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막스'베버와 칼 '맑스'가 한통속인 세상

자본주의연구회 회원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체포

검토 완료

홍기웅(21democracy)등록 2011.03.23 09:20
우상이 판을 치던 시절 어느 독일유학생이 막스베버의 저서를 몇 권 갖고 귀국하다가 공항에서 반입금지처분을 받았다. '막스'베버는 '맑스'와 한통속이 아니었냐는 것이다. 다른 학생은 <자본론>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이 학생은 자본주의를 공부하는군!"하며 통과시켰다고 한다. 이 웃기지도 않은 블랙코미디를 21세기에 체험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따름이다.

최근<자본주의연구회>라는 단체 회원들이 연행 체포됐다. 이유는 국가보안번 위반이라고 한다. 경찰은 이들 회원의 집을 압수수색을 하면서 칼 마르크스 전집을 보며 이 역시 불온도서라며 압수해갔다고 한다.게다가 이에 항의하던 회원 50여명을 몽땅연행해 가기까지 했다.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이 아무리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도 이런 소식을 접할때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도대체 어떤 세상인가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참여정부 때보다 국가보안법 입건자 수가 2.5배 늘었다고한다. 북한노래를 블로그에 올렸다고, 버젓이 출판되고 있는 책이 이적표현물이라고, 학생들에게 통일교육을 했다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른채 그렇게 끌려갔다. 작년만해도 천안함사건과 연평도 사건당시 인터넷에 자신의 견해를 올렸다가 국가보안법상의 고무찬양혐의로 입건된 네티즌만 하더라도 45명이나 된다.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지 63년이 지났다. 이미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은 유엔 인권위에서 조차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개정 및 폐지를 권고했다.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되던 비슷한시기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독립군을 잡아가던 치안유지법이 국가보안법욿 탈바꿈됐다. 그러면서 한해 1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잡혀갔다. 그뒤로도 그 그늘아래서는 숨조차 제대로 쉴수 없는 세상이 되버렸다. 지난 10년 이제 숨좀쉬나 했지만 지금 이순간 여전히 민주화는 반공이데올로기라는 현실 앞에 막혀 있고 멸공(滅共)은 멸공(滅公)이 되어 민주화 앞에 불평등을 낳고 있는 시대. 적을 없애야하는 것은 사회 속에서 또 다른 적, 경쟁자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화다 글로벌이다 하고 떠들지만 아직 우리의 수준은 60년전 그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더 부끄럽게 만든다.

한때 사상의 은사라불리면서 동시에 의식화의 원흉이라 불리던 리영희 선생님은 살아생전에 진실을 전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에 수없이 많은 피해를 입어 왔다.  리영희 선생님이 쓴 <국가보안법 없는 90년대를 위하여>를 2011년에도 유효하다는 것 자체가 이시대 얼마나 진보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있는지, 혹은 퇴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는 휴전선 이북에 존재하는 정치적 실체를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 변란을 꾀할 목적으로 불법 조직된 반국가단체"라는 짙은 색안경을 벗고 볼때도 되지 않았나?

<국가보안법 없는 90년대를 위하여> 中

1989년 12월호 <사회와 사상> - 리영희

첫째, 국가보안법을 폭력으로 탄생시킨 정권과 그것을 폭력으로 휘두른 정권들이 폭력으로 목락했다는 교훈이다. 지금의 정권은 과거의 어느 정권보다도 국민적 지지를 누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진실이라고 믿어진다. 그럴수록 일체의 상식에 어긋나는 국보법을 역사에 묻어버릴 때도 되었다.

둘째, 국민의 지적 수준과 법적 생활의 성숙은 국보법 없이 민주주의적 질서와 발전을 유지할 수 있다. 정권의 주장과는 반대로 자유민주주의과 국보법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보법의 폭력적 집행으로 인해서 자유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이른바 공산주의자, 용공분자,좌익.극좌,의식화 등의 낱말로 표시되는 현상에 겁을 집어 먹는 태도는 옳지 않다. 지금 세계의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오히려 자유,인권,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어째서 '공산주의....의식화'를 두려워하는가? 두려워 한다는 것은 그 이론과 사상에 대항 할 만한 이론과  사상을 가지 못했다고 패배를 자인하는 말이다. 극우사상, 국가절대주의, 반공이데올로기 등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넷째,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으로써만 북쪽의 위협에 대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남,북 역량관관계는 지금 전도되었다. 우익과 정부당국은 국민생활의 모든 면에서 북쪽보다 우월하다고 자랑한다. 그러면 '인간의 생각'에서는 열등하다고 주장하는가? 국보법이라는 악법을 놓지않기 위한 궤변이 아니라면 논리적 착오다.

다섯째, 국보법을 휘둘러야 할 필요성이 많다는 것은, 이 국가사회에 대중적 공감을 줄 수 없는 모순이 심각할 만큼 존재한다는 반증이다. 정치,사회,문화면에서는 물론, 무엇보다도 경제면에서 부정의가 너무 많다. 이대 대한 정의 요구가 기득권의 입장에서는 모두 좌로 보일지 모른다. 그것은 중대한 착각이다.

여섯째, 세계의 전반적 정세는 분명히 반전, 군축, 평화, 협조, 민주화, 인권, 악법철폐쪽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관성을 지니고 '세계화'하는 중이다. 이에 대한 관찰은 이미 앞에서 끝난 바 있다. 이 나라 국민, 정부, 지도자들도 세계적 조류와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만큼은 정치적 식견을 작추었으리라 믿는다.

일곱번째, 바로 이세계적 대변혁은 남한에 미쳤듯이 북한에도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변화가 소련과 동유럽보다 더디더라도 전 인류의 대열에서 초연할 수는 없다, 실제로 상당한 '생각의 변화' 우리는 보고 있다. 정책의 수정도 분명해 보인다. 남북문제에 대한 노선도 유연성을 띠게 되었다.

휴전선 이북에 존재하는 정치적 실체를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 변란을 꾀할 목적으로 불법 조직된 반국가단체"라는 짙은 색안경을 벗고 보자. 그러면 새로운 발견에 스스로 놀랄것이다. 우리는 국보법이 없는 90년대와 21세기를 맞기 위해서 '새로운 사고'를 가져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보자.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