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농민운동 "인문학 강좌"

생명창고 농업과 농민을 살리는 혼이 있는 영농교육

검토 완료

정홍균(ghdrbs1472)등록 2011.01.25 11:51
전남 곡성 죽곡농민열린도서관(관장 김재형)과 전농곡성군농민회 죽곡지회(지회장 조해석)가 공동주관하여  2011년 겨울 인문학강좌 '농민과 나'를 열었다.

지난 여름강좌에 이어 두번째인 이번 강좌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온 나라가 도살장이 된 상황에서 무엇보다 사람 모이는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행정당국과 축산농가들의 협박 아닌 협박을 무릎쓰고 어렵게 마련한 자리인만큼 강사분들 역시 예사롭지 않은 이력을 지니신 분들이다.

제1강  덕유산 깊은 산골에서 치매에 걸린 팔순노모를 모시고 사는 전국귀농운동본부 대표, 똥꽃 저자인 전희식님,   제2강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B급 좌파  김규항님, 제3강    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이사장, 민족생활의학자 장두석님,   제4강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실장, 곡성군농민회 부회장 박웅두님,   제5강 YMCA 전국연맹 총무 이학영님, 제6강 전 함평군수 이석형님께서 2011년 1월 6일부터 2월 17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열강을 펼친다.

지난 1월 6일(목) 첫 강의는 전북 장수군 덕유산 자락 해발 700m 산골에서 치매에 걸린 팔순 노모를 모시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의학이 불치병으로 단정한 노인성치매(알츠하이머)를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답을 제시한 진짜 효자 목암(牧庵) 전희식님이  해 주셨다. 초고령 사회 노인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였다.

그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한 때 열혈 노동,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다가 1994년 전북 완주로 귀농했다. 대안교육과 대체의학, 민간신앙과 상고사상, 뇌과학과 양자물리학, 몸살림과 마음살림, 생태학과 자연농법 등 존재의 '총체생명주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섯 남매 중 막내인 그가 치매가 있는 여든여덟 어머님을 장수 덕유산 자락으로 모셔간 사연은 이렇다.

어머니는 10여년 전 눈길에 미끄러져 고관절 손상으로 거동을 못하고 누워 지내면서 치매가 진행되었다. 작은형이 식사 때마다 어머니 틀니를 칫솔로 닦을 때는 보는것 만으로도 꺼림칙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던 그였다. 3년 전 서울 큰형 집에 사는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구석방에서 기저귀를 찬 채 밥과 약을 받아먹으며 두문불출하던 어머니께서 그에게 "오줌 누는 데가 따갑다"며 하소연했다. 그날 처음으로 짓무른 어머니의 아랫도리와 백발이 된 체모를 보고 한염없이 눈물만 흐렸다. 그로부터 1년 반을 준비한 끝에 수치심과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캄캄하게 고립된 어머니를 사람답고 온전하게 모시기 위해 덕유산 자락으로 들어왔다.

어머니를 모시기로 결심하고 치매관련 서적과 자료를 탐독하고 관련 의료기관에서 간병실습도 하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받는 등 나름 만발의 준비를 했음에도 막상 실전에서는 대책없이 마음만 앞서갔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현대의학과 시설의 관점이 환자 중심이 아닌  관리자 중심의 체계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머니를 통해 이제것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환자중심의 섬김과 존재감회복을 위한 놀이와 생활방식으로 어머니의 치매를 되돌리기 시작했다.
현대판 고려장 노인요양병원

그는 다소 상기된 어조로 "전국에 넘쳐나는 노인요양병원은 현대판 고려장이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가족으로부터, 이웃으로부터 격리하여 고립된 공간에서 똥싸개 아이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명색이 병원이란 곳이 치료가 아닌 소나 돼지처럼 관리하는 곳이다.
여러사람이 보는 가운데 아무데서나 바지가랭이를 벗겨버린다. 이때 느끼는 환자의 수치심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치유는 커녕 병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것이 우리나라 노인요양병원의 현실이다. " 말로만 초일류국가를 논할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감과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하였다.

그의 저서 '똥꽃'을 통해 우리사회의 노인문제 특히 노인성치매(알츠하이머)를 앓는 부모를 모시고 있는 가족들의 고통과 사회적 비용문제, 치유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는 "외형이나 현상만으로 사람을 단정하지 말고 그사람의 보이지 않은 더 많은 곡절과 내력을 읽고 이해하는 것, 그렇게 해서 소통하기 시작하면 뜻밖의 기적도 일어난다."면서 세상과의 관계, 세상을 대하는 태도,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보자고 말했다.

