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과 '교권'

'학생 인권'과 '교권'을 논하기 전에 살펴야 할 것

검토 완료

박효영(bean7342)등록 2011.01.11 11:14
요즘 교육계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체벌전면금지로 인한 논란이 연일 뜨겁다. 그것을 반영하듯 서울시 교육청의 '체벌전면금지 발표' 이후에 혼란스러운 학교 현장을 지적하는 기사가 참 많아졌다. 마치 교육적 비정상성이 비단 요즘에만 있었던 것처럼 '체벌전면금지, 학생인권조례'를 '학교 질서 붕괴 및 교권 침해'로 연결짓기 바쁘다. 다음은 요즘 나오는 학교 현장에 관한 기사 타이틀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교권 붕괴 탓에… 줄잇는 교원 명퇴
무엇을 위한 두발 자유화·교복 폐지인가
교사 89% "체벌금지 후 교권 더 추락"
끝모를 교권 추락… '체벌금지' 때문?
전국의 '막장 교실', 손 놓고 방치해도 되나

왜 언론은 왜 이런 보도를 하는 것일까? 그 전에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과연 기성 세대는 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 부분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학생 인권과 교권을 비롯한 일선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본질일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청소년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보다는 뭔가 가르치고 훈육해야 할 하나의 대상으로 보는 면이 더 큰 것 같다. 이 부분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각자 보는 사람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 부분은 각각 장단점이 있고 얼마든지 존중될 수 있음을 먼저 밝히고 글을 전개하겠다.

영화 <투사부일체>의 한 장면 영화 <투사부일체>의 한 장면 ⓒ (주)시네마 제니스


'학생 인권' 과 '교권'은 대치되는 가치?

앞에서 언급했듯 언론에서는 연일 학생 인권만을 중시하는 진보 교육감의 정책이 학교 현장을 무질서하게 하고 교권이 추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교육계 현장에서도 교사들 대부분이 체벌금지 이후 교권이 더 추락했다는 여론조사가 나타나는 등 유난히 학생 인권에 부정적인 입장인 듯하다. 그런 일련의 주장을 더 살펴보면 크게 3가지 정도 있다.

먼저 첫번째 주장은 현실적으로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선도하는 데 사용되어온 관습(각종 체벌, 강압적인 학칙)이 학생 인권을 침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란 주장이다.

두번째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라는 특수한 대상적 환경에 비추어 볼 때 꼭 그런 '학생 통제 수단'을 인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반해 세번째 주장은 기존의 학교 관습이 잘못된 것이 맞고 학교 현장에서 학생 인권이 중요한 것은 옳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필요악으로 허용되어온 '학생 통제 수단'을 실질적인 대안없이 금지시키는 것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비현실적인 처사라는 주장이다.

세가지 주장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모두 일시적으로 바꿀 수 없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현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일단 그 현실을 손보게 된다면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가치인 '학생 인권과 교권'을 다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당장 현실을 방조한 채 현실을 벗어나서 생각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 현실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인 채 그 속에서 가치관에 따른 정책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육 현장에선 학생과 교사가 전인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를 대하기가 힘들다. 교사는 주어진 각종 잡무와 '입시 성적'의 압박감으로 인해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주목할 겨를이 없다. 학생에겐 어깨를 짓누르는 '입시 경쟁' 때문에 자신의 인권과 교사와의 관계는 크게 중요시되지 않는다.

학생 인권이냐 교권이냐 하기 전에 먼저 이러한 '현실'을 들여다 보고 손질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진정한 관계를 정립하지도 못하는데 교권과 학생 인권이 지켜질리 만무하다. 오직 '입시와 경쟁'만이 난무할 뿐이다.

학생들의 문제 행동 학생들의 문제 행동 ⓒ 서울시교육청


일단 놓여진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인간은 누구나 어른이 되기 전에 일정한 성장 과정을 거친다. '유아기-청소년기-청년기-중장년기'를 거치면서 그때 그때 시기적 특성에 따라서 생각하는 사고 또한 다르다. 그 중 특히 청소년기는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기로서 생각의 크기가 격변하며 커진다. 충분히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호기가 생기기도 하며 이유 모를 반항심도 생긴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며 어른이 된다. 그런데 이 시기는 아주 민감한 시기인지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이나 존중을 받지 못하고 무시나 상처를 받으면 앞으로 마음과 몸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특히 한 사람의 인품은 청소년기에 형성된다고 할만큼 청소년기의 경험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일선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대하는 일련의 방침과 원칙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일제로부터 물려받은 악습과 독재라는 역사적 배경에 못이겨 이미 우리나라 교육판은 '어쩔 수 없다'는 그런 교육판이 이미 짜여진지 오래다. 심지어 너무나 견고하다. 일단 그런 현실은 그 누구더라도 꼭 인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 이번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교권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때릴 수 있는 잘못된 권한을 교육적 체벌이라는 이유로 쉽게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교육 현장에서 학생을 이끌어나갈 핵심적인 수단을 전면 금지시키기에도 뭔가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

