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자연은 웃고, 장자연은 울고

- 두 ‘자연’의 기가 막힌 울음과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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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ichan1)등록 2011.03.21 16:21
길자연은 웃고, 장자연은 울고
- 두 '자연'의 기가 막힌 울음과 웃음 -

시사평론가 최요한


비교

이름
길자연
장자연
성(性)
남성
여성
세대
70대
20대
생존여부
생존
사망
직업
목사
탤런트
사건
국가조찬기도회 사건,
한기총 금품선거 사건
술 접대, 성상납 사건
결과
한기총 대표인준결의 무효
'장자연 편지' 가짜로 판명

 
한국사회에서 남성이고 70대이며 목사인 사람과 여성이고 20대이며 탤런트인 사람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한 쪽은 사망했으며 다른 한 쪽은 여전히 그 위세를 날리는 현역일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은 2011년 홀연히 한국사회의 문제적 인물로 떠올랐다. 여기서 의미하는 '문제적 인물'이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사회의 이면을 낱낱이 알 수 있는 키를 쥔 인물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두 사람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정말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하고 슬퍼하며 현재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좀 더 파헤쳐 볼까나?

웃음

과연 목사 길자연씨가 웃었을까? (울지는 않은 것 같은데) 웃었다면 어떤 웃음일까?
본인은 목사 길자연씨가 대놓고 너털웃음을 웃지는 않았을 지라도 '위대한 기독교'의 힘을 과시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웃음을 웃었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여러 가지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렇게 유추가 된다.

"한기총의 파선은 곧 한국교회와 대한민국 전부의 파선" - 2011.03.16., 크리스천투데이, 「판결 묘하다, 하지만 합력해 선 이룰 것」에서 목사 길자연씨는 법원의 '길자연 목사 한기총 대표인준결의 무효'에 대해서 심정을 피력하며 이같이 발언했다. '한기총 = 한국교회', '한기총=대한민국'으로 인식을 하는 그의 인식정도도 놀랍지만, 이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청년들이 2,500명이나 되는데도 누구 하나 은퇴에 대해 말 한 마디 없다. 교단을 초월해서 목회하면 죽을 때까지 해도 아무도 딴지 걸지 않는다." - 2011.03.05., 크리스천투데이,「왜 3번씩이나 나왔는지 아는가」에서 목사 길자연씨는 "부족한 것도 못 가진 것도 없는 제가 왜 3번씩이나 대표회장에 나오려 했는지 아십니까."라며 3일 한기총 중강당에서 열린 길자연 목사측 실행위원회 도중 29명의 실행위원 징계에 대한 불법성 논란이 증폭되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도중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 (목사는 철저히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목사라는 사람이 스스로 부족한 것도 못 가진 것도 없다고 스스로 밝히는 것도 놀랍지만 청년 2,500명이 은퇴에 대해 말 한 마디 없다는 자부심이 철철 넘치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며 경악할 수밖에 없다. 목사 길자연씨는 자신의 교회 청년들을 모두 바보로 만들었다는 발언을 이렇게 태연히 한 것이다. 왕성교회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나?

"(통성기도로 이끄는 것이) 습관이 돼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 - 2011.03.04., 투데이코리아, 「MB 무릎 꿇게 인도한 길자연 "습관이 돼 나도 모르게…"」에서 목사 길자연씨가 이렇게 발언했고,
"단상에 앉아 생각하던 중 하나님이 '나라와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회개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다" - 2011.03.07., 크리스천투데이, 「길자연 목사 "대통령 '무릎기도', 국민들에 송구 」에서 목사 길자연씨가 이렇게 발언했다.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고 실행한 것과 평소 습관이 돼 자신도 모르게 실행한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3월 4일에는 습관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3월 7일에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목사 길자연씨가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하나님께서 "내가 시켰다"라고 하시면 목사 길자연씨에게 도움이 되련만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민망하다.