두번째 강의는 1월 13일(목) 'B급 좌파'를 자칭하는 '고래가 그랬어'발행인 김규항님께서 해주셨다. 진보란 무엇인가?로 말문을 연 그는 우리사회에서 진보란 개념은 좌빨로 통하거나 보수의 상대적 개념으로 본다. 그러나 김씨가 생각하는 진보란 사회가 더 행복해지는 것, 사회가 행복해진다는 것은 대다수의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 지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행복을 가지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진보라고 말했다.

제2강 김규항 선생 강의 후 기념사진 죽곡농민인문학강좌 후 기념사진 ⓒ 정홍균


진보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진보를 말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무늬만 진보인 경우가 많다. 바꿔야지 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그것을 바꾸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대다수의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을 통해서 이루어 진다. 이를테면 서울 모모 대학교 청소용역 어머니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하는 것처럼 자신의 행복을 짓밟는 사회기득권(이른바 '보수')층에게 행복을 되돌려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일로 생각한다. 그래서 진보가 깨지고 불행해지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해방 후 50년 동안 우파 정치만 존재해 왔다.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극우파와 신민당, 평민당, 열우당, 민주당 같은 좀 자유주의적
이거나 개혁적인 우파들 일색으로만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극우파와 좀더 개혁적이라고 하는 우파가 각각 우파(보수), 좌파(진보)를 자임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즉 한국 정치가 지배계급의 이익만 일방적으로 대변해 왔다는 것이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이야기 했지만 그것은 그들의 기준으로 본 '공정한 사회,를 말한 것이다. 국가 구성원 모두가 상식적이고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공정함과 거리가 먼 공정함인 것이다. 부동산 투기하고 위장전입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소위 고소영 강부자 계급들의 공정한 사회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대다수의 정직하게 일하는 국민들은 매우 불공정한 사회인 것이다. 이런 불공정함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보이다.

대통령을 욕해도 잡아가는 세상은 면 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정치이야기는 우파정치를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정도가 한국에선 제일 좌파 정당이지만 정치 선진국의 시각으로 보면 중도나 중도좌파 수준이다. 대다수의 인민들이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지나치게 온건해서 계급이나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강력하게 꾸짖고 불만을 터뜨려야 하는데 오히려 과격하고 뭔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지배계급이 우리에게 심어 놓은 허위의식들이다.

 물질의 진보만을 좌파로 착각

우리는 이런식의 왜곡된 이념 구도 속에서 신자유주의 자본화, 이른바 경제개혁이라고 부른다. 지난 10년 동안 개혁은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정치나 사회 문화 면에서 노동자 인민의 이익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 구조로 개악 되었다.
비정규직 문제가 그 대표적 개악이다. 일은 똑같이 하거나 오히려 정규직 보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데 '비'자 한글자 차이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황제와 노예 수준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런 결과의 원인으로 가치관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의 성원들은 거의 대부분 자본의 가치관으로 변질되었다. 군사 파시즘은 폭력과 억압으로 우리를 다스리지만, 자본화는 우리한테 욕망을 심어 주어서 그 욕망을 좇게 만들고 우리의 정신과 가치관, 영혼을 송두리째 변질시킴으로써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남보다 더 많이 갖고, 더 잘살고, 이런 것을 성공이라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자본의 가치관이다. 반면에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은 그런 것을 불편해하면서 좀 더디게 가더라도 같이 가고 싶어하고, 자기보다 좀 떨어진 사람들에 대해서 연대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도 물질적이고 외형적인 게 절대적 기준이 되어버렸다. 남보다 더 큰 자동차, 더 넓은 집, 더 높이 출세하려는 발버둥에서 우리의 고단함은 더욱 무거워진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밤 늦도록 학원을 돌고, 유명 메이커 핸드폰이나 엠피쓰리, 운동화 이런 걸 가지고 아이들이 행복을 느끼고,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장래 희망이 없거나 아니면 거의 모든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연예인인  이런 사회는 지구상에 한국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 괴상하고 비정상적인 상태가 우리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 당연한 일인양 휩쓸려 가고 있다. 그가 말하는 진보는 이런 괴상하고 비정상적인 삶에 한번쯤 브레이크를 걸고 되새겨 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한 건가?

