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변신시킬 수 있는 것이 인문학

가톨릭대학교 시민인문강좌에 초대된 신달자 시인이 들려준 행복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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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애(cja3098)등록 2011.03.10 17:41
  

부천 가톨릭대학교 성심연수원에서 열린 시민인문강좌에서 신달자 시인이 '행복한 인문학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최정애


입학시즌을 맞아 캠퍼스는 생동하는 봄처럼 활기가 넘친다. 평소 "세상에 태어나 사람 노릇을 하자면 공부를 해야 한다. 배움이 없으면 마음은 잡초로 덮이고 세상은 캄캄하다"는 율곡 이이의 말에 공감하기에 늘 학문에 갈증을 느낀다. 이런 갈증을 해갈시켜 줄 강좌를 발견한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서둘러 수강 신청을 한 날 수강인원 60명의 끄트머리에 간신히 내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가톨릭대학교 교양 교육원(원장 하병학)이 주관하고 교육과학부,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며 부천시청, 양천구청이 후원하는 시민인문강좌는 2011년 3월 4일부터 2011년 6월 10일까지 열린다. 부천시 가톨릭대학교 성심연수원에서 열리는 이번 강좌는 '삶의 성숙기, 행복을 위한 소통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인문학에 목마른 시민들과 함께 한다.

지난 4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개강식에서 하병학 가톨릭대학교 교양 교육원 원장은 "삶의 성숙기에 들어서는 시민들이 우리사회 소통의 중심에 놓이게 하려는 취지로 이번 시민인문강좌를 열게 되었다. 철학, 인문학, 역사학 등의 인문콘텐츠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재직교수들과 외부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이번 프로그램의 문을 연 강좌는 신달자 시인의 '행복한 인문학으로 가는 길'이었다. 신 시인은 "움직이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 아침 일찍 이 자리에 선 여러분은 잘 살아보려는 열망이 있는 분이다"며 수강생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어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교육을 알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지적인 탐구 즉 안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품격을 상승시킨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가치가 높아진다"며 평생학습을 강조했다.

신 시인은 "과일의 경우 출하되는 순간 특, 대, 중, 소로 운명이 결정되지만, 사람의 운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나를 변신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라고 정의했다. 또 "미용실 가는 것, 마사지 한 번 줄이면 책 한 권을 살 수 있다. 책 사는 것을 아까워하는 인식을 깨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인문학의 화두를 샘을 향해 걸어가는 것으로 풀이했다. 신 시인은 "한 송이의 국화를 피우기 위해서는 사계절이 움직인다. 인생에서 견딤이 없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 시간을 어디에 바치느냐에 따라 인생의 질이 결정된다. 이런 강좌를 통해 윤택한 삶을 살기 바란다"는 말로 문학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어 가톨릭대학교 박상민 교수의 사회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이번 강좌는 15회 강의 중 12회 이상 출석시 총장 명의의 수료증이 수여되고, 3회 연속 결석시 대기등록자에게 넘어가며 사이버 캠퍼스(http://simin.catholic.ac.kr)에 매주 과제를 올리면 교수의 논평 조언, 첨삭을 받을 수 있다. 개근상과 우수 수강자에게는 포상도 주어지며 칼럼집도 발간한단다. 

또한 지역문화탐방에다 도서관 이용도 가능하다니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설렌다. 불어학 김상희 교수의 '행복을 나누는 대화의 기술', 황수관  박사의 '도전하는 삶, 신바람 인생', 사회복지학 김찬우 교수의 '노년행복 프로젝트' 등 15강 메뉴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 "다음 학기도 진행이 되는지?" "도서 대출권수는 몇 귄인지?" 등 수강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희끗희끗 흰머리가 보이는 수강생들이 다수였지만 강의실은 배움에 대한 열기로 가득했다.

이번 주 과제는 자작시나 애송시에다 해설을 첨부하는 것이었다. 나는 '극단에까지 가고 싶다'라는 시를 좋아해 이 시를 과제로 내려한다. 러시아 작가 보리스파스테르나크의 작품인 이 시는 '모든 일에서 극단에까지 가고 싶다/ 일에서나/ 길을 찾으나 /마음의 혼란에서나'로 시작된다. 이 시를 처음 대하는 순간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일회적인 삶에 완벽과 탁월함을 추구하기 싶은 내게 이 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문에서 2년간 서울대 초빙석좌교수로 재직했던 미국 뉴욕주립대 김성복 교수의 인터뷰를 관심 있게 읽었다. 김 교수는 지난 1월 10일 <조선일보>에서 "초빙석좌교수로 2년간 지켜봤더니 한국 최고라는 서울대에 지적 공동체가 없다. 교수들은 학문보다 술, 정치에 관심이 있다. 진지한 학문적 토론을 볼 수 없다. 학생들은 진리보다 돈벌이에 고민한다. 학생들은 술이나 마시는 낭만이 아니라 공부에 대한 낭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주 과제에다 연속 결석시 대기자에게 수업 참여 기회가 넘어가는 등 다소 팍팍한 강의가 되겠지만 열심히 참여하려 한다. 내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캠퍼스의 낭만을 느끼며 무료로 훌륭한 교수님들의 가르침을 받을 수가 있다니 이 얼마나 행운인가? 시민들이 철학, 문학, 역사학, 영화, 그림 등 이 시대 지성인들이 필요한 인문교양 강의를 들으며 함께 토론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와 갈등을 풀어갔으면 좋겠다. 이런 지적 모임이 하나하나 모인다면 보다 상식이 통하며 건전하고 밝은 사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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