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격려와 연대 일본의 대답은?

대진진의 고통에 대한 연대가 정신대 문제와 재일 한국인 참정권 문제등 해결등으로 이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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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철(leeseyha00)등록 2011.03.20 17:13
대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에 대해 동아시아 시민들은 재난의 참화 속에서도 일본이 참혹한 아픔을 딛고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길 바라고 있다.

이웃 한국을 비롯하여 대만 중국등지에서 국제기구와 민간단체 일반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이 이루어 지고 있으며 인터넷 SNS등을 통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일본인들에게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다. 

여전히 대지진 피해지역에 대한 구조작업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에 대한 일본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안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방사선 누출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원전사고 수습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피폭의 위험을 무릅쓰고 소중한 가족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선 후쿠시마 원전 기술자들의 희생정신에 세계가 감동하고 있으며 이들의 노력은 소중한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금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루 일당 10만원 정도에 피폭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는 원전기술자들의 피와 땀의 댓가와 식민지배의 역사적 피해 감정에도 불구하고 공존의 연대의식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국민들의 노력에 일본은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고통의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성급한 질문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대답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일본의 국민성?

이번 대지진을 통해 드러난 일본은 양면적이다. 사태파악과 대처에 미숙한 정부와 국민의 안전은 뒷전인 채 자신들의 이익에 급급한 관료와 기업! 이에 반해 재난으로 인한 불편과 혼란에도 자기희생과 침착함을 보여준 일반 국민!

물론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방사선 공포로 인해 대지진 사태 초기보다 일본국민들 사이에서 불안과 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일본 국민들은 침착하게 일상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런 일본 국민들의 침착함에 대해 루스 베네딕트가 "국화와 칼"에서 밝힌대로 체계와 질서를 중시하는 정서에 기반하여 대지진에 대한 행동배경을 읽어내는 주류적 분석을 중심으로 대재앙 앞에서 인류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류의 진화" 라고까지 격찬한 파이낸셜 타임즈의 분석등 전반적으로 일본 국민들의 침착하고 질서있는 대응의 배경을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질서와 체계를 중시하는 일본의 국민성에서 찾고 있다.

3월 20일 뉴욕타임즈 칼럼에서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서구사회에서 일본을 떠올리는 상징인 충견 하치코를 예로 들며 --1987년작 일본영화 <하치이야기>(宮澤賢治-その愛-)로 잘 알려진 일본의 충견 '하치코'는 도쿄대 교수 히데사무로 우에노가 사망하고 나서도 10년 동안 시부야역에서 주인을 기다린 것으로 유명한 아키타견이다. 지금도 시부야역에는 하치코의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리차드 기어가 주연한 헐리우드 영화로도 리메이크 되었다. --현재 대재난 속에서도 개인보다는 국가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원전노동자를 통해 일본이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충직함과 헌신의 상징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즈 일본지국 근무시절, 자녀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이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에 대한 책임으로 수업을 빠진 일이 없는 점과, 자녀 생일잔치에 초대한 일본인 아이들에게 뮤지컬 게임--의자를 가운데 두고 참가자들이 음악에 맞춰 돌다가 음악이 멈추면 가운데 의자에 재빠르게 앉는 게임-- 을 알려줬는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밀어 내기는 커녕 세계에서 가장 서로를 배려하는 뮤지컬 게임을 경험했다는 그의 에피소드를 통해 일본인 특유의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는 배려의 국민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렇듯,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도 싸구려 식당에서 조차 손님에게 우산을 빌려줄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극진하며 지하철에서 지갑을 잊어 버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일본의 공공질서의식이 이번 대참사에서 긍정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이번 대지진에서 일본인들이 보여준 침착함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1923년의 관동대지진의 역사를 통해 긍정성 이면의 부정적인 모습을 들여다 본다.
1923년 관동대지진에서 방화혐의로 6000여명의 조선인들에 대한 광기의 학살과 그에 이어진 공산주의에 대한 대대적 탄압과 집단적 폭력은 현재로 이어져 초등학교에서부터 회사 동료집단에서 까지 이러지는 집단괴롭힘 --"イジメ"(이지메)--으로 현재화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 시킨다.
일본의 잘짜여진 사회적 조직과 질서가 그에 맞지 않는 재일 한국인 그리고 부락민으로 대표되는 소수자들에게는 철저하게 배타적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 제노포비아<Xenophobia>

