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하야’가 그렇게 두려웠습니까?

이대통령!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바른 길로 나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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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우(susu100)등록 2011.03.08 15:24
이명박 대통령! '하야'가 그렇게 두려웠습니까?

우리는 피어린 민중들의 투쟁으로 민주화를 이루면서 이젠 군림하는 대통령은 영원히 사라지는 줄 착각을 했습니다. 머슴 노릇에 충실한 대통령이 당연히 나올 줄 착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리석었습니다. 이명박 3년의 역사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증명하고도 남습니다.

지난 3년의 세월 동안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명박씨를 향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과 정부의 실정을, 언론 왜곡과 말살을, 정치보복을, 대결적 남북 관계를,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4대강 사업에 의한 환경파괴를, 공허한 레토릭 정치를, 양극화 심화 정책을, 노동탄압 정책을, 잘못된 인사정책을 멈출 것을 호소했습니까?

하지만 대통령은 이들 국민의 요구에 묵묵부답을 넘어 감방에 처넣고 때로 파렴치범으로 몰기를 주저하지 않았지요.

국민이 촛불집회를 통해 거대한 저항을 조직하자 대통령은 악어의 눈물을 훌렸습니다. 하지만 발길을 돌리자마자 검거선풍이었습니다.

영일대군, 만사형통, 영포라인이라는 말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민간인 사찰이 온 국민을 떨게 만들어도 그는 국민 앞에 사과하지 않고 딴청만 피웠습니다. 날치기를 아무리 많은 국민이 반대해도 거듭 강행을 했고 절대 사과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무능과 그의 정부의 잘못으로 구제역이 끝을 모르고 창궐해도 그와 그의 정부는 사과할 줄 모릅니다.

집권 뒤 국민 앞에 무릎 꿇은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언제나 승자는 대통령과 정부 자신입니다. 군림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오죽했으면 여당 안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은 안된다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그러나, 누구 앞에서도 '절대 무릎 꿇지 않는' 그가 무릎 꿇는 사태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국민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극진한 모습으로. 또 자발적으로!

왜 무릎을 꿇었을까요? 지난 3년 1개월 동안 막무가내로 잘도 버티던 그가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왜 무릎을 꿇었을까요?

바로 '하야'가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자신의 절대적 지지기반이 허물어지는 현실을 참아내기 어려웠던 것 아닐까요? 역사적으로 지지기반의 이반이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는 경우는 너무나 많았습니다.

불교계의 성명대로 특정 교파 앞이 아니라 민생파탄의 책임을 느끼면서 전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청와대는 우연한 해프닝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돌발사태'라면서 애써 담담한 체 하고 있다.

그날 통성기도(무릎 꿇고 하는 기도)를 이끈 한기총 대표 길자연 목사는 대통령을 누르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민에게는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죄송할까요? 그냥 죄송하다고 합니다.

대통령이 그날 무릎 꿇은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이슬람 채권 (수쿠크) 도입이 발단이 되었던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왜 이슬람 채권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몰렸을까요? 그 이유는 야당이 지적하듯이 아랍에미레이트 원전 수주 때 대출해주기로 약속한 약 100억 달러(28년 장기)라는 천문학적 자금 조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86억 달러 가운데 100억 달러를 국내에서 조달하려했지만 모두 난색을 표해 조달 방법이 꽉 막혀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지지 기반인 기독교 세력과 마찰을 무릅쓰고 이슬람 채권도입을 위한 입법을 강행하려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행동을 자신의 교세에 대한 도전과 무시로 간주하는 기독교 정치세력이 반기를 들고 나온 게 바로 조용기 목사의 대통령 '하야 발언'입니다. 입법을 강행하면 대통령 하야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이야기 했다면 천정배 의원 이상의 마타도어를 당하고 그 이상의 곤욕을 치렀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목사의 발언에 청와대는 꽥 소리 한번 못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터진 게 "대통령의 자발적 무릎 꿇기" 사건입니다. 자신의 최대 지지 세력의 꾸짖음에 항복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종교행사에 순응한 것 같지만 사실은 이와 같은 사회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행동인 것입니다.

나는 이대통령의 행동을 자승자박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특정 종교의 특정 종파에 의지해서 대통령이 되고 실정을 메울 특대형 해외 수주라는 경제 업적에 집착하다가 무리수를 범하고 그 무리수를 수습하려다가 자신의 최대 지지세력과 정면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그 것을 수습하려다가 무릎 꿇는 사태까지 가고만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발목을 잡혀버린 것입니다.

대통령은 이제라도 정도로 가야합니다. 바르지 못한 길로 가기를 계속하면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자승자박의 길로 빠져들 것임을 경고합니다.

이대통령!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바른 길로 나아가십시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서프라이즈,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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