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학생과 전문상담원의 별난 소통하기

연극 ‘방황하는 별들’,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 이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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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eun74hie)등록 2011.01.06 12:22
뽀드득.. 뽀드득.. 아직 흰 눈이 덜 녹은 운동장을 건너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도착한 곳은 여의도중학교의 강당. 조명이 비치는 무대 위에서 열창하는 합창단원들의 노랫소리는 이미 객석을 압도하고 있었다. 다행이 고대하던 연극 '방황하는 별들'은 시작 전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무대를 중심으로 550여 객석은 이미 중학생과 고등학생 공감학생들, 그리고 인솔자인 전문상담원들로 가득 찼다. 조심스레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이 문화의 향연에 빠져들 준비를 하였다.    

가출하여 혼숙한 딸과 아버지의 갈등 장면(연극 '방황하는 별들')자리에 앉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 엄동설한에 흰 양말에 슬리퍼를 신고 온 아이뿐 아니라, 빨강색, 노란색 등 색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아이, 어색한 사복을 입고 무표정하게 앞만 뚫어져라 보는 아이,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귀 사이로 귀걸이가 반짝이는 아이 등 군데군데 눈에 띄는 아이들이 두리번거리며 지루해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 나란히 앉은 전문상담원과는 약간 서먹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합창과 바이올린, 플롯 등의 연주가 끝나고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를 뚫고 드디어 연극 '방황하는 별들'의 막이 올랐다. 이미 40대는 훌쩍 넘긴 듯한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이 7명의 방황하는 청소년으로 분하여 극을 이끌어 나가자, 공감학생들은 '저게 뭐야.', '얼굴이랑청소년과 어른들 사이 갈등 해소 장면(연극 '방황하는 별들') 너무 안 어울린다.', '하하하.. 완전 웃겨.' 등 극에 몰입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연극이 무르익으면서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고민과 내면의 상처, 방황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학생들은 하나 둘 조용히 극에 몰입하였다.

 

가출하여 혼숙한 딸과 아버지의 갈등 장면(연극 '방황하는 별들') 사진 入

청소년과 어른들 사이 갈등 해소 장면(연극 '방황하는 별들') 사진 入

 

이들은 7명의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되었다가, 그들을 이해 못하는 부모가 되었다가, 입장을 바꿔가며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는 듯하였다. 연극이 진행되는 사이사이에 이러한 공감학생들의 표정과 반응들을 놓치지 않고 지켜본 전문상담원들 입가에는 절로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이날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과 내면의 상처들을 통해 세대 간 공감과 소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연극 '방황하는 별들'은 '체벌 전면 금지' 조처 이후 서울시 중고등학교 225곳에 배치된 전문상담원과 이들이 가슴으로 끌어안은 공감학생-상담으로 라포(rapport; 상담이나 교육을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를 형성한 학생-들이 함께 관람하며 또 한 번 공감과 소통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어른들은 다 똑같나봐.", "가슴에 팍팍 와 닿아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오길 잘 했어요." 연극이 끝나고 난 후 아이들은 세대를 뛰어 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속 시원히 대변해 주는 연극에 한없이 즐거워하며 함박웃음으로 저마다 한 마디씩 앞 다투어 공감의 말을 잇는다. 이런 연극을 얼마나 보러 올까 반신반의하며 1시간 반을 전철타고 이 공연장에 왔다는 한 공감학생은 강당 객석을 꽉 메운 전문상담원과 다른 공감학생들을 둘러보면서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어요!"라며 무한 감동했다고 한다. 공연 전 무표정하다 못해 졸린 듯한 얼굴에, 전문상담원 때문에 자리를 뜨지는 못하고 지루해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던 그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연극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연극을 보고 난 소감 등을 서로 이야기 하며 화기애애하게 몰려나오는 공감학생들과 전문상담원들은 연극 관람 전의 어딘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는 이미 눈 녹듯이 사라졌고,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고민들하며 총총히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부모와의 갈등으로 가출했다가, 상담을 진행하며 '방황하는 별들' 공연에 꼭 같이 오기로 철석같이 약속한 우리학교 공감학생 2명도 약속을 지켜서 이 연극을 같이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못내 아쉬웠지만, 그 녀석들과 다음 공연은 꼭 같이 보리라 다짐하며 따뜻한 감동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끝.

2011.01.06 12:18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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