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송광사에서 오색창연한 선암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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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종(jmbook)등록 2011.01.20 19:14
2011년 1월 16일 적막한 새벽, 고요한 절간의 정적을 깨우는 노크가 있었다. 부지런한 옆 방 낭자들께서 우리들을 깨워준다. 절간의 아침 공양시간 때문이다. 문밖을 나서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린 무작정 불빛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동자스님을 만났다. 그 동자스님에게 공양간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공양시간임에도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공양을 하고 송광사로 향했다. 송광사까지 우리들을 인도해줄 분은 구례 토박이인 최동규 선생님이다. 최선생님의 섬진강의 역사와 지역의 변천사를 들으며 우리들은 송광사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삼대 사찰(불보, 법보, 승보)의 하나인 송광사는 승보사찰이다. 우리나라 역대 조사 스님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절이라서 그렇게 부른다. 이른 아침이라 일반객들은 보이지 않고 스님들만 보인다. 사찰을 둘러보는 우리들 머리위로 햇빛이 빛난다. 그 햇빛 때문에 움치려 들었던 몸들이 조금 기지개를 펴려고 한다. 그래도 춥기는 마찬가지다. 그때 성보박물관이 열린다. 우리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박물관에 진열된 서화며 도기들을 보고 다들 감탄을 했다. 그런 유물들을 보고 느낀 것은 우리 선조들의 삶은 정말 대단한데, 오늘날 우리들은 왜 그렇게 속 좁게 살아가려고 할까? 특히 영원히 보존해야할 산하를 깡그리 무너트리려고 하는 행위는 역사에 남을 텐데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런 짓을 할까?

사찰 뒤로 난 눈 덮인 산길로 들어섰다.

어제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우리가 이 길을 오늘 처음 가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 일행 중 박물관을 보지 않고 올라간 두 사람 발자국만 선명하게 찍혀있다. 우린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이야기꽃을 피웠다. 뭐 바쁠 것도 서두를 것도 없기에 마냥 즐기며 걸음을 내 디디었다. 걸음을 옮길 때 마다 풍경들이 바뀌어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그리고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들이 많이 쌓인 길 위를 걷는데 유독 박선생님 신발에서만 뽀드득 뽀드득 눈 밟은 소리가 명확하게 난다. 그 소리에 우리들 마음들이 다 동심으로 돌아가 기분을 들뜨게 한다.

그리고 추워서 두껍게 입었던 옷들을 하나 둘 벗고 나뭇가지를 옹골지게 감싸 안은 눈 덮인 풍광들을 감상들 한다. 그때 눈이 햇살에 반짝이니 세상의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게 보인다. 이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시기한 바람이 눈보라를 일으키니 시야에 반짝이는 보석으로 가득하다. 이런 코스는 누구든지 좋아할 길이다. 이런 아름다운 코스를 선택을 해 준 사람이 우리의 리드인 호림이다. 사실 모임을 리드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걷기에 좋은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런데 금년 걷기 로한 코스들은 하나같이 환상적인 길들 뿐이다.

그런 고마움에 흠뻑 젖어 산에 있는 나무와 돌들과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 듯 대피소에 도착을 했다.

깨끗하게 사용해야 할 대피소 안엔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늘려져 있다. 이런 것도 맨 처음 여기다 쓰레기를 버린 사람 때문이다. 쓰레기가 있기에 아무런 의식도 없이 다음 사람도 쓰레기를 버린다. 이런 것들이 쌓여 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게 된다. 우리들만이라도 이런 행동은 절대 하지 말자를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지금부턴 오르막이다.

눈 덮여 미끄러운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서니 반대편의 환경은 이쪽과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이쪽은 삭막한 겨울이었다면 이쪽은 온화한 봄날 같다. 그리고 눈도 많이 쌓여있다. 느림의 철학을 실천하면서 걸으니 금방 보리밭집에 도착했다.

구례에서 최선생님이 공수한 막걸리를 여기서 마시니 그 맛이 어디에 비길 데가 없다. 그런데 어제 대원식당에서 마셨던 막걸리 이야기를 호림이가 하는데 그 막걸리 사장님이 우리 앞에 있었다. 그 분이 그 맛있는 막걸리를 두 병에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를 한 양푼을 준다.

역시 산 인심이 아마 세상에서 제일 후할 거라는 것을 확인이나 시켜주듯이 말이다.

포만감에 빠진 우리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산길로 들어섰다. 여기서부턴 선암사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그 풍광들이 다르다. 우린 편백나무 아래서 연출 사진을 촬영을 했다.

촬영한 사진이 내 손에 들어올지 안 올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 순간만큼은 즐거웠다.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선암사에 도착을 했다. 송광사는 그 건물의 웅장함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면 이곳 선암사는 수백 년 된 고목에 청아함으로 우리들을 반겨 준다.

나는 예전에 선암사를 몇 번 다녀간 적이 있다. 그런데도 이런 느낌을 느끼지 못했었고 수백 년 된 매화나무를 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기가 세 기도만 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원통사도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오늘 원통사에 들려 기도도하고 수백 년 된 매화나무 군락지를 둘러보았다. 그래서 봄에 홍매화와 백 매화가 필 때 우리들은 여기를 오기로 했다.

아~1박 2일 9명의 선남선녀들이 펼친 행동들이 즐겁고 신났지만, 더 멋진 추억을 쌓기로 약속을 했다. 2월 달 태백산에서 말이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각자 집으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다음카페 천천히 걷는다에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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