그는 행복이 아닌 행복을 가지고 진짜 행복인양 믿고서 인생을 소모시키거나 더욱더 고단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고 정의롭기 때문에 고통과 헌신을 감수하자는 것이 아니라 진짜 더 잘살고 더 행복해지자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 했다.

1월 20일(목) 세번째 이야기는 민족생활의학자 해관(海觀 )장두석 선생님께서 '자연'과 '생활'에 기초를 둔 민족생활문화 건강법을 소개해 주셨다.

제3강 장두석 선생님 강의 모습 죽곡농민열린도서관 인문학 강의모습 ⓒ 정홍균


해관 장두석(73)님은 서구화, 산업화에 따른 자연파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찍이 환경운동에 앞장섰다. 또한 사회운동가로서 농민운동, 빈민운동, 신용협동조합운동,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등에 투신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장선생은 언제나 두루마기 차림으로 나타나 민족의 전통과 문화, 생활법을 이야기하는 전라도 어른이다. 미제국주의와 독점 자본가의 노예로 전락한 현대인의 삶을 거침없는 호통으로 정신이 번쩍나게 꾸짖기도 한다. 빨치산 소년병으로 곡성땅을 밟았던 옛기억으로 한층 촉촉해진 그의 음성은 한 겨울 화롯불 온기 처럼 강의실을 녹였다.

"올곧게 사는 삶의 지혜지. 선현들의 지혜로서 자연 순환의 이치대로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생활법이야. 그것이 건강법이고 학문적으로 정리하면 의학이야. 생활이라는 말을 풀이하면 '살림살이'가 돼. 남을 살리고 내가 산다는 아주 큰 의미야. 풍토합일(風土合一). 생체일자(生體一者). 신토불이(身土不二). 이 모든 원리가 하나야. 풍토에 맞는 생활을 해야 건강을 유지하는 것인데 정체성과 역사관이 분명해야 해."

우리 민족은 맵고 짜게 먹어야 돼요.

 선생은 국조단군의 홍익인간사상을 가르치고, 서양문화와 외래종교의 폐해를 통박한다. 게다가 남북화해까지 설파해 의아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모두가 몸과 맘의 합일, 의식과 행동의 일치, 민족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그 생활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싱겁게 먹어야 병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 민족은 맵고 짜게 먹어야 돼요"
선생은 상식을 깨뜨리고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든다.

"공업용 말고 서해안 갯벌의 토반염이나 천일염 같은 좋은 소금으로 짜게 먹어야 염증이 안 걸려. 소금은 하늘이 내린 보약이여. 그래서 양수가 바닷물을 염도하고 같지. 염분 부족이 만병의 근원이지. 소금을 많이 먹으면 물을 많이 먹게 되고 피가 맑아지고 순환이 잘 되지. 맵게 먹으면 땀도 나고 눈물 구멍도 트이고 열이나고, 열이 나야 사람이 살아. 짜게 맵게 먹으면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고 위장도 튼튼해지고 대소변도 잘 나가고."

선생이 주창하는 올바른 식·의·주생활의 요체는 발효와 통풍, 자연과 조화다. 먼저 음식이란 몸 속에서 모두 썩고 발효가 되어야 에너지를 만들고 호기성 미생물이 생겨 몸의 효소작용을 돕는다.
햇빛, 산소, 물, 소금, 곡·채소(비타민C)의 5대 영양소를 적절하게 섭취하면서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 옷은 피부에 상처를 주지 않고 통풍 잘 되는 면류를 입어야 하고 대맥인 허리에 띠를 묶어야 콩팥에 졸고 장의 운동이 잘되어 배뇨 배설이 잘된다. 주거 역시 통풍이 잘 되게 하고 자연 소재로 짓고 높지 않는 곳에서 땅의 기운을 받아야 한다. 몸도 집도 막히면 병이 되고 트이면 산다는 이치다.  

몸은 하나인데 병명은 수백가지가 넘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누어서 마치 자동차 수리하듯 우리몸을 다루는 것이 현대의학이다. 내몸을 생명을 담보로 남에게 맡기는것 자체가 웃음거리다. 내 몸의 주체자는 자기 자신이다. 선생은 조상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지혜대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사는것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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