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군의 영화씹어먹기]<글러브>그들의 열정이야말로, 우리가 들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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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홍선(i2krs)등록 2011.01.20 11:37

R군의 영화씹어먹기-<글러브> ⓒ 황홍선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를 하기전, 콘서트 시사회를 통해서 이 작품을 만났는데요, 영화 보기전 부터 마음이 설레더군요. 허 박[허각+존각]형제[?]의 <글로버>OST  열창 부터 시작해서 주연배우들 총출연, 특히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있는 충주 성심학교 야구분 역을 맡은 11명의 배우들의 합창곡까지, 아유 영화를 보러온거지,콘서트를 보러 온거지^^; 그런 상황에서 영화를 보니 <글러브>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걱정마세요,유선씨. 덕분에 영화가 더 재미있었습니다--b ⓒ 황홍선


어째든 <글러브>,이거 생각보다 물건이던데요? 영화를 미리 본 주위 분들께서 괜찮다고 하던데, 정말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나 예상가능한 이야기를/어느 누구나 공감가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글러브>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이끼>때부터 느꼈던 건데] 강우석 감독님 연출이 점점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 강우석 특유의 우직함,남성향, 저돌적 코미디[?]등 그런것은 줄어 들었고, 템포를 빨리하며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스토리 텔링, 캐릭터보다는 이야기에서 뭔가를 이끌어내는, 감각이 현대적이라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강우석"이라는 이름때문에 좋아하는 분도 계시지만 꽤 거리를 두시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글러브>는 강우석 감독이 만들었기에 잘 만들었고, 강우석 감독이기에 빠져들 수 있는 함정을 잘 피한 작품이라고 생각드네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설경구 이후[?] 어느새 강우석의 페르소나가 된 정재영씨.[물론 그런식으로 따지자면, 강신일님은 강우석감독님 부인감입니다.ㅋㅋ]근데 솔직히 그와 강우석 감독의 만남은 순탄치 않았죠. '강철중'이라는 한국 영화 최강의 캐릭터에 뻔히 비교 당할 것이 보였던 <공공의 적1-1 강철중>에서 악역으로 출연했지만, [개인적으로]오히려 강철중보다 더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 자신의 연기인생 중 처음으로 안티가 생겼다며 미스캐스팅[?] 논란까지 갔던 <이끼>에서는 보란듯이 훌륭한 연기를 선보여 연말 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정재영과 강우석감독님의 만남에서 지금까지 걸어온길이 영화 <글러브>같다는 생각도 드네요.[Why?:편견속에 출발해 훌륭한 결과로 평가를 뒤집은]

그래서 이번에는 전작들에 부담감에서 벗어나, 딱 정재영씨 다운 배역을 선보입니다. [<아는여자>에 이어 두 번째로 프로야구 투수역을 했는데, 흡사 거기의 동치성이[?] 방황 좀 하고 술 좀 마시다 탄생 한 게 이번 <글러브>에서 김상남이 아닐까 생각드네요.] 차가운 도시의 프로야구 선수, 그러나 내 제자에게는 따뜻한, 시간때우러 온 충주 성심학교에서 잃어버린 야구의 열정을 다시 찾는 "풍운아" 김상남역을 잘 소화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역은 유선씨였습니다. 이런말 배우에게는 죄송스럽지만, 그동안 꽤 좋은 역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포텐이 안 터진 느낌이었는데요, 지난 <이끼>에서 강우석 감독님을 뵙고 개인적으로 존경한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스승앞에 제자의 포텐이 이제야 터지는 것 같습니다.

김상남과 대조되는 마음씨 착한 선생님을 맡았는데요, 사실 그런게 전형적이고 신파적인데 유선씨는 그런것을 잘 피해 진짜 아이들을 위하는 선생님으로 영화에 잘 묻어납니다. 또한 김상남과 티격태격하며 묘한[?] 애증라인은 얼마 없는 영화의 코미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요. [다행히도 어설픈 멜로라인으로는 흐르지 않습니다. 영화보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하여튼 영화를 보면 유선씨가 참 귀엽다[?]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출연 배우중 가장 유니폼이 잘 어울려서[?]이러는건 절대 아닙니다.--+]

우스개소리로 적었지만 아시다시피 이런 남성영화에서 여자캐릭터는 쉽게 사멸되기 쉽상이죠. 현실이란 안맞는 이상주의자에 주연들에게 별 도움도 못하고 오지랖만 넓고.하지만 <글러브>에서 유선은 다릅니다.비슷한 맥락이지만 사랑스러운 푼수[?]가 되는거죠^^;은근 고집도 있고! ⓒ 황홍선


하지만 기존 배우들이 제역할을 하더라도 영화를 보기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듣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는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를 어떻게 그릴까입니다. 냉정하게 영화적 재미로 봐도 사운드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며, 어떻게 그려도 동정의 여지가 들어가는 그들을 영화는 얼마나 객관적 거리에서 관객 스스로가 동조하게끔 만들 수 있을까인데, <글러브>는 그런 약점을 잘 극복했습니다.