지난 3월 6일 마에하라 외무대신이 사임하였다. 차기 총리감 1위로 거론되는 유력한 민주당의 정치인이었던 그가 사임한 이유는 야당으로부터 마에하라 대신이 재일한국인으로부터 5년여에 걸쳐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마에하라 외무대신에게 정치헌금을 제공한 사람은 73세의 재일한국인 장옥분씨로 마에하라 외무대신과 가까운 동네에 거주하며 마에하라 외무대신이 학생시절부터 '어머니'라고 부르고 따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 마에하라 외무대신이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정치인이 된 이후에 그의 홍보물을 보고 정치후원금 계좌를 통해 5년간 우리나라 돈 340만원 정도의 정치헌금을 했다고 한다.

정치 헌금액수나 둘 사이의 관계로 볼때, 정치적으로 부정한 헌금이라고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여론이었음에도 마에하라 대신은 사퇴해야 했고 그 기저에는 정치헌금을 제공한 사람이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일본인들의 정서상 재일 한국인은 생활적으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 아줌마일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특히 재일 한국인 참정권의 문제는 여전히 받아 들이기 어려운 금기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환구시보의 영문판 Globaltimes는 3월 11일자 코멘트를 통해 이를 "일본정치의 외국인 혐오증의 굳은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실 이문제의 핵심에는 민주당으로 정권교체 이후 동아시아 외교의 중시 기조를 내세운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시절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의 주도로 추진하던 재일한국인 지방선거 참정권문제 대한 논란이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영주권자에 한해 외국인이라도 참정권을 부여하는 문제가 일반되었지만, 일본에서는 극우파을 비롯해서 자민당 지방자치단체등의 거센 반발로 재일한국에 대한 지방선거 참정권조차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고 매달 국민보험도 납부하고 있는데 의무만 있고 참정권을 비롯한 정치적 권리는 전혀 없는 재일 한국인 문제가 이번 사건에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고통받는 또 다른 당신들에게 관심의 눈길을 돌렸으면

역사적으로 대지진의 참화는 대내외적으로 일본을 크게 바꿔 놓았다.

1923년 관동 대지진 발생 다음날 발족한 야마모토 곤노효에(山本權兵衛) 내각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해야 했고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위기의식을 조성해야 했는데, 여기에 재일 한국인이 이용됐다.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역사비평사)--그리고 일본을 급격히 우경화 된 파시즘으로 동아시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이와는 달리 1995년 고베 대지진에서는 지진 이후 정부의 미비한 대책 속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재해지역으로 들어가 질서를 잡아나가고 구호를 시작했다. 당시 재해지역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는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부도 중앙 방재지휘 시스템을 만들고 3차에 걸쳐 건축기본법을 개정해 상업건물에는 규모 8도의 지진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진설계를 하도록 했다.--아시아투데이--

이번 동일본 대지진의 참화는 끔찍했으나 동아시아 각국의 일본의 고통에 대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연대의식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아졌다.

이는 재난과 환경문제가 지역과 국가를 넘어 범지구적으로 발생하는 오늘날의 불확실성에 비춰보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우리는 이번 재난을 계기로 마음의 거리가 좀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며 그에 기반한 연대와 협력의 다양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나는 일본 시민들이 동아시아 각국의 지지와 성원으로 함께 절망을 이겨내고 이제 한숨을 돌릴 무렵이 되면 당신들 주변에서 고통받는 또 다른 당신들에게 관심의 눈길을 돌렸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3월 16일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 협의회 할머니들이 20여년 넘는 시간 동안 비바람에도 한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 왔던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수요집회를 잠시 중단했다. 당신들의 고통에 함께 하고 건강한 회복을 기도한 위해서다.

이번 대지진에 대한 한국민들의 격려와 성원에 일본사회가 크게 감동하고 있다고 한다. 고통을 함께 이겨내기 위한 연대의 기억이 정신대 문제나 강제 징용등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따른 전쟁범죄 청산으로 나아가는 바탕이 되었으면 한다. 이후 재일 한국인 참정권 문제와 같이 일본사회의 주변화 된 타자들을 일본 사회안으로 끌어 안을 수 있는 정서적 공감도 불러 일으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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