이 숨어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열린 결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운 농담이다. 하지만 이 영화 세계 속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분위기에 이것이 진정한 진심이 되길 바라며, 그 고백의 끝을 바라본다. 이제는 영화를 보고 우리가 대답할 차례라며 감독은 장난기 가득하지만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진다.

현 사회 시스템에 범죄에 대한 궁극적 목표는 교화다. 죄값을 받고 그 무게감만큼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 제대로 된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이게 사탕발린 이야기라는 것을 안다. 영화에서도 이야기했듯 "법"은 "법"이라는 시스템 뒤 부정적 방어가 되어버렸다. 그 사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복수가 무엇이 잘못되었냐? 오히려 지금 우리가 묻고 싶은 지경이다. 영화는 당연히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말 할 수 없는 그 이상으로 보는 이에게 묻는다. 단순히 현학적 이미지와 뻔히 보이는 시스템의 문제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결국 그런 문제 사이 고민하고 반성해야 하는 것은 개인이라는 따끔한 경고를 잊지 않는다. 그것이 <고백>이 무서운 점이며, <고백>이 여느 복수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깨달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백>, 범인이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왜였다. 그 이유를 알고 선생의 차가운 복수는 시작되었고, 영화는 복수 그 이상을 보여준다. <고백>이 다 끝난 뒤 소름 돋는 반성의 메시지는 단순히 영화뿐만 아니라 학교사회의 문제, 크게 나아가 유명무실해진 법의 테두리까지, 이 작은 일본영화가 던지는 진폭은 결코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나오면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을것 같다.그 방법이 무엇이라도.... ⓒ (주)미로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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