내가 보기엔 정책적으로 학교의 운영 원칙을 충분히 보장하는 대신 '학교와 학생이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기구'를 의무적으로 개설하게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 학교의 주인도 학생이다라는 인식적인 개선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

그 속에서 합의된 학교 교칙에 따라 체벌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일단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에서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게 우선이다. 물론 현실적인 입시위주의 교육 현장이 그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지 몰라도 지금의 거센 논쟁을 보면 꼭 생각해 볼만하다.

'교권 vs 학생 인권'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보자

하지만 그 논란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성 세대 또한 청소년기를 거쳤던 하나의 인격체로서 지금의 청소년을 존중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이 중시되는 환경에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더 많은 가르침을 받고 더 많은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 자율적으로 스스로의 권리를 존중받으면서 생활하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 부분에 앞서 보편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으면 그 어떤 교육적 목표도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체벌은 최소한의 교육 방식이라 암묵적으로 여겨져 왔고 우리나라는 헌법적 원칙에 의해 인간에 대한 그 어떤 폭력도 금지되어 있다. 그 어떤 흉악범도 때려서 교화를 시키지는 않고 그들의 인권도 중시되는 게 요즘의 추세인데, '체벌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해서 교권 추락이다 뭐다 논하는 것은 그동안의 교육에 체벌이 이제까지 어떻게 학생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작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하고 폭행을 하는 사례, 성추행하는 사례 등 최근에 논란이 된 많은 사건들이 체벌금지가 교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체벌 금지 조치가 있기 전과 후에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교권 침해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에 특별히 체벌 금지 조치와 관련 있다는 논리는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기존에는 보기도 힘들던 교권침해 관련 기사가 매일 극단적인 제목을 달고 나오고, 몇 년 전의 동영상까지 이슈화되면서 교권 침해와 연관 짓는 것은 '학생 인권 조례와 체벌 금지 조치'를 반대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가 아닐까 의심된다. 체벌을 정당화하는 것이 교권을 지키는 길은 아닌데 말이다.

학생·교사·학부모가 참여해 '생활지도규정' 마련한 한울중학교 한울중에서 운영하는 성찰교실. 교실 천장에는 계몽 문구가 아닌 "마음에게 말걸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 박상규


체벌이 사라지면서 학생들이 자신을 체벌할 수 있는 교사가 더 이상 자신을 때릴 수 없다는 생각에 개념 없이 행동하고, 버릇없이 구는 사례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게 옳은 교육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체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는 어떻게 교육하고 이끌 수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교사들은 답답함과 억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체벌금지 조치가 교사들 스스로의 전문성을 기를 수 있고,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의 재고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제대로 된 교육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교사로서 발돋움할 때에 학생들도 교사를 존중하게 되고 교권도 자연히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체벌금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대체 프로그램들을 내놓았지만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더 큰 반발만 일으켰다. 현실적인 대책 없이 '학생인권'만 운운하며 너무 급하게 진행시켜버린 탓이다.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급작스러운 체벌 금지 조치에 대한 우려와 부작용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책 추진에만 급급해 그런 목소리는 무시되고 있다.

보수 세력을 향해 일방통행, 독단을 이야기하며 비판하던 진보 세력들이 권력을 잡고 나서는 자신들의 독단을 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물론, 학생들의 인권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권리지만, 지금 당장 못 때리게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특히나 학생들의 '교육'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조치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학생·교사·학부모 참여 '생활지도규정'을 마련한 한울중학교 서울 한울중학교 복도 게시판 한쪽에 '사랑의 매,무서워요'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한울중은 체벌을 전면 금지했다. ⓒ 박상규


'체벌금지' 당사자인 학생들마저도 어느 정도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목소리가 꽤 높다. 안 그래도 교사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대드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이유에서다. 교총대변인은 "12년 전 체벌을 금지한 영국의 웨일스 지방에서 지난 5년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례가 4000건에 달한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체벌을 계속 금지하면 우리도 영국의 교실 붕괴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학생 인권'과 '교권'가지고 논쟁하기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것을 모두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club.cyworld.com/Education4U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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