<글러브>는 초반부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릴것을 알기에 의도적으로 사운드에 꽤 공을 들인 느낌입니다. 작은 소리도 극대화 시켜서 캐취하고, 최소한의 배경음악 설정, 수화를 하지만 배우들의 눈빛 행동, 말하는 것 이상으로 감성적 전달을 효과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영화속 캐릭터들 역시 단순히 약자가 아니라,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 안타까운 열정, 그 안에서 분노와 노력의 목표가 되는 코드를 군더더기 없이 잘 이끌어 갑니다.  그들을 무조건 동정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것을 경계하고,태생적 장애가 아닌 실패를 딛고 한 걸음 나아가는 성장으로서 그들을 바라보며 신파스럽지 않은 감동포인트를 만듭니다. <실미도>에서도 느꼈지만 강우석 감독은 확실히 남자들 떼거지로[?] 나오는 영화에 굉장한 장기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감동적인 부분은 성심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자신의 시련을 극복할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김상남이 그들에게 윽박지르고 호되게 꾸짖고 언성을 높일때 선보입니다. 그 동안 이런 장르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의 장애물 허들넘기가[?] 눈물샘을 자극했지만, 사실진짜 레알 감동이란[?], 부족하지만 열정가득한 상대방을 보면서, 현실에 도피만했던 자신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더 심정적으로 공감을 자아냅니다. 감동이라는 건 결국 "후회와 부족"에서 시작해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감성적인 코드니깐요. <글러브>에서 김상남은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를 보며 자신의 방황을 깨닫고, 그들에게는 현실의 가혹함을 절실하게 느껴주는 대신, 왜 그것을 극복해고 쟁취해야하는지를 단호하게 보여줍니다. 그것은 자신에게도 채찍질하는 반성의 거울이 되어, 그래서 <글러브>는 극적인 감동코드가 두 개입니다. 충주 성심학교의 1승을 향한 도전과, 야구를 포기했던 김상남이 다시 야구의 열정을 깨닫게 되는 인생의 도전. 자신의 '부재;가 서로에게 '공존'이 되는 진정한 스승과 제자사이를 그립니다. 그런 면이 <글러브>를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양산형 감동이 아닌, 진하게 우려나오는 "감동의 도가니탕"으로 관객들에게 제대로 눈물 고프게 합니다.

오히려 감동포인트는 충주성심학교보다 김상남쪽에 더 있었던 느낌이었음. ⓒ 황홍선


하지만 <글러브>역시 스포츠영화의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하지는 못했는데요, 아무리 줄였다 꾸몄다 해도 전형적인 신파를 완벽히 벗어나지는 못하고요, 후반부 들어서는 확실히 감동으로 모든걸 끌고 가려는 점이 살짝 보입니다. 이런 점은 장르적 한계라 어쩔수 없는데, 웃음과 울음을 효과적으로 분배해 지루한 포인트없이, 혹은 오글거리는 낙오 지점 없이 가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런점만 굳이 스파이크 보일 정도로 2루 슬라이딩 하지 않는다면[ㅋㅋ] <글러브>는 웃음과 감동을 균형을 정확히 잡은 수작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억지스러운 구석없이 야구의 재미와, 스포츠가 전할 수 있는 휴머니즘을 가졌습니다. 이야기가 전형적이라고요? 아뇨, <글러브>는 장르적 모범답안이었습니다. 특히 야구를 좋아하신다면, 단순히 홈런,아웃,안타 이상으로 야구 규칙을 꿰뚫는 분이 계시다면 마지막은 꽤 짠한 포인트를 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잘 아는 분과 보시는 것을 추천 합니다. 기존 야구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오묘한 야구 규칙이 나오거든요^^;]자신의 한계극복과 동료애를 동시에 잡는 포인트로 "야구"가 어떤 감동을 전할 수 있는지 <글러브>는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네요. 아마 제가 영화와 야구를 유달리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끝으로, <글러브>를 보면서 느낀 점 한 가지. 사람의 귀가 들을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습니다. 너무 저음이거나 너무 고음이면 아예 들리지 않는다고 하죠. 우리는 들을 수 있는 걸, 영화속 성심학교 야구부는 듣지 못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건, 그들의 열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영역, 높이 넘어 그들의 열정은 이미 소리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이라고 해도 좋습니다.구식이라고 해도 참을게요. 신파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단 한 사람,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인생의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영화는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러브>는 제게 그런 가치의 작품이었습니다. 저도 그들의 열정을 들을 수 있는, 제 마음의 "높이"를 키우고 싶은 바람으로 리뷰를 마칩니다.

소리없는 파이팅, 그들의 1승을 기원합니다 ⓒ 황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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