종합해보면, 결국 불쌍해진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씨다. 물론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라는 것은 없어져야 마땅하지만,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날리고' 참석한 대통령이 목사 길자연씨의 주동(?)으로 엉겹결에 무릎을 꿇게 된 것은 단순히 여사 김윤옥씨가 허벅찌를 찌르며 재촉해서는 아닐터! 종교적 갈등에 그토록 노심초사하다 한 방에 뒷통수를 맞은 셈이 되었으니 어찌 불쌍하지 않으리요?
(혹자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 기도회에 참석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MB의 기도회 참석을 합리화 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데, 전 정권의 수장들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날린' 것은 분명한 듯!)

목사 길자연씨는 웃었을까? (울지는 않은 것 같은데) 웃었다면 어떤 웃음일까?
위대한 십자군 전쟁의 승리에 도취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웃음일까?
'너희와는 차원이 달라'하는 초월에 가까운 웃음일까?
하느님은 아시리라.

울음

'박연차 리스트'가 대한민국 땅을 쓰나미처럼 강타하던 그 때, 광고모델, 탤런트 활동을 하던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예인의 자살에 대해서는 '최진실' 사건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터라 이번에는 좀 무감각 해 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쓴 유서의 내용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소위 한국의 내로라 할만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의 실명이 드러나면서 술 접대와 성 상납이라는 충격적 단어가 언론에 오르내렸다. 고인에 대해서는 TV브라운관을 통해서 희미하게나마 얼굴을 떠올리던 많은 사람들이 이 '불쌍한 영혼'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사건의 진행을 지켜보았으나 '공정사회' 대한민국은 '리스트'를 둘러싼 온갖 의혹과 사연을 그대로 남긴 채 조용히 사건을 정리했고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민주당 이종걸,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실명을 밝히며 '어둠의 세력'을 규명하려 했으나 이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는 듯한 사건도 2011년 다시 뜨겁게 '부활'했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된 '가짜' 편지로 인한 것이다.
2009년이나 2011년이나 모두 '눈물'로 범벅되는 상황이다. 편지의 진위여부와는 별개로 성상납 의혹의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있으나 사법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한다.

탤런트 장자연씨는 울었을까? (웃지는 않은 것 같은데) 울었다면 어떤 울음일까?
대한민국 땅에 태어났던 것이 한스럽다는 울음일까?
탤런트가 되고 유명해지고 싶었던 자신의 욕망에 대한 자책의 울음일까?
하느님은 아시리라.(자연씨! 미안해요)

공통

이름만 '자연'이라고 같을 뿐이며 두 사람에게 공통분모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펴보면 그리고 두 사람과 연관된 사건과 그 결과를 보면 숨어있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두 사람은 모두 한국의 '기득권 세력'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승자독식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승자'라는 말은 현세의 대한민국에 국한 된 말이다. 저승에서는 두 '자연'의 위치가 뒤바뀌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대표회장은 기득권자인가? 물론 그렇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국장의 말을 빌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기총'에 대해서 '한국기득권총연합회'라 비아냥댄다고 한다. 왜? 한기총의 그간의 행적을 보면 딱! 그렇다. 성경에는 반공친미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한기총의 모토는 반공친미다. 성경에는 '예언자'의 자세로 권력자를 질타하는 선지자들의 모습이 있건만 한기총은 권력자의 뒤치다꺼리나 도맡아 하며 사회통합에 저해하는 역할을 도맡아 한다. 한기총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목사들의 '쓰나미'나 '지진'등 자연재해 당한 사람들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언사를 보면 정상적인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혹시 지능형 안티가 아닐까? 그런 차원에서 한기총은 해체하지 않고 오래오래 버텨 주어야 한다. 그래야 폭력적이고 제국주의적인 현재의 한국 기독교의 실체가 더 많이 까발려지고, 그래야 결정적 시기에 스스로 자폭한다고 나는 믿는다.)

TV에 얼굴을 비취는 유명 탤런트가 기득권자가 아니라고? 물론 그렇다. TV든 라디오든 어떤 매체이든 정해져 있는 '정기 개편 철'이면 그들은 파리 목숨이다. PD니 기자니 기획사 대표니 하는 이들의 밥이다. 개편에서 밀려나면 일이 없고, 일이 없으면 굶는다. (YS 말대로) 굶으면 학실히(?) 죽는다. TV에 얼굴 비춘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기득권 세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어설프게 유명해진 이는 '어둠의 세력'의 마수에 휩쓸려 끔찍한 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여성에다, 미혼에다, 배경도 없는 '장자연'이 오죽하랴?

두 '자연'은 기득권을 매개로 구조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취

두 '자연'이 남긴 자취는 어떨까?

기독교의 '자연'은 현재 한국 기독교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이제 이 '폭력적'이고 '제국주의적'인 한국 기독교가 임계점에 이르렀음을 알려주고 있다. 군사독재정권의 비호 속에 소위 '성장'을 했던 한국 기독교는 이제 젊은 사람들이 점점 떨어져 나갈 뿐만 아니라 그 떨어져 나간 젊은이들이 '안티'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밥그릇 싸움을 하는 꼴은 곧 침몰할 난파선에서 조타키를 누가 쥐느냐의 싸움과 마찬가지라는 판단이 든다. 기독교 '자연'은 그 한 복판에 있다.

탤런트 '자연'은 한국사회의 먹이사슬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이제 이 '폭력적'이고 '속물적'인 연예계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기득권 세력의 횡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공정사회'를 부르짖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반론이며,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공정'에 대한 국민적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증거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탤런트 '자연'이 이 상황 한 복판에 있다.

결론

얼마 전 '조용기 목사'의 80년 비화를 밝히는 글을 썼더니 '협박메일'이 날아왔다. (지금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자신의 신분도 밝히지 않고 보낸 메일이니 그 수준이 어떠한지 독자제위께서 알아서 판단하시라.

본인은 '길'자연과 '장'자연 사이의 서글픈 공통점을 발견하며 '협박메일'을 생각했다. 현실의 무수한 모순에 대해 눈 감고 먹고 사는데 집중하면 고민 될 것도 없다. 목사 '자연'은 그냥 하느님의 축복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거고, 탤런트 '자연'은 운이 없어서 몇몇 '못 돼 먹은' 사람들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다.

하지만 이런 모순을 밝히고 나서면 다구리(부랑배의 은어로 '몰매'를 이르는 말)를 당하고 결국 '장자연'처럼 되는 거다. 독자 제위께서는 두 '자연'을 보며 어떤 결론을 내리시겠는가?

본인이 활동하는 모 카페에 들어와 난장을 치는 사람에게 젊잖게 한 이야기로 마무리 하겠다.
"…(중략) 저는 그때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고 따랐다고 기록되어 있는 무리들, 그들이 고백하는 '예수를 믿는다' 라는 것을 오늘날의 '예수 믿고 구원받았다'의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의 '예수를 믿는다'는 고백은 '예수처럼 살겠다' 라는 고백이 아니라 '예수처럼 죽겠다' 라는 고백으로 이해가 되요. 오늘날의 대다수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수 믿으면 천당! 안 믿으면 지옥!'이라는 유치한 신관에 머물러 있지요. 예수가 일종의 보험증서가 되는 거구요, 가끔 좋으면 로또라도 맞게 되는 행운부적이 되는 거죠. 목사를 비롯한 사제들은 그걸로 협박하고요, 순종하고 잘 따르면 이 세상에서도 복 받고 죽어서도 천국갈껴~ 하고 쇼부치는 일종의 샤먼이죠. 오늘날 진짜로 진짜로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사람은 예수처럼 '살겠다'가 아니라 예수처럼 '죽겠다'라고 고백해야 한다고 저는 이해한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처럼, 샤먼이 판치는 이 세상에 "그거 아니다! 그 길이야 말로 사탄의 길이다!" 라고 올곧게 외치다가 '이단이네 삼단이네'하고 욕먹고 철저하게 죽어가는 것이 올바로 예수처럼 죽어가는 길이라고 저는 확신한답니다.
조용기 욕했더니 '협박메일'이 날아왔어요.
더 욕을 하면 좀 더 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겠죠?
더더 욕을 하면 더더 심한 상황이 벌어지고요.......
그러다가 테러라도 당하면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예수처럼 죽겠다'라고 고백하던 이들처럼
곱게
제 모가지에서
피 흘릴 겁니다.(생략)…" (다음카페 '새로운 기독교를 여는 운동' 중에서)

다시금 故 장자연씨의 명복을 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에큐메